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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나이트 연합과 유서깊은 버밀리온(구 그랜드크로스) 의 대결은 T.B의 장 어디에서든지 화제가 되어가고 있었다.
T.B 당국에서는 촬영용 위성을 보내어 상황을 생중계하기로 하였으며, 모든 솔저들은 T.D에서 그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조치되었다. 도박사들 역시 날뛰었는데, 도박사들의 평론으로는,
블랙나이트 연합 : 버밀리온 연합의 배팅비율이 9:1 이라고 한다.
많은 도박사들과 도박 초짜들이 블랙나이트에 많은 돈을 걸고 있었다.
T.D 봉천동 지점. 여기에도 수백의 솔저들이 모여서 블랙나이트와 유명한 그랜드크로스의 대전투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전투개시 시간은 3시간이나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리를 맡아놓고 팔아먹을
정도로 이 생방송은 인기가 좋았다. 무슨...야구장 경기 구경온 듯이 페인들도 잔뜩 와 있었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
"혜성아...누가 이길거 같아?"
"......"
강혜성과 임문희는 사실 이곳에 배틀을 관람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아이템을 새로 구매하러 온 것이었는데, 마침 오늘 블랙나이트와 그랜드크로스가 싸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벙벙하여 이곳에 줄창 머물러 있게 된 것이었다.
애인인 문희는 그 소식에 신나 하며 마치 연에인을 보듯이 들떠 있었지만,
세상살이 참 긍정적이고 편하게 하는 문희와 달리, 혜성은 아까부터 기분나쁜 표정만 말없이 짓고 있었다.
그 역시 과거 그랜드크로스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진한 검은색 눈썹에 물결이 파도에 출렁이듯이,눈썹이 파르르 떨려옴을 문희는 느꼈다.
"왜그래? 아까부터 기분이 안좋아보여!"
"그 머저리들...진짜로 블랙나이트연합과 싸우러 나갈줄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한 포즈를 짓고는, 혜성은 한숨을 휴우~-하고 내쉬었다.
그는 지금까지 버밀리온(그랜드크로스)팀원들에게 냉담한 태도를 취하여 왔으며,
그동안 들어온 지원 요청을 모두 묵살하였으나, 그랜드크로스 자체에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아직도 자신을 그랜드크로스의 일원으로 여기고 있는 남자였다.
그렇게 그랜드크로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혜성에게, 그랜드크로스가 얼마 되지도 않는
병력으로 블랙나이트와 싸우러 나간다는 소식 자체가 저주스러웠으며,
그로 인해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던 그랜드크로스가 사라지게되면 어쩌나 싶어, 겉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속은 조마조마한게, 심장의 피가 역류할 것만 같았다.
현재 총장인 하성후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블랙나이트에 싸움을 걸었는지는 몰라도,
그의 속은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는 블랙나이트측에서 먼저 도전장을 내민 사실을 모르고 있다.)
"성후 이노옴..........지기만 해봐.....가만두지 않겠다..."
"우린 그랜드크로스랑 이제 관계없잖아?"
하긴 그랬다. 그랜드크로스를 탈퇴한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라,
그들에게 그랜드크로스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은 이제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과거 그랜드크로스 총장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혜성은, 그랜드크로스 전 총장으로서, 지금 총장인 성후의 바로 전 총장이었다.
그랜드크로스가 거의 멸망해가는 시점, 세력을 모두 잃고 비틀거리던 시점에 운없는 총장으로
오른 그는, 그랜드크로스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하여 여기저기에서 악전고투하였지만,
결국 작년의 '대참사'로 인하여 그랜드크로스 총병력(당시 고등학생 이상급)800명은
대다수가 폐기되어버리고, 폐기를 면한채 도망친 자신과 문희, 몇몇의 팀원들만 살아남아
도망쳤지만, 폐기된 동료들에 대한 슬픔과 죄책감은 아직까지 그의 마음속을 창처럼 찌르고 있었다.
아마 그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38명 전체가 모두 아픔을 느끼고 있으리라.(무골호인 같은 문희조차도
한달에 한번씩 꼭 그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고 있다.)
바로 그 아픈 역사, 그것을 반복하는 것을 악마를 보듯이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그랜드크로스가 전투에서 진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는 파생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강제로 총장자리에서 은퇴한 그와는 천차만별의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혜성은 곰곰히 생각하였다. 성후는 자신이 믿고 후임으로 뽑은 총장이었다.
그런 성후가, 자신이 가장 아껴오던 후배인 성후가 실수로 인하여 사장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자신이라면 몰라도, 앞길이 밝은 그들이 사장되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을 지켜보고만 있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전멸하면 '방조죄' 를 자기 자신에게 덮어씌워 자책할 것만 같았다.
