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전화번호가 떴다. 문득 오전에 최훈민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떠오른다.
‘요즘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난다. 의미없는 논쟁에 지친다. 본인의 길을 가라! 나는 내 길을 갈테니까!’라고 쓰여있는 글에 그런 사람 상대하지 말고 우리들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 좀 상대해달라고 핸드폰번호와 메일주소룰 남겼다.
예상이 역시 맞았다. 최훈민군이다. 언제적인가 가물가물한데 마치 첫사랑의 전화를 받는 것처럼 설렌다.
최훈민군은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인 입시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본인도 성적에 따라 친구들을 계급적으로 나누고 경쟁자로 만드는 학교교육이 싫어 고등학교2학년을 자퇴하고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우리학교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18세의 소년이다.
입시교육에 시달리는 학생은 내가 수험생이었을 때도 입시생을 자녀로 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은 어디로 가고 오로지 재단과 교육을 핑계로 밥먹고 사는 자들을 위해 존재하는게 학생인듯..
그런데 고통의 당사자인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학생이 주인되는 새로운 ‘우리학교’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제도교육이라는 낡은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 광야에서 몇십년을 기다려 초인을 만난 듯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설렘이다.
최군과 그 친구들이 함께 지회사무실로 들어온다. 어린 혁명가들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촬영카메라를 들고 온 정성원군은 다큐멘터리감독이 되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영상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이다. 이미 역사적 현장을 촬영하고 있으니 자기의 진로를 아주 모범적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보인다.
홍일점인 정윤서양은 모범적인 고등학생이었지만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바라봤던 대학들이 내실이 없이 그저 4년과정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커리큘럼과정만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유학을 고민하다 최군과 우리학교의 설립의도에 공감하고 같이 실현하고자 자퇴서를 제출했단다.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대학의 커리큘럼까지 살펴본다는 고등학생이 얼마나 있나. 참으로 야무진 학생이 아닌가. 누구보다 교육과 자신의 진로를 결부시켜 고민하였고 그들의 결정은 섣부르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진지함이 베어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대목에선 감탄하고 어떤 대목에선 웃기도 하였고 또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가슴아픔에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최군은 총선에서 야권이 대대적으로 승리해도 항상 그렇듯이 학교교육은 여전히 입시교육으로 학생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별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들의 힘으로 이 어려운 입시교육을 해결해 보겠다고 하는 최군과 친구들을 보면서 아무 희망도 주지 못한 부모세대로서 다시 한번 면목이 없어진다. 그러나 끓을 때까지는 별 변화를 보이지 않는 물이 일정온도에 다다르면 끓어 넘치듯이 최군과 같은 친구들이 이렇게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우리교육의 문제점은 펄펄 끓어 넘쳐서 새로운 지점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몸짓에 이번 총선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들중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의 갈망을 담을 교육에서 혁신적인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꼭 흑 아니면 백인가 80년대 칼라TV를 보며 흑백TV와는 차원이 다름을 느끼지 않았던가
이제 새누리당 아니면 민주당인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더욱 진보를 앞당길 수 있는 정당에 표를 줘야 입시지옥도 복지도 경제민주화도 해결될 것이라 본다.
그리고 최훈민군, 정윤서양, 정성원군이 듣고 싶었던 말 그런데 다시 못해준 말 여기서 해본다
“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15년을 번거야~ 다른 사람들은 30이 돼서야 자기 길을 가지만 ‘우리학교’ 친구들은 10대부터 이미 자기가 선택한 자기의 길을 걷고 있으니 스스로 주인되는 길을 가는 ‘우리학교’ 친구들 정말 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