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세상을 보는 창이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우리는 눈을 통해 사랑으로부터 자극받고
미로부터 유혹을 받는다.
눈은 아름다운 영혼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를 서로 연결하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신성을 직관하게 한다.
추상표현주의 거장 파울 클레의 묘비명에는 "나는 이 세상의 언어만으로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심미적인 몽상가답게 동심 너머를 표현한 것 같은 클레의 <검은 마스크>는
희귀한 난치병에 손까지 잘 움직일 수 앖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린 작품이다.
그의 그림은 기호제국의 언어처럼 낯설게
우리의 상상과 환영으로 인도한다.
검은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쪽 눈은 크게 뜬 채 현실을 직시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 눈은 감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긍정하며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한쪽 눈을 크게 떠야 하고,
삶을 사유하기 위해서는 한쪽 눈을 감아야 한다는 의미일까?
사람이 하나의 별을 깨닫기 위해서는
한쪽 눈을 크게 뜨고,
진실한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한쪽 눈을 감아도 된다는 것일까?
그리스 철학자플로티노스(205-270)는
"어떤 눈도 스스로가 태양 같지 않으면 태양을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어떤 눈도 아름답지 않으면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세상에는 삶의 겉껍질을 보는 눈도 많다.
어쩌면 생의 공허한 흔적을 따라 겉껍질만 남기고 가는 게 인간의 숙명인지 모르지만,
눈의 특권은
꿈을 꾸며 현실을 바라보고,
내면의 나라보는 일과도 같다.
크게 뜬 한쪽 눈으로 현실의 나를 바로 보고,
감은 한쪽 눈으로는 원래의 나를 사유한다.
눈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유하는 섬이고,
빛이고, 꽃이며
존재자의 자기 표현이다.
자신의 눈으로 참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신의 눈을 통해서도 참된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
ㅡ 민병일 프란치스코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