자신의 후배인 그에게, 그리고 겨우 명매을 유지하는 그랜드크로스에게 다시 한 번 지옥을 맛보게 할 수는 없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는 얼굴의 X자 상처를 거울을 통해 바라보았다.
작년, 전투에서 패배할 당시, 블랙나이트 연합총장인 박대호에게 나이프로 찢긴 상처이다.
그 이후로, 블랙나이트와 박대호를 생각할떄마다 상처가 쑤셔오는 것만 같았다.
원수와도 같은 그들이 자신의 후배들을 괴로빌 거라고 생각하자, 그는 온 몸의 피가 요동치는 것만 같았다.
혜성은 즉시 집었던 물건을 내려놓고 가게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문희가 뒤늦게 그의 뒤를 따라 허둥지둥 빠져나오면서 소리쳤다.
"혜성아! 어디가?! 어디 가냐고?!"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문희에게, 혜성은 목소리를 깔면서 한 마디 하였다.
"결판을 지으러."
항상 입고 다니는 길다란 군청색 겉옷을 벗어서, 그는 옷깃 부분을 잡아서 찢어 버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등판 부분에, 또 하나의 천으로 가려져 있던 문양이 달비 가운데 드러났다.
그 문장은 바로, 은색 십자가가 찬란하게 수놓아져 있는, 지금과는 다른, 과거의 그랜드크로스,
전체총장의 문장이었다.
밤 11시, 피크랜드파크 공사장 공터(폐허)
1년 전에 잘나가던 한 기업이 용을 써가면서 이 곳에 대규모 놀이 시설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였었다.
그리고 그 즉시 이 땅은 요란한 기계소리가 천지를 울릴 듯이 돌아가면서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기업의 도산으로 인해, 공사는 흐지부지 되었고,
결국 공사안은 없던 것으로 되어 버린 채, 이 공터만 황량하게 남게 되었다.
그 이후로 이 공터는 할 일 없이 노는 땅으로 남아 있었으며, 가끔 주변 어린이들의 놀이터 혹은
T.B 솔저들의 결투장으로 가끔 쓰이고 있었다. 오늘 버밀리온과 블랙나이트가 맞부딪히는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사실 10시 40분부터 블랙나이트 전원은 이곳에 모여서 승리를 벌써 선언한 듯이 돗자리를 펴고 술판을 벌인다던지,
포커를 친다던지 고스톱을 치는 등 기강이 아주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머릿수만 믿고 벌써 이긴 기분이었다.
그걸 말리고 기강을 잡아야 할 대표 박대호도 오히려 참모들과 함께 구석에서 육포를 뜯고 있었으니,
기강은 있으나마나한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졸려, 이놈들 대체 언제오는거야?"
"하하. 우리의 머릿수를 보고 설마 다 튀어버린거 아닌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우리의 승리는 확실해지는 겁니다!"
"그놈들이 무슨 작전따위를 편다 하더라도 이 숫자의 차이는 이기지 못하는 법이죠! 그렇고 말고요!"
오히려 간부들의 정신상태가 더 썩어 빠져 있었다.
작전을 책임지고 모두들을 집중시켜야 할 간부들이 앞장서서 술파티를 열다니. 그것도 적이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마당에....
"그놈들, 나타나기만 해봐! 모두 일격에 작살내줄거니까!"
"이 수로 몰아붙이면 독 안의 쥐지! 하하하!"
"고작 백명가지고 뭘하겠어?"
"배반자 동방불패놈들도 함께 족쳐주마! 핫핫하하!!"
연합총장 박대호도 벌써 다 이긴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무리 동방불패와 합류하긴 하였어도, 놈들은 겨우 백이 넘는 숫자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육백에 육박하는 대군이다.
이건 어린애와 어른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그의 시점에는)
그가 할 일은, 적들이 언제 나오나만 찾아서, 적들을 추격하기만 하면 되는 것.
그것이 끝이었다. 그는 아까부터 술을 퍼마시면서 즐겁게 웃기만 하고 있었다.
"잔챙이들 언제든지 와보라 이거야!! 승리는 우리것이다!! 크하하하!!!"
즐거운 술파티를 벌이고 있는 블랙나이트 연합을 쳐다보는 눈길이 있었다.
바로, 선봉을 맡은 아영 외의 스무명이었다.
그들은 전투에 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수만 믿고 술파티를 벌이는 저들이 극도로 한심해 보이기만 하였다.
"정말 막장이군 막장이야. 적을 눈앞에두고 술을 마시다니. 정말 미쳤어. 너희들의 그 자만은,
너희들이 마신 술의 양만큼, 너희들의 피로서 흘러나올 것이다."
아영은 적진을 한번 둘러보고는, 출격을 명령하는 제스처로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뒤를 따라 선발대 스무명이 연합의 깃발을 앞세우고 소리를 죽인 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와아~ 아무나 이겨라!!!"
