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미스트 이른 새벽 마당으로 새가
날아들었어. 어린 나는 신비한 새의 날갯짓을
훔쳐보았어. 행여 날아갈까 가슴 조이며 새의
등은 코발트블루로 빛났어. 어두운 수풀 그늘에서도
눈에 띄는 새의 날개는 숨길 수 없는 마음 같았지. 누구를 향하는 마음이 그토록 환하고
선명했을까. 엄마는 집을 나갔어. 구겨진 편지처럼 버려져 하염없이 배가
고팠어. 책상 밑에 숨어 쥐처럼
허겁지겁 땅콩버터를 퍼먹었어. 달콤하고
느글거리는 식감이 배 속에 눌어붙을까 걱정됐지. 밥과 영혼은 정비례해. 수없는 다리를 흔드는 그리마가 온몸에
달라붙어서 몸뚱이가 타버리지 않는 이상 마음을 먹어치울 것 같았지. 인생은 가시밭길이고 사랑도 다
거짓말이야. 피딱지가 붙은 입술 허공에 걸린
거울 속에 붙은 정교하게 쪼개진 마음. 몸은
사랑을 기억하지만 마음은 밥에 가 있어. 밥풀에 엉겨 붙은 심장이 말해. 입술이 없는 심장의 소리는 아무도 들을 수
없어. 몸을 웅크린 채로 시간이
흘러가도록 버려두었어. 나비의 수명은 한 계절이야. 기면서 한 계절 매달려서 한
계절 흉측한 몸을 비우고 바꿔 겨우 보름을 날아 그래서
나비의 날갯짓은 소리를 뱉지 않고도 시간을 전달하는 꼭
그만큼이야. 나는 입술에 지퍼를 달았어. 말은 침묵 속에 갇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