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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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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선악의 저편(니체) 서문-진리가 여성이라면 전통철학은 독단주의이므로 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그러니 유연한 관점주의의 시각을 갖자
시냇물 추천 0 조회 62 23.08.09 06:48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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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3.08.09 07:04

    첫댓글 의심 /우대식

    사람은 참말로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신께서 내게 옷 한 벌 지어주셨다. 의심이라는 환한 옷,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잠을 잘 때도 벗지 않는다. 견고한 이 한 벌의 옷을 입고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신다. 나는 너를 의심한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위해 의심이 내 등을 다독인다. 내가 너를 지키마. 편히 쉬어라. 어떤 평안이 광배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이고 전지전능하사 나를 보호하시며 한없이 사랑하시는도다. 꿈속에서 나의 찬양은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배화교도처럼 의심의 불을 조용히 밝히고 내 아버지마저 그 제단에 바치기로 결심한 어느 새벽, 당신도 내 의심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고 고백했을 때 천둥과 벼락으로 인해 의심의 옷이 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 작성자 23.08.09 07:07

    의심 다섯 마리와 증거 한 마리 /정지우

    물고기가 줄어든다
    의심 한 마리가 의심 다섯 마리를 삼켰다

    괜찮아, 한 마리의 증거 속에는 다섯 마리의 의심이 들어 있으니까
    의심은 지느러미 모양이니까
    어항은 말을 버린 입이니까

    배를 열어 보고 싶은 건 칼,
    칼은 또 의심의 지느러미니까

    하기 싫은 말과 하고 싶은 말을 서로 미루듯 의심과 확신을 애완으로 키우는 것처럼

    수초를 넣고 눈치를 보는 비린내
    끝장을 보는 것과 묻어 두는 것 사이의 공기방울
    괜찮아, 여전히 살아 있으니까

    금붕어 구피 그리고 공기방울들
    통째로라는 말과 통한다는 말을 한 어항에 넣었던 잘못

    그러니까
    상처는 먼저 말하는 쪽과
    듣는 사람 중에서 누가 더 깊게 찔리는 걸까
    순간을 참아야 할 때가 있고
    순간을 지나서야 보이는 투명이 있다

    머리와 꼬리가 물어뜯긴
    한 마리의 의심을 의심하면서
    물을 갈아 주고 먹이를 준다

  • 작성자 23.08.09 07:11

    아기공장에 대한 의심/한혜영

    무궁화가 만삭의
    배를 열어 꽃 한 송이를 내놓았습니다
    응애, 거리는 꽃을 보며 나는 자꾸 의심이 생깁니다

    저것은 누구의 자식인가
    무궁화의 자식이 맞기는 맞는 건가

    아랫도리로 반짝 흘러 들어간
    한 방울 빗물이 친권을 주장할 수도 있겠다는,
    꽃이 봉오리 이전이었을 때
    입김 혹혹 불어 넣어주었던 햇볕도 그러할 수 있겠다는,
    어쩌다 아파트 화단을 돌아나가며
    무궁화에 손길 한 번 주었던 바람도
    친권 주장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겁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아기 공장이 등장을 했다는
    돈만 주면 마음대로 성별을 고를 수 있고
    천 송이의 꽃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뉴스 탓이지요

    개개비 둥지에 알을 집어넣는 뻐꾸기처럼
    필리핀, 우크라이나 화분에 근을 묻어두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국산 화분이 점점 는다는 거였지요

    내가 너의 어미다 아니다 내가 어미 아니다 내가 아비……

    햇살이, 바람이, 빗물이 다 참견해도 되는
    목숨을 가지고
    꽃들이 방긋방긋 지구로 오신다는 거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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