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이씨 성의 야구선수가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친다. 삼성 이승엽(27)과 기아 이종범(33)이 23일부터 빛 고을 광주에서 만나 자존심을 건 운명의 4연전을 벌인다.
공동 2위팀끼리 맞붙는 이번 4연전은 올 시즌 프로야구 중 가장 큰 이벤트로 모든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려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 54호 홈런을 기록중인 '라이언 킹'이승엽이 과연 아시아 신기록인 56호를 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 거리다.
이승엽은 광주를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광주 구장만 가면 펄펄 날았다. 중요한 이정표가 된 주요 홈런을 많이 쳤다. 95년 5월 2일 이승엽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프로데뷔 첫 아치도 이곳에서 해태 이강철을 상대로 해 우월 솔로포로 그려냈다.
이승엽 신드롬이 위세를 떨치던 99년에도 9월30일 해태 강태원에게 올해와 마찬가지로 밀어쳐서 54호 홈런을 만들어냈다. 현대 심정수와 아슬아슬한 시소 레이스를 펼친 지난해에도 10월 20일 시즌 마지막 경기인 기아전 연장 13회에서 오봉옥에게 47호인 중월포를 쏴 1개 차로 극적으로 홈런왕에 올랐다.이승엽은 이 홈런으로 단독 홈런왕이 되며 시즌 MVP에 올랐다.
기아 이종범에게는 최소시즌·최소경기 400도루가 걸려있다. 22일 현재 통산 399도루로 단 하나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종범은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답게 올 시즌 도루 1위(47개)를 달리며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 전준호가 세운 기록(12시즌·1302경기)을 무난히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재 8시즌 843경기에 나섰다. 2루타를 몇 개 치는 지도 눈여겨 봐야 한다. 22일 현재 2루타 39개로 지난 92년 박정태의 한 시즌 최다 2루타 기록(43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삼성과 기아가 벌이는 막판 순위싸움도 불꽃이 튄다.두 팀은 나란히 73승으로 선두 현대의 뒤를 3승차로 뒤쫓고 있다.4연전의 승패에 따라 포스트시즌행 순위가 결정난다.양보할 수 없는 경기다.기아는 후반기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삼성도 최근 3연승을 거두는 등 양쪽 모두 페이스가 좋아 명승부가 예상된다.
이승엽의 방망이와 이종범의 발이 펼치는 한 편의 드라마가 빛고을에서 곧 막이 오른다.
백상현기자 shba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