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당 관련구속자 한용진씨 모두진술

[이정우]

소식란
'민혁당'사건과 관련된 자료나 소식,기타 의견란입니다.

쓰신 분 : 김숙경 (sk1010@hanmail.net) 505 번째 게시물, 조회 : 19, 줄수 : 37
한용진의장님 모두진술입니다
내 직업은 조국의 통일을 일궈내고 민족의 자주화와 민주화를 실천하는 변혁운동가입니다.
하지만 변혁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변혁운동 할 것을 결심했던 84년도의 분위기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곧 생명까지 포함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득권이라는 것이 내가 살아갈 권리까지 포함되는 것이었기에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변혁운동의 한 방편이었던 격렬한 시위가 진행되었던 시기에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습니다. 이한열열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직격 최루탄에 맞은 적도 있었고, 전경이 던진 별돌에 양미간을 밪기도 했으며, 해골이 드러날 정도로 방패에 심하게 찍히는 것 외에 수 없이 많은 부상을 당했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지 이렇게 아직은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변혁운동 속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지와 후배들이 나보다 먼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도 햇습니다. 그리고 그런 동지들의 몫가지 사워나가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기도 했습니다. 그 결심이 굳어지면 굳어질수록 더 많은 기득권을 나는 포기해야했습니다.
변혁운동을 선택함으로써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나는 지금도 빈털틸이입니다. 가난한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변혁운동을 해온 17년간 내 명의로 된 전세방이라도 가져본 것은 2년도 안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의 주소조차 기재할 전세방 한 칸이 없다는 것이 구속사유중 하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민족무예인 택견 보급을 위해 안산에 택견 전수관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죄송했지만, 연로하신 아버님의 도움을 받고 창업자금대부를 받아 어렵게 마련하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내 공간을 마련한 것이었고, 나는 주소도 그 곳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통일운동을 위한 다른 요구가 생겨 전수관을 그대로 후배에게 넘겨주고 성남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일푼인 나는 동가식서가숙하며 활동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내 주소를 옮길만한 거처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링이지만 그 덕분에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더군요. 그런데 국정원에서는 이러한 시리을 민혁당 사건이 난 후에 내가 도주한 증거라도 되는 양 나의 주민등록 말소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도주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나는 내 활동공간인 민주노동당경기동부집 사무실, 실업자 대책위 사무실, 풍물굿패 우리마당 사무실, 그리고 성남청년대학 사무실을 벗어나서 활동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국정원 수사관들은 잘 알고 있을 것ㅂ니다. 왜냐하면 저를 계속 미행해왔었으니까요. 얼마나 미행을 하고 다녔는 지 나의 운전 습관까지 잘 알고 있을 정도니까됴. 도주한 사람이 자기 사무실을 들락날락합니까? 그것이 도주한 것입니까? 국정원은 나의 행적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도주했다고 조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나를 민혁당원으로 만들기 위한 첫 번 째 조작입니다.
물질경제면에서는 빈털털이라 도망자 조작가지 당했지만, 나는 누구보다 부자입니다. 나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나니 어떤 부와도 맞바꿀 수 없는 동지들이 생겼습니다. 내가 변혁운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7년간 함께해온 동지가 열명도 넘습니다. 그리고 10년이상 변혁운동을 함께 해 온 동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또 이 자리에서 나의 재판을 지켜보고 있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19년이상의 인연을 뱆고 있는 내 목숨과도 맞바꿀 수 없는 동지들입니다. 이렇게 많은 동지들 중 각별한 동지가 최진수, 이석기 선배님들이십니다. 그런데 두 분 선배님들은 소위 민혁당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협의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 내가 민혁당가입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두 분과 유난히 가깝게 지냈었다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혐의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혐의이며 그 구체적 사실을 뒤에 조목조목 밝혀 나가겠습니다.
