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강추위로 대지는 꽁꽁 얼어붙더니 기어이 주말에는 한파주의보까지 발령한다.
혹시나...겨울바다여행을 눈치라도 챈건 아닐까하고 심술꾸러기 동장군에게 의심을 품어 보기도하지만
여행을 떠나고 싶어 안절부절하는 마음을 막지는 못했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어린아이처럼 흥분하여 밤 잠도 설치며 신새벽 집을 나서니 쌩하고 찬바람이 지나간다.
여전히 식어버린 연인의 마음처럼 차갑다는 걸 실감하지만 충분히 용서해주며
지하철역으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갔다.
이미 사당동에는 겨울바다여행 버스가 와 있었다.
처음 보는 님들이 더 많았지만 바다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여 모두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나타난 아침햇살이 겨우네 메마르고 거치른 들녁을 포근히 감싸 안으며
하루를 맞이하는 걸 차 창문 너머로 바라본다.
이따끔씩 눈부신 아침 햇살에서 따사로운 사랑을 건져올려 겨우네 추위로 지친 내 가슴을 덥혔다.
겨울바다여행차가 미시령고개를 넘어서자 하얀 눈으로 뒤 덥힌 설악산이 자태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과연 설악산(雪嶽山)답구나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오게 신비스런 모습을 펼쳐보인다.
백지에 굵은 붓으로 산맥만 그려 놓은 듯 싶은 설악산.
대자연은 아무도 흉내낼수 없는 명품의 동양화를 그리기도 한다고 그들은 무언의 몸짓으로 보여주고 있어
그들의 위대함을 새삼 절감한다.
겨울바다여행차가 드디어 도착했던 속초시 동명항.
차에서 내리자 비릿하고 짭쪼롬한 갯내음이 코 끝을 스친다.
'아....바다에 왔구나'
바다갈매기들이 부지런하게 아침사냥하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구경하고는
곰치탕으로 소문이 자자한 옥미식당에서 아침식사로 곰치탕을 먹었다.
곰치살이 부드러워 입에 넣기만하면 찝을 것도 없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곰치탕을 먹고 나오면서 마주쳤던 옥미식당 주인아저씨 대파를 짜르면서 하시는 말씀에서
자신의 집에서 만드는 곰치탕에 대한 자부심도 우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속초 동명항에는 영금정(靈琴亭)있다.
바다 끝에 마치 정자처럼 나 앉아 있는 영금정.
층층히 나무계단을 올라가 정자안에 들어가자
바다 한가운데 있는 바위에 바다갈매기들이 모여서 구수회의하는게 한 눈에 들어온다.
제법 넓직한 바위에 빼곡히 앉아있는 바다갈매기.
그들이라고 왜 심각하게 의논 할일이 없겠는가 싶어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하얀눈이 소복하게 덥힌 대청봉도 소청도 울산바위까지 설악산의 모든것을 볼 수 있었던 영금정.
과연 선녀들이 그 아름다움에 취해 비파도 탈만하다.
층층히 나무계단을 내려 와 혹시라도 선녀들이 깰까봐 살며시 나무문을 닫아본다.
영금정 바로 옆에 있던 등대에도 가 봤다.
바다의 길잡이 등대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만 있던게 아니고
손 만 뻗히며 잡을 것 처럼 가까이에 설악산도 있다.
동해바다가 있는 속초에는 뒷동산 설악산도 있다고 등대는 분명하게 확인시켜준다.
막간을 이용하여 잠시 들렀던 금강산 건봉사
부처님의 진신치아사리가 모셨다는 적멸보궁은
둥그렇게 모양을 낸 법당문을 실내화 신고 들어가 법당 뒷편에 있는 사리탑을
법당 내부 유리창 벽을 통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특이하기도 했지만
실내화를 신고 법당 안을 들어가 구경 하는 것만으로도 불공을 드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4대 사찰중에 하나였고 임진왜란 중에는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켰던 의식이 펄펄 살아 숨쉬는
사찰였다 하더라도 6.25 한국전쟁에서 아군과 미군 그리고 북한군의 치열한 격전지였던 사찰은
모두가 소실되고마는 뼈아픔 경험을 한다.
약소국의 비애를 온 몸을 겪다가 결국에는 존재마저 없어졌다 되 살아난 금강산 건봉사.
아직도 절터였던 흔적이 더 많은 금강산 건봉사이지만,
언젠가는 이름에 걸맞게 금강산에 있는 건봉사가 될 날도 오게 될거라고 믿으며
허옇게 얼어붙은 얼음장사이로 졸졸거리며 흐르는 무지개다리 아래 냇물소리에 희망을 걸어본다.
곱게 부서진 조개껍질이 가끔씩 눈에 띄는 모래사장이 내 세상인듯 내 달렸던 화진포해수욕장.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파아란 바닷물이 잔잔하게 파도를 치는 걸 바라보며
울컥울컥 내 설음을 쏟아낸다
설음이 복받쳐 눈물이 솟았지만 차마 보일 수는 없었다.