T.D에서는 어디서든 이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솔저들의 관심을 모은 전투가 이제서야 막을 올린 것이다.
봉천동 지점, 약 500명씩이나 되는 솔저들이 구경을 하러 몰려온 탓에 T.D 측에서는 대규모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를
준비하여 머거리 등을 판매함으로서 짭짤한 이득을 올리고 있었다. 돈판이 제일 크게 벌어진곳은,
뭐니뭐니해도 도박판이었다.
"블랙나이트에 오만원!"
"블랙나이트에 50만원!"
"블랙나이트에 30만원!"
이 소리들처럼, 도박사들은 모두 블랙나이트의 승리만을 점치고 있었다.
일반 고객들 역시 도박사들을 따라하느라 블랙나이트에 돈을 몰아부어 주는 통에,
버밀리온에 돈을 건 사람들은 불안해져만 가고 있었다.
(혹은 대박을 예감하고 마음속으로 웃고 있었다.)
자신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떄문이다.
물론 사람이 없는쪽이 이겼을 경우 많이 받지만, 그래도 함꼐하는 사람이 있어야 그것이 더더욱 재미있는 법이었다.
벌써 판돈 전체는 1억을 넘어서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걸었는지 예감할 수 있었다.
"아휴..심심하다. 이러다가 지면 우리 쪽팔린거 아냐? 왜 버밀리온에 걸자고 한거야?"
친구의 부탁으로 인해 버밀리온에 돈을 건 한 솔저가 친구를 탓하며 말하였다.
그는 블랙나이트를 걸고 싶었지만, 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여기에 걸게 된 것이다.
그 친구조차 지금은 변비로 인하여 화장실에 간 후, 블랙나이트를 응원하는 목소리만 높아져 가자 그는 슬슬
불안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지면 개망신만 당하는거아냐? 왜 여기에 넣자고 한거야...으휴...'
그렇게 그가 마음속으로 불평을 하며 입맛만 쩝쩝 다시고 있을때, 굵고 낮은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의심하게 하였다.
"버밀리온에 오천만원."
미친 액수였다. 그것도 블랙나이트도 아니고, 패배가 확실한 버밀리온에 오천만원이라는 거금을 건 사람은
대체 누군가 하여 그 얼굴을 모두들 놀라 쳐다보았다.
"아니....당신은??!"
혜성이었다. 그는 과거 그랜드크로스 총장 시절에 입던 옷을 걸치고 나타나 오천만원을 걸었다.
친구를 기다리던 그는 깜짝 놀라 수군대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서 혜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 왜 저기(버밀리온)에 건 거죠? 질게 뻔하잖아요! 당신 돈 많아요? 돈 잃는다고요! 당장 취소해요!"
그러자 혜성은 문턱으로 나가다가 잠시 뒤돌아 섰다. 그의 앞, 즉 문앞에는 문희와 여러명의 동료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있는 깃발은 1년전 전투에서 잃어버린 것으로만 여겨져왔던 구 그랜드크로스연합의
깃발이었다. 그것을 본 솔저는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혜성이 그를 쳐다보았다.
"잃지 않아. 다만 우리는 오늘 거금을 벌 뿐이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거 같나? 저 무식한 하이에나 무리들은 오늘
도박을 접고싶은 마음만이 들게 될거야. 우린 이긴다. 반드시. 우린 그랜드크로스이다."
그리고 말없이 떠나는 그의 뒤로 40명 남짓의 인원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솔저는 그 뒷광경을 보고 자신의 눈을
그후 30분동안이나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말을 잃은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황공함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휘날리는 한밤중의 벚꽂 사이로, 멸망한 줄 알아던 그랜드크로스 본대가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멍하니 한마디 중얼거렸다.
"그.....그랜드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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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 전쟁의 시작입니다. 동시에 혜성의 과거 위치가 드러났습니다.
과거 처절한 패배를 맛보고 강제로 퇴위한 그는 이제야말로 자신의 동료들을 구하려고 나섰습니다.
그랜드크로스 공식 멸망 이후, 급조된 버밀리온과 달리, 과거의 정통 그랜드크로스 연합이었던
그의 팀(작년에 살아남은 인원들)이 드디어 출전을 하였습니다.
전쟁화 중 혜성과 문희의 활약을 상세하게 적어놓을 예정입니다.
모두들 응원을.....
첫댓글 혜성이 멋지다..(>ㅁ<)
우왕드디어댓글이다~꺄아~ 감사합니다~^^멋진 캐릭터죠. 헤성씨는...
뭐 .. 필승이네여 -ㅁ- ;;
이제 전쟁 시작이군요... 5천만원을 걸었으니... 무조건 이겨야 하네요....^^
어마어마한 금액...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