나는 변혁운동가로서 철저하게 나의 기득권을 포기했고, 반면에 변혁운동가로서의 자랑인 수 많은 동지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두 가지가 나의 목을 옥죄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난한 것이, 그리고 나에게 내 생명과도 맞바꿀 수 없는 동지가 있다는 것이 나의 인신을 이렇게 구속하는 이유가 될 수 잇습니까? 만일 내가 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라면 나는 나의 마지막 남은 기득권인 나의 목숨을 앗아간다해도 오히려 영광스럽고 달게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누구도 나에게 유죄를 선언할 수 없늘 것입니다.
나는 국정원과 검찰 조사기간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으며, 괜히 애를 먹여보려는 치기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묵비권을 행사한 첫 번째 이유는 국가보안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조사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의사표현에 다름아니었습니다. 내가 국가보안법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에 대한 이유는 동서고금이 다 알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이유와 같습니다. 따라서 굳이 부연하는 시간 낭비를 하지는 않겠습니다.
내가 묵비권을 행사한 두 번째 이유는 악성적인 수사관행에 대한 항의였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을 포함한 양심수들을 수사하는 국정원과 같은 공안기관들의 그 수사작태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과학적 수사에 기초하며 객관적 증거를 수집하는 방식이 아니라 심증에 기초하며 감각적이고 비과학적인 수사를 진행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 수사기관 중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물적조건과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종보원 조차도 과학적 수사기법이 발달하기 보다는 유도심문능력, 고문능력, 묵비를 풀게하는 능력, 심리전 등 부차적이거나 불법적인 수사기법들만이 기형적으로 발달하여 왔습니다. 나는 이런 한심한 수사관행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나를 이렇게 구속하게된 구체적인 증거라고는 없고 간접진술과 국정원이 자체 판단한 심증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나에게 엉뚱한 자백을 강요하여 범죄를 구성할 심산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수사관행에 항의하여 묵비를 하였고, 앞으로 모든 양심두들에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동수사단계에서는 무조건 묵비할 것을 제안하려 합니다.
지금부터는 내가 왜 무죄인지 조목조목 그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죄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백보 양보하여 국가보안법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나는 무죄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실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에서와 검찰에서의 조사기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보자면 국정원과 검찰은 나를 민혁당에 가입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나는 가입을 안하려 애를 쓰는 기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국정원은 나를 95년부터 내사해 왔다고 했습니다. 5년이라면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 씌우기에 충분한 시간이엇을 겁니다. 그러나 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증거라고 제시하는 것들이 너무 궁색하여 처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내용을 보면 김영환이라는 사람의 간접진술 정도이며 내가 학교선배와 만난 사진을 제시하는 정도입니다.
그 진술에 기초하여 서술된 공소사실에 의하면, 내가 대학 선배인 최진수 선배님의 권유와 추천 그리고 민혁당 중앙위원회의 승인으로 민혁당에 가입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누구도 최진수 선배님의 말에 의하지 않고는 나의 가입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진수 선배님한테는 국정원 조사기간에도 그 진위여부조차 물어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를 가입시켰다는 최진수 선배님한테 그 사실을 묻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었겠습니까? 그것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최진수선배님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이 자식들 조작을 해도 너무 심하게 하네"라는 말로 그 사실을 일축해버리고 있습니다. 또 중앙위원회에서 승인을 하려면 김영환이가 그려놓은 민혁당의 조직체계상 하영옥씨가 최진수 선배님의 추천을 받아 재추천을 하여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영옥씨도 말도 안되는 억지라며 그 진술이 허위임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했던 나의 민혁당 가입사실을 확인했던 간접진술이 어찌 사실일 수 있으며 증거로서의 자기효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나는 나를 민혁당원으로 만들기 위한 두 번째 조작음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소장에는 94년도에 최진수선배님에 의해 내가 민혁당에 가입되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또 김영환의 진술에 의하면 94년도에 최진수선배님은 영남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었다고 하고 있습니다.
