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내재된 소프라노 김지현의 특별한 음악 세계
성악가 김지현은 현재 남양주시 오페라단 음악감독 겸 상임 단원, 서울 예술 신학원 음악학부 학장 겸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녀는 중학교 2학년 때 충청남도 교육청에서 열린 학생 경연대회에서 우리 가곡 두 곡을 불러 은상 입상하고 지금까지 성악에서 하루도 멀어진 적이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어느 날은 밉기도 하고, 몇 년간 떨어져 있고 싶기도 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성악은 그녀에게 날이 갈수록 더욱더 좋고 늘 새롭게 보여져서 자신이 생각해도 스스로 놀라울 때가 종종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렇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주 소박하지만 화려한 꽃이 계절마다 피어나고 어여쁜 새가 노래하는 음악인의 집이 지어졌다. 배워갈수록 연습을 하면 할수록, 세월이 흘러가면서 마음속에는 조금만 더 큰 정원과 책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노래의 집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정말 여러 곳에서 노래를 하게 되는데, 노래는 몸으로 하는 학문이라 늘 허기지고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면 사람은 남보다는 자신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악가 김지현도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자신만을 중심으로 하던 생각이 바뀌는 감사한 날이 주어졌다.
대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연주했던 날이다. 임종을 앞둔 병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연주가 시작됐지만,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그녀가 노래하는 시간에 누군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임종을 맞이했다. 그녀는 그에게 마지막 노래를 헌정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보호자인 듯한 분이 혼자 계셨는데 그분은 문에 힘없이 기대어 그녀의 노래를 듣고 눈물만 쏟아낼 뿐이었다. 소리 없는 슬픔… 무거운 정적이 병실을 가득 메웠다.
성악가 김지현은 그동안 많은 무대에서 박수갈채만 보았다. 그러나 그날 연주에서 삶과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함께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하루하루가 소중했고 감사했다. 미래도, 죽음도, 현재도,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본 것이다. 그녀는 그 후도 요양병원, 치매 병동 봉사 연주도 2년 넘게 매달 다녔다. 그곳은 그 어떤 관객들보다 가장 맑고 순수한 그녀의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이었고 가장 멋진 관객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봉사 연주로 시간을 보내면서 주변이 보였다.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은 그녀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사람의 늙음, 시간의 흐름, 자연의 빛, 소리는 보이는 것이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인간의 신음소리 같은 것들은 노래 공부하는데 아주 다른 것이 보였다. 그녀는 말한다. “성악은 매우 이타적인 학문입니다. 나 한 사람이 초가 되어 여러 사람에게 불타는 빛의 음악을 선사해야 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스승이신 강락영 교수님은 늘 강조하셨습니다.”라고.
그녀, 성악가 김지현은 음악 문화로 세상을 전부 바꿀 수는 없지만, 오늘의 연주로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생각이 가벼워져서, 오가는 말과 마음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 반복되게 할 수는 있을 거라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세상의 작은 부분을 음악으로 서서히 아름답게 바꿔주는 귀한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늘 양질의 음악을 언제든 주고 싶어서 연습하는 자신이 만족스럽다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소프라노 김지현이다.
소프라노 김지현 프로필
목원대학교 성악뮤지컬 학부 성악 전공 졸업(2008.02.21.)
이탈리아 Accademia musicale Il seminario 성악 최고 연주자 과정 디플로마
남양주시 오페라단 음악감독 兼 상임 단원 (현) 2020년2월부터
서울 예술 신학원 음악학부 학장 兼 성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