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주둥이가 비뚤어져 사람을 물어대는 일이 없다든가요?
그래서인지 요즘 저녁에도 모기의 극성은 사라진것 같습니다.
이때쯤이면 잘 자라던 풀들도 성장을 멈추기 시작한다고 했었으니 그래서
벌초도 처서를 넘겨야 더 이상 풀이 크게 성장하지 않는다고 예전 노인들에게
전해들었습니다.
아침 들녘의 한가로움과 발길에 채이는 이슬도 제법 차가워 졌으니
한결 가을 정취가 다가온듯 밭두렁에는 들깻잎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귀뚜라미 노래하니 촌부의 마음만은 한가로운데 저만치 논둑의 백로는
그 한가로움에도 사방을 경계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립니다.
어린시절 요맘때면 벼잎사귀를 갉아먹는 메뚜기들이 떼지어 날아다니고
우리는 그 메뚜기를 잡으려 논둑을 이리저리 오가며 벼포기를 밟아
주인에게 혼도 났었지만 강아지풀로 꿰미를 만들어 메뚜기를 꿰어들다보면
몇개의 꿰미가 되기도하고 아예 맥주병이나 정종병에 담아 잡아오기도
했었으니 .....
그 메뚜기들은 주로 닭장에 갖혀져 있는 씨암탉들의 특식이 되기도 했었지만
가끔은 구워먹기도 하고 무쇠솥에 들기름 몇방울 떨어뜨리고 볶아먹기도
했었으니 그 고소한 맛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던 특식이 아니었던가!
한때는 고급 술집의 안주로 상품화 되기도 하였고 아예 중국에서 수입하여
호사가들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떤 노인들은 "그 지독한 흉년에는 쌀겨조차도 빚으로 얻어다
먹고 살았을때 그 흔한 메뚜기를 식량으로 이용할 생각을 못했었는지~~"
하며 머리를 긁적입니다.
이젠 들길에 나가도 메뚜기 풀무치 방아깨비를 만나기 힘듭니다.
어쩌다 만나면 그리도 반가울수가 없습니다.
몸짓 푸르고 큰 몸짓으로 힘차게 날아오르던 풀무치를 몇해전에
한번 본 뒤로는 못 보았습니다.
방아개비 잡아 뒷다리 붙잡고 길쭉한 몸뚱이로 방아찧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했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한마리 붙잡고 즐겨보니 그 즐거움에
그놈 뒷다리 부러져 평생 불구자 될까봐 얼른 풀어주고 말았습니다.
어릴적 같았으면 아궁이 짚불에 당장 구워 먹었으련만...
이젠 농촌에 버마제비(사마귀를 어릴적 이렇게 불렀지요)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놈 두어마리 붙잡아 동족 살상의 싸움시키며 떠들고 재미있어 하던
시절이 간곳없듯 모두가 시나브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 생물들을 없애며 농약을 친 탓인지 환경이 변한 탓인지는 몇몇 사람들의
관심과 외침으로 끝나고 그렇게 사라져가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방아깨비-
- 벼메뚜기 -
첫댓글 감사히 읽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