내 설음이 바닷물에 용해되어 하얗게 파도를 일으킨다.
절대로 울고 싶어서 겨울바다에 오지 않았는 데 겨울바다는 왜 내 설음을 부추기는 것일까?
겨울바다 갈거라고 했더니 추워서 얼어죽을거라고 겁도 주었고
갈 수록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얼어죽으면 어떡하나하고 은근히 걱정을 하면서도
안절부절못하면서 기다렸던 겨울바다여행.
동장군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눈 부신 햇살이 봄인듯 싶었던 겨울바다.
기다렸던 보람은 고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다.
2012.2.19
NaMu
첫댓글 추운데 뭐하러 겨울 바다에 가요. 앤이랑 간다면 얼씨구나 하고 가겠지만서도.
지말이 고말이구먼유 ㅎㅎㅎ
잼난 야그 하나 할께요.
머리 복잡해지고 맘 고생하는게 앤이라고해요.
나무님 ㅎ 주어진 시간에 그래도 한번씩 일탈할 수 있슴이 부럽습니다 전 이제 행동으로 옮기는게 잘 되질않습니다
겨울바다여행 행복한 시간이 되었겠지요 늘 한번씩 어디론가 떠날 수 있슴에 감사하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즐건날 되시구요 ㅎ ^^*
봉냄이님 광안리 오세요 ㅎ
그러게요...직장맘들이 다 그렇지만...어디 자신만을 위한 시간 내기가 쉽지가 않아요.
일상탈출 생각이야 늘 있지만 실천하기란 정말 너무 힘든게 현실이기도하구요.
길건너면 바닷가인데 안가본지 오래내요
동해안 큰 바다도 보고 싶내요 어디든 떠난다는 것이 행복입니다
ㅎ여을님 요즘은 조금 여유가 있나봅니다 광안리가면 결바다도보고 또 가을이도 여을님도 다 볼 수 있을텐데
언제 한번 날잡아봐야겠네요 ㅎ ^^*
길 건너가 바다라도.. 맘 편하게 갈 볼 수 없을 만큼 바쁘게 살아야하는게 우리네 현실인가봐요.
훌쩍 떠난 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그~츄^^
계절마다 바다가 갖고잇는 독특함이 잇는것같아요 전 여름바다도 확트이고 시원하고 좋지만 겨울바다를 훨 사랑합니다 정동진은 제가 동경하는 가장멋진바다중 하나죠 바다는 엄마와 같다지만 정동진은 그푸름름이 아버지갇이 엄숙하고도 장대한거같아요 확 그냥 떠나버려??
물이 무서워서 수영도 못 배우고 말었는데요.
사람들이 바다를 가고 싶어 하는 이유를 이번 겨울바다여행에서 확실하게 깨달었어요.
바다는 내 모든 아픔을 알아 줄 것 같았거든요 마치 엄마처럼...
정동진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요.
작년 능경봉 산행때 멀리서 보긴 했지만 가 보진 못햇어요.
자~떠나자 동해바다로~~좋죠^^
아직은...설악산에 눈이 있을때 함 가보세요.
꽃 피는 봄이오면,그때 여행을 다니세요.지금은 추워요.
바다여행 한다고 했더니 장죽님처럼 모두가 말렸어요.
얼어 죽는다구요. 그렇지만 동장군이 한 눈 팔때는 겨울바다...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어요.
꽃 피는 춘삼월...여행 다닐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기나 할려나몰라요.
울산바위에서 바라본 미시령...그림같은 그 미시령 고갯길을 넘으셨군요...
건봉사도 다녀오셨고... 잘 하셨습니다.
미시령...이름도 이쁘지만...미시령인지도 몰랐어요.
세상에나...설산이 어쩜 그렇게도 멋있고 신비스럽던지...
(멀리서 설악산 보기는 난생 처음엿거든요)
절터가 더 많았던 건봉사...건봉사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기다렸던 여행였는데요...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해요.
(우물안 개구리 NaMu가요)
겨울바다는 통쾌한맛이 있어요,..거칠것없는,...
부산에 함 오세요,...겨울바다 마니 있습니다,...ㅎ
번데기 앞에서 주름 NaMu맞는거죠.
바다 하면 부산인데 말예요..
늘 상 바다를 끼고 사는 쉬리는
겨울바다보다도 눈이 더 그립더라는~~ㅎ
아~ 그렇군요...바다가 있는 동네에 사시나봐요.
눈 덥힌 설악산 대 자연이 위대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겨울바다.막연한 희망입니다^^*.제가있는곳은 바다보기가 힘드네요..
막연한 희망이 현실되려면 용기도 필요하다고해요.
혜교님께 용기를 위~하여^^
일부러 찾아서 읽게되는 님의 글이,,
요즘 제 감성을 달래고 순화 하고 있습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
잘 쓰고 싶은 마음이야 하늘만 하지만,
그게... 맘 대로 안돼서 속상할때가 더 많아요.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앱쏠루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