기다려지는 토요일 隨筆 세미나!!
또 하루가 시작된다. 6/13 목요일-.
4시 반-.뽀얀 새벽이 양파 벗겨지듯 아니 수밀도처럼 훌훌 벗겨지며 장엄한 하루가 열린다.
요즘 일기는 메모정도로 써도 어제까지 선명하고 그제 일은 안개 걷히듯 어디론가 사라진다.
왜 그럴까? 기억력의 실종인가? 그 흔하게 돌아다니는 치매라도 ㅎ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때면 늘 새벽부터 자신이 한 것을 추적하는 게 어느 새 일상이 되었다.
어제는 무엇을 했더라 ! 그렇지 비가 내렸지-. 유난히 개량종 백일홍 씨앗을 자랑하던 할머니가 아파트 작은 바위가 엎드려있는 화단에 파종하면서 싹이 나면 이식해 가라고 잇몸을 드러내며 웃어 그곳엘 칼같이 갔지, 이미 할머니는 마치 모심은 논에 베잠방을 입고 엎드려 김을 매는 농부처럼 무언가 잔뜩 심고 계셨지-. 어렵게 나온 새품종을 화초만 바라보며 미수를 넘긴 장모님께 드렸더니 논 한배미 떼어준 것처럼 기뻐하셨지-.
죽어도 아파트로 이사 안간다고 자식들이 부쩍 채근하는 것을 따돌리던 장모님과 천금같은 부드러운 이웃 장씨내외를 불러 술 한잔했다. 삭발을 하고 팔호광장에 들려 노인들 잇몸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전과 잡채, 순대를 사가지고 갔었지 -.
이웃이야말로 소중하다. 아파트에 와보라 우두커니 혼자 종일 죽은 나무에 올라앉은 까마귀 한마리 형국이리라. 또 뭐했더라, 그래 풍물시장엘 갔지-. 셀프주유소에서 딸 마티즈에게 장국밥을 4만원어치나 사주고, 까만 진주 얼굴에 유혹으로 2500원짜리 우동을 마신 날이었다.
하루가 훠이훠이 급물살을 타고 지나간다. 시간마저 고속전철에 편승해 부화뇌동이다.
오늘은 춘천 소년원에 고입 수업을 나간다. 3월에 봉사한 것 때문에 훨씬 쉽다. 90% 이상의 검정고시 합격률, 고입, 고졸 녀석들이 다시 물이 순환되듯 새로운 녀석들이 자리하고 반긴다. 요즘 내가 하는 일로는 제법 큰 사업(?)이다.ㅋ
아직도 출소를 하지 않은 녀석들을 복도에서 만난다. 한달 있으면 자유의 날개를 단다나 ? 반색을 하며 복도에서 인사를 하는 녀석들-. 지난번 초코파이 사달라고 떼를 쓰던 녀석들, 안된다는 소년원측의 방침들 사이에서 새우등 터져 난처했던 날들-.
돌아오는 토요일은 속초에서 열리는 강원수필문학회 세미나!!
토요일 밤, 토요일밤에 나 그대를 만나리-. 7080 명곡처럼 1박이 주는 의미는 그 무엇보다 차별화된다. 33명 원고-. 기미독립 선언을 한 독립투사 숫자 같기도 하다.ㅎ 강원수필을 대표해 선언하려는 33인-.
문인들 글을 교정보던 날은 즐거웠다. 솔직히 재미있었다. 남의 글을 껴안고 페이지터너처럼 글을 넘길 때면 마음이 편하다. 좋다. 예전에 교정 잘못봤다고 깐깐한 이덕호 장학사에게 얼마나 호되게 야단맞았던가, 그것도 15호의 큰 제목 ㅎ
수필 하나 하나를 접하면서 수필 작가를 그려보았다. 떠오른다. 저마다 개성이 불타는 수필밭이다.
멋진 글에 호흡이 짧아 유난히 쉼표를 조자룡 헌칼쓰듯 마구 찍어대는 여류수필가-. 나이에 걸맛지 않게 정갈하게 논한 미수의 노수필가, 강의와 여자 스커트는 짧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짧게 보낸 제암님과 장국광님의 글-.주제넘게 정해진 분량은 아예 도외시하고 전작품을 올려놓고 자기 체면을 걸고 있는 웃기는 사람 덕전-.,
폭염이 성큼 달려와 주눅들게 하는 요즘 입하의 계절 -. 불청객을 떨치고 우리 강원수필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드디어 속초로 떠난다. 교정볼 때 아이팍이 너무 된 발음이라 1호로 아이파크로 바꿔 놓았더니 원래 그 호텔이 아이팍이라고 회장님이 다시 생(生) 이라고 써놓았던 것도 웃음을 불러온 일이다.
