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서든 바에서든 처음 라틴댄스를 접한 사람의
공통점은 플로어를 누비는 자신을 상상한다..
처음 베이직을 배우고 남들이 현란하게 추는 모습을 보며
초보인 해피데이는 대략 6 개월 가량을 연습실 외에서는
신청은 커녕 신청이 들어와도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느라 진땀만 뺐습니다.
나도 열심히 해서 잘추게 되면 그때는 누구보다 더 많이
댄스플로어를 누벼야지..하고 속으로 다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였는지..
처음부터 신청에 응했고 추었더라면..
그 때 생각은 그랬습니다.
베이직만 가지고 뭘하나..라이트 턴 한 번 시키고
레프트 턴 한 번 시키면 그 담엔 또 베이직만 반복하나..
에이 쪽팔리고 지루하겠다..더 배우고 추자..
시간은 흘러만 갔습니다.
1 개월, 2 개월, 3 개월...
내 야무진 바램과는 달리 하나도 느는것은 없었습니다.
도리어 더 방해가 되는것은 라이트 턴 하나 시키는 것도
몸에 베어서 나오는 동작이 아닌 다음 동작을 일일이
생각하고 난 다음에 추어야 하니 새로 배운 루틴은
박자를 놓치기 일쑤였으며 그러고나면
난 정말 말로만 듣던 몸치중에 몸치구나하는 절망만 깊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입니다.
아댄스 분은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도 상당한 고수였던 어떤 여자분이
제게 춤을 신청하더군요..
잠시(정말 찰나의..)고민끝에 여자분과 나갔습니다.
전같으면 거절했겠지만 차라리 비굴(?)해졌습니다.
"저 실은 초보라..괜찮으시겠어요..??"
여자분이 웃으며 대답해 주시더군요..
"괜찮아요.."
간신히 박자를 찾으면 동작이 안되고
루틴을 시도하면 박자가 틀려지고..
아아..정말 절망이였습니다.
그 때 그 분이 제게 한마디 하시더군요..
"잘하시네요..그런데 뭐가 그리 급하세요..?"
"네?"
"너무 마음이 앞서 나가시는 거 같아요..그냥 편하게 춰요.."
"제가 초보라 박자 놓칠거 같아서.." (되게 궁색..--;)
"박자 틀리면 어때요..그냥 즐기면 되지..^^"
순간 머리속이 환해졌습니다.
그래 박자 틀리면 어때..왜 그생각을 못했지?
박자 틀리면 다시 박자 찾으면 되는건데..
그 이후로 그 분과 남은 시간을 베이직, 간단한턴으로 마치고
들어오려는데 그 분이 한곡 더 추자 그러더군요..
다음 곡은 정말이지 아무런 마음의 부담이 없어서였는지
박자도 잘맞고 잘 안되던 배운 루틴들도 되더군요..
넘넘 들뜨고 즐거운 마음에 그 분께 정말 깊이 감사 표하고
그 날 저는 6 개월간 바에서 춰본 춤의 몇 배는 춘 듯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무슨 화려한 패턴을 제가
할 수 있었을까요..(지금도 잘 못하지만..)
문제는 내 안에 있는 마음의 무게 즉 부담이였습니다.
한꺼풀의 부담이 걷어지자 몸이 자유로워진겁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무지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박자 놓치고 밟히고 밟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있게 상대방과 춤을 춘다는 사실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순간부터 주화입마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아 멀고도 험난한 댄서의 길이여..
조금 자신감 붙고 된다고 생각하니
옆에서 추는 사람이 하는 동작들 이해나 원리없이
다 따라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루틴 위주의
질문과 따라하기가 시작된겁니다.
어설픈 루틴도 한 30-40 회 반복하면 변형이 되든 어쨌든
되긴 합니다. 나중에 뜯어 고치려면 정말이지..--;;
더 큰 문제는 안되는 것은 힘으로라도 하다보니
같이 추는 여자분은 정말 고생 그 이상을 감내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여기서 한마디..
절대 베이직 안 된 상태에서 무작정 따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춤만 안되는 거라면 괜찮겠지만 잘못하면
같이 추는 파트너가 다칠수도 있습니다.
아직 베이직이 허접한데..
사상누각이였습니다.
