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갈대숲 사이로 쫘르르솔솔
우리 집 앞 실개울에서 들려오는
물흐르는 소리임이 틀림 없었어요
이내 엉거주춤해지는 자동차 바퀴소리도 그렇구요
나는 빨리 내리고 싶어서 안달을 했지요
몇 주 만에 서울에 갔다가
프란다스의 집이란 곳엘 가서
폭씬폭씬하던 제 털을 몽땅 잘리고 왔거든요
털깍는 기계소리에 무서워서 울고
이불을 안 덮고 자도 추운 줄 모르며 겨우내 정들었던
내 털이 잘려나가 서러워서 울고
빨가벗은 내 모습이 보기 흉해서 울고
더더덜덜 추워서 울고
잠깐 미용실 밖을 내다보니
하늘도 내가 가엾은지 같이 울어주었어요
암튼 난 빨리 충주로 내려가고 싶었어요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하소연이라도하고 싶고
가끔 내 밥을 뺏어 먹는 도둑고양이에게
화풀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대문 앞 요기조기 쉬야도 좀하고
커다란 함지박에 입을 대고
마음껏 물이라도 들이키고 싶었어요
서울서 내려오는 동안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밖앗쥔께선
내가 집 앞에서 꼬리치며 끙끙대니까
- 얘가 아나 봐
하시더라구요. 알다마다지요.
3박4일 만에 돌아왔더니
집 안팎 여기저기
며칠 수염 안 깍은 아자씨처럼
더부룩하게 풀이 자랐더라구요
호두나무 아래서는 연세 드신 할머니들께서
윤씨 아저씨네 사과밭 적과를 하시다가
우리 호두나무 아래로 오셔서 맘껏 쉬고 계셨어요
- 안녕하셨어요? (가장 상냥하고 가장 공손하게, 왈!왈!)
- 아이구, 얄굿게도 맹글어놨네..
(내 머리 양쪽에 붙은 꽃삔이 얄굿는 말씀?)
- 쯔즛, 쥐새끼 만한 것이 털꺼장 읍으니 원..
(피- 함머니들도 옷 다 벗어보슈- 나보다 더 흉할걸?))
- 저래뵈두 저 게 얼마나 똑똑헌지 몰러..
(아는 분은 다 아시쥠?)
아이고 추부라 !!
장담는아낙님께서 빨간 오리털파카로
제 집을 덮어 주셨는데
그런대로 견딜 만은 해서
참고 이 밤을 지냅니다요- 달달달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