어느 수필가는 복잡다단한 것을 유난히 배제해서 프로필까지 간단명료하게 써놓아 인명록을 보고 다시 북을 주기도 했다. 화려하게 최근 영광의 수상을 한 황전회장님-. 전국수준의 수상집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도 성큼 써 넣어주며 축하해 주고, 너무 구체적인 문장이라 오뉴월 무엇 늘어지듯 한 문장을 압축해 주기도 했다.
그래-이제 우린 속초로 내일 모레면 떠난다.
우린 항상 자기 체면을 걸면서 하루를 살아간다.
내 글이 최고겠지, 내가 제일 멋지겠지, 내 말에 다 공감하겠지, 내 한마디면 다 배꼽을 잡고 넘어가겠지,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애틋한 사랑 한줄기가 있겠지 하면서 또 그날을 기다린다. 어머니같은 바다가 팔벌려 우릴 껴안겠지
35, 6명쯤 만나리라. 바쁜 일정들로 참가 못하는 분이 아쉽다. 강원작가, 아무리 개인이 우선이라도 이럴 때 단합된 힘을 팍팍 보여줘야 한다. 현대인은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집단과 함께한다는 어느 독일인의 글이 생각난다. 그렇게 눈길조차 질금질금 주며 애를 달구던 첫사랑처럼 어제 비 또한 인색했지만, 우산을 오랜만에 펼 수 있어 즐거웠다.
기다려지는 주말, 토요일_. 회장님은 벌써 신바람이 인다. 강조한다.
복용하던 약은 꼭 가져오라고, 모자와 지갑도 꼭 지참하고 ㅋㅋ 빠하하-.전 모자가 없는데유, 약은 있어유, ㅎㅎㅎ 늘 자상하고 여유로운 회장님이시다. 허물없이 마구 수필이란 부치기를 떼어서 먹고 술을 한잔 하자.-. 전에 영양부추 썰어 조갯살도 넣고 풋고추도 넣고 몇번을 뒤척이며 노릇노릇한 해물파전같은 수필을 공유하면서 오랜만에 얼굴도 확인하자, 적당히 늙어가겠지-. 늙어가야지 아니면 땅을 밟지 않은 선인이리라.
낭송하는 책이 14일 내일 나온다고 한다. 김영칠님의 작품 중 꽃비즈려밟고-.표지까지 회장님이 꼼꼼히 택하셨다. 하나하나 신경쓰시는 그 여유로움을 이번에 이순이 넘어서 배웠다. 전도유망(前途有望)한 청년같은 우리 회장님께-.
그래-. 아이팍 콘도로 가서 수필을 공유하면서 한상렬 교수의 수필론을 한번 배워보는 거다. 나는 팔푼이처럼 자원해서 질문을 한다고 이사회때 손을 번쩍 들지 않았던가! 서슬퍼런 질문 한번 해보려고 며칠간 일년간 집필해온 수필과 비평지에서 그의 글을 까칠하게 메모해 놓았다.
까치가 아파트 옥상에서 운다.
예전같으면 엄니가 저 소릴를 듣고 하루 종일 누군가를 기다렸는데 이젠 귀밖이다.
토요일 밤, 토요일밤에 우리 모두는 체면을 걸고 싱퉁맞은 말도 하고 오랜만에 아미를 부드럽게 하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크게 웃기도 합시다. 무슨 격이 있습니까? 안그래요. 다 수필이란 한밥 솥을 먹고 있는 우리가스리 ㅋ-.
11대 최종기 회장님의 포부 또한 남다르시다. 늘 반짝반짝 닦아논 수정같은 회장님-. 구수하게 화두를 넌지시 펼치고 물꼬를 돌리고 돌리는 회장님, 이번 속초에선 또 어떤 몸짓으로 김원대님의 원시적이고 불같은 하이난의 밤과 맞설 것인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9시까지라! 중언부언(重言復言) 떠드는 나 자신이 과부집 종년이 틀림없다.ㅎ(끝) 글-德田 이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