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使 들의 합창
프란체스코집에는 들깨꽃처럼 향기로운 사람들이 몸 비비며 살고 있다. 장애우 이십 명을 돌보는 젊은이들은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한 수사修士들이다. 어느 해, 그곳에서 봉사할 기회가 주어졌다. 장애인 시설이라는 선입견과 다르게 집 안 구석구석이 아주 깨끗하고 정갈하다. 걸레가 행주처럼 뽀얗게 그대로 이였으니···. “우리 집보다 더 깨끗해” 거실과 방, 창틀까지 청소하면서 우리가 한 말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봉사자들의 세심한 손길이 머물렀으리라 짐작이 간다.
통진성당 9시 어린이 미사에 장애 우들이 참석할 때가 가끔 있었다. 이들의 몸가짐이 부산스러울 땐 자리를 옮기거나 아님, 조용히들 하라고 이를 때도 있다. 다운 증후군, 지적, 지체 장애인 이들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어서 미사 참례를 하는 것이다. 발음 상태가 어줍기는 해도 성가도 곧잘 부르고 천 원짜리 달랑이며 봉헌 예절까지 한다.
식사 전, 후 기도를 어찌나 잘하는지, 자기들이 먹고 난 식판을 모두 주방으로 가져가고 음식물 찌꺼기 처리도 척척 이다. 거실 청소 하며 상을 접어서 제자리에 옮겨놓는 과정도 익숙하게 잘들 한다. 또 저녁기도 때 그날의 주방 봉사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세요.’ 라는 원장 수사님의 말에 모두가 ‘예’하고 합창한다.
며칠 후 원장 수사님의 배려로 그곳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식사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한 사람이 마당가 나무 그늘아래 서성이는 게 아닌가. 오른손이 불편한 그는 성호를 그을 땐 왼손으로 오른손을 이마까지 들어 올려서 기도한다. 또 그 몸으로도 비 온 뒤, 마당에 고여 있는 물을 비로 쓸어내는 것이다. 원장 수사님의 말로는 장애가 있는 자식이나 형제를 시설에 맡겨놓았어도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의 형이 가끔 동생을 만나러 오는 것이라 하니, 소년처럼 들떠서 아름다운 기다림을 하는 것이었다.
인천으로 2년 과정의 신학원을 다닐 때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어린이 보호 시설을 방문 했다. 손목이 없는 아이, 아예 팔 없는 아이, 두 눈을 전혀 볼 수 없는 간난 아기, 애처로워 어찌해야 할지 몸 둘 바를 몰랐다.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봉사자들은 아가들을 일렬로 쭉 눕혀놓고 부산스레 움직이는 것이다.
이럴 수가! 숟가락이 기계처럼 작은 입을 뻔질나게 들락날락하는 것이 아닌가. 음식을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봉사자들 손에 의해서 목구멍으로 넘길 뿐이다. 외국인 수녀님들도 그 일에 익숙해서인지 묵묵부답이다. 봉사자들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그리하는지 몰라도, 어쩌거나 창자가 뒤틀렸다. 젊은이들의 잘 못된 성문화로 태어난 생명들이라는 수녀님의 설명에 가슴이 아팠다. 거기에 비하면 프란체스코 집 장애우들의 삶이야말로 부자가 부럽지 않을까 한다. 아름다운 봉사자들과修士님들의 봉헌된 삶으로 장애 우들에게 풍요를 더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곳에 가면 기린처럼 목이 긴 사람 웃고 있다. 맨 날 맨발로 다녀서 프란체스코 성인을 닮아가는 분들이다. 신문지를 소일삼아 찢어대는 자폐아도 있다. 그에게 밥 한술 더 먹이려고 끼니마다 땀 뻘뻘 흘리는 사람 예수님을 닮았다. 천사들의 바라기 수사님의 말에 ‘예’하고 합창하는 이십 명의 장애 우들이다. 그들의 봉헌 된 삶을 위해서 어머니들 성모님처럼 매일 묵주 알 굴리며 침묵을 봉헌하실 것이다.
그날, 점심 한 끼의 봉사를 통해서 세상에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잘못된 생각도 싹 바꾸게 되었다. 또한 정부에서 시설마다 정기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십여 년 전, 마주했던 아가들도 지금쯤 훌쩍 자랐을 것이다. 어느 후덕한 분께 사람대접 받고 있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봉사와는 거리가 먼 이기적인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늘진 곳에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한다.
꼰벨뚜알 성 프란치스코 회 (김포시 통진읍 서암리 소재)
첫댓글 좋은 경험을 하셨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는 장애시설에서 느끼는 감회와 실제 장애인들이 겪는 아쉬움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문득 아주 혹독한 장애시설에관한 보도를 읽고 있던 참 이었습니다.
모두들 내 형제들입니다,
전에는 수사님과 많이 친해서 자주 들렀습니다.
지금은 수사님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고 대신 신부님께서 계십니다.
어찌하다 보니 제 발길도 뜸해졌습니다.
@햇살타고, 마리아 장애우 보호시설이 굉장히 힘이 든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기도 전에 몸이 좀 괞찮았을 때는 영천에 그런 시설이 있어 몇번 방문을 하였습니다.
참 여건이 어려웠습니다.
신부님이나 수사님, 그리고 수녀님들이 고생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이야 저 역시 발길 뜸합니다만 아직도 마음은 여전히 그런 시설들에 있습니다.
ㅎ.ㅎ.
마음뿐이지만요.
평화를 빕니다.
상숙 샘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이라고 써 주세요
ㅎ~
수고많으셨습니다 수녀님과 수사님들의 헌신적인 봉사는 정평이 나 있지요
저도 강화 하점면 성클라라 수도원의 가를로수사신부님께 강론도 듣고 왔지만
내가 장애인이 된 것처럼 마음을 주면 됩니다 여기에 들어오는 카친들 중에 장애인이 있습니다 저부터...
눈 흘기지말고 재수없다 침뱉지 마세요 우리같은 지체장애는 그런일 별로 없지만 시각 농아들은 많이 힘들죠 특이나 발달장애아들과 지적장애들은 따귀 믿기 일 쑤랍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 해주세요 ~~^^
우리 옆 지기도 몸뚱이 성한 곳이 하나 없는 사람입니다.
산으로 너무 많이 돌아 댕겨서요.
@햇살타고, 마리아 저는 허리가 경추 흉추 요추가 문제라서 ...
고맙습니다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