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카트에 나를 태우고 쇼핑을 했다.
골동품들이 진열된 다단 선반을 따라
장난감 기차를 끄는 소녀처럼
엄마는 물건을 고르며 젊어졌다.
엄마는 카트 안에 욕조를 담았다.
엄마는 카트 안에 이유식을 담았다.
엄마는 카트 안에 젖병을 담았다.
엄마는 카트 안에 해열제를 담았다.
엄마는 카트를 끌고 끌고 카운터로 갔다.
새 나이를 먹은 엄마는 젊은 점원에세 반했다.
점원은 카트에서 피임약을 꺼냈다.
점원은 카트에서 포도주를 꺼냈다.
점원은 카트에서 밀가루를 꺼냈다.
점원은 카트에서 캡슐을 꺼냈다.
점원은 캡슐에 비매품 딱지를 붙여
선반 위에 얹어놓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아빠는 처음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엄마는 플라스틱 봉투를 들고 점원의 팔짱을 꼈다.
아빠는 엄마에게 줄 돈을 금고에서 꺼내며 행복해했다.
나는 캡슐 안에서 새엄마를 기다리며
방긋방긋 웃었다.
카페 게시글
시사랑
인큐베이터 / 박장호
미상
추천 0
조회 84
09.11.06 04:06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몇 번 읽고 또 읽었지만 여전히 해독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래도 방긋방긋 웃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