그 루틴은 반복하다보니 되는데 응용은 안되고
조금만 복잡하면 스텝이 꼬이고..(도와주는 이 없더이다..ㅠㅠ)
또 흥미를 잃기 시작할 무렵..
다시 강습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베이직의 원리위주로 하는 강습을 듣게 되었습니다.
(특정 강사 홍보가 될 듯하니 언급 피합니다.)
제게는 정말 무엇보다 필요한 갈구하던 강습이였고
아아..이래서 베이직이 중요하고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움직이게 되는거구나..
당시 잘추는 사람에게 들은 얘기중에
베이직 다시 들어야지란 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다시 베이직을 중시하는 강습을 듣고 있습니다.)
다시 춤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했고
반복으로 잘하는 춤이 아닌 재미와 원리를 생각하며 추려 애쓰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다 잘되는건 아니지만..--;)
물론 춤을 추다보면 각자 선호하는 패턴들이 나오게 되고 몸에
베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잘추는사람 따라하기식은 나중에 스스로
주화입마의 큰화를 입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치유하며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음..초보 시절의 글이 참 길기도 하네요.
아댄스에 새로 발을 들여놓으신 신입여자분들과
가끔 춤추며 느낍니다.
그분들이 되는 만큼만 추어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으며
반대로 현재 남자가 초보라 하더라도 정확한 베이직을
추구한다면 가장 빠른 길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자신감 가지고 베이직 위주라도 많이 신청하고 많이 추세요..
저는 많이 돌아서 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즐거운 춤, 편안한 춤을 추구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아직 허접하지만 즐겁고 편안한 마음과 상대에 대한
배려만이 즐거운 시간으로 이끄는 길인듯 싶습니다.
현란한 패턴을 많이 구사한다고 결코 상대방이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 즐겁자고 공연을 하는게 아니니까요..
허접하고 기나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주 글을 쓰겠다고 글 올린후 바빠 못올리다가
약간의 여유와 함께 초보시절이 생각나서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실수한 에피소드들은 정말 낯뜨거워져서 안올립니다..^^;
같이 댄스생활하다보면 서로 얘기 나누게 되는 자리가 생기겠죠??
모두들 즐댄하시길..
해피데이였습니다..
피에쑤 : 지난번 제가 올린글을 읽으시고 보니따에서
제게 살사 베이직에 관해 질문하셨던분..이번 주 다시 봐드릴께요..
실명은 거론 하지 않기로 하고..해피제니님에게도 도움을 받으시는것
같던데..이번주 점검 해 드릴께요..^^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자유로운 이야기
고백ㆀ
베이직은 배웠는데..누구랑 추나..
해피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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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0
03.06.15 07:26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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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추는 분들 패턴 보고 따라 할 려고 했는데...좀 참아야 겠네요...thank you
ㅎㅎ 저두 초보때 "벽화"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벽에 착! 붙어서 춤거절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_^
해피데이형,,정말 많은 생각하고 반성할수 있게 해주시는 글이에여, 감사해요 ㅜㅜ
^^ 글쓰시느라 힘드셨겟당. 글잘감상해꾸요. 도움많이되요...언재나.^^/
감동.......어흑..ㅡ.ㅡ;
--; 흐미 찔리는거...--;
오빠말에 적극 동감!! 저두 첨에 아댄에 들어와서 바에서 춤추던 때가 생각이 나는군여..ㅋㅋ 베이직 정말로 중요한걸 알면서 제대로 안하고 있네여...
해피데이 오빠가 있어서..전 그자체로..큰도움을 받은 사람중의 한명이 저입니다.. ^^ 감사합니다. 항상 초보인 분들께 춤을 먼저 청해주신 오빠..넘...고마웠어요.. ^_____^
읽으신 분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구여..^^; 렌즈야 글케까지 얘기하면 쑥스럽쟈너.,.^^; 모두들 즐댄 하자구여..^^
옳소!!! 해피오빠...멋짐돠~~ 저도 첨에 베울때...1개월간을 베이직만했슴돠...매일 말만가서..^^ 그러고나니 누구한테 잡혀두...그렇게 버벅대진 않더라구욤..*^^* 나도 지금도 박자 틀리곤하는데 머...캬캬~
정말로 중요하다는걸 알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그것을 망각하고.. 시간이 흐른뒤에야 느끼게 되네요.....
맞아여.. 중요한 말들이네여. 머리속에 새겨놔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