공소사실대로라면 경기남부위원회 청년사업부 담당책인 나를 영남위원회 위원장인 최진수선배님이 가입시켰다는 것인데, 국정원에서 판단한 비밀 비합법 지하당인 민혁당의 단선연계 조직운영원리상 걸맞지 않는다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경기남부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적시하고 있는 이석기선배님이 나와 모르는 처지도 아닌데 가입시키려면 이석기선배님이 가입시켰어야 그 조직원리라 하는 "단선연계조직"의 내용에 부합되는 것이죠. 이러한 모순이 발견되는 이유는 억지로 민혁당사건을 조작하려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러한 사실이 민혁당원으로 나를 만들려는 세 버째 음모라 생각합니다.
또 공소장의 다른 사실에 의하면 96년 8월 30일 9시 25분경에 남영동 소재 약속다방에서 내가 이석기선배님을 만나 성남연합 정책위원장으로서의 활동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이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한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이석기 선배님과 다방에서 나오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 제기하고 싶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연월일시까지 정확히 찍힌 사진을 국정원에서 어떻게 입수하였으며, 그 대화내용은 어떻게 알고 있느냐하는 것이 궁금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암행과 불법도감청 등의 불법행위를 국정원에서 자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또다른 하나는 공소사실들이 서로 모순되고 납득할 수 없는 지점이 보입니다.
공소사실대로라면 나는 경기남부위원회의 청년운동 담당책이고 이석기 선배님을 그 조직의 위원장인데, 만나서 나눈 이야기들이 경기남부의 청년운동에 관한 사실들이 아니고 왜 성남연합에 관한 이야기들을 한단 말입니까? 그 날 그 시간에 이석기 선배님을 만난 것도,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 지도 잘 기억은 안나지만 대화내용대로라면, 후배가 선배를 만나 직장생활에서의 기쁨과 어려움등의 일상사를 대화한 것 이상은 아닐 것입니다. 나는 직업이 변혁운동이며 당시 나의 직책은 성남연합 정책위원장이었다면 나의 직장생활 이야기는 당연히 성남연합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니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억지춘향을 국정원에서 고집하는 것은 나를 민혁당원으로 근거없이 찍어 놓고 당원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네 번째 술책입니다.
이렇게 공소사실과 관련하여서도 터무니 없는 사실들 뿐이었지만, 나에 대한 무죄는 국정원의 간접적인 행동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심증만을 갖고 나를 체포한 후 조사과정에서도 특별한 범죄사실을 확인할 수 없자 불안감을 느꼈는지, 옹색하게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혐의를 수사하였습니다. 내가 국정원에서 조사 받는 기간에 화성경찰서를 오가며 매향리 미 공군 국제 폭격장 폐쇄를 위한 부럽시위를 주도했다는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증거랍시고 사진 몇장 들고와서 불법시위 주도혐의를 인정하라고 추궁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국가보안법으로 입건하여 본건과는 관련이 없는 사실들을 국정원이 자신의 수사영역도 아닌 집시법을 수사하고 돌아다닌 것인데, 이러한 행동들은 무리한 수사를 하며 공소유지조차 힘들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감의 표현에 다름아닐 것입니다.
검찰 수뇌부의 탄핵소추까지 거론되고 있어 검찰에겐 안됬지만, 검찰이 거듭나야한다는 충정에서 쓴소리 한마디 거들겠습니다.
검찰은 나를 기소하고 나서도 내가 무죄를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리가 여러 통로로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소한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 이유는 국정원에서 송치한 국가보안법 피의자들은 무조건 기소하여야 한다는 불문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조사래보고 무죄 판결이 날 것 같으면 혐의없음으로 방면하여 스스로의 얼굴에 똥칠하는 행동을 말아야 했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니 뭐니해서 세간에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국정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과거의 악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나는 검찰이 이렇나 수치와 불명예를 하루빨리 씻어내고 자기 독립성을 확보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8월 26일 구속되어 국정원과 검찰을 거쳐 서울구치소에서 수삼생활을 하며 느낀 비애가 있습니다. 그것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나라라고 느끼기 힘들 정도의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인 작태들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성남남부경찰서 알몸수색사건이후 훈령이 바뀌어 까운을 입고 몸수색을 받게 되었음에도
까운을 바로 옆에 걸쳐놓은 채 아직도 여전히 알몸수색을 자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알몸수색을 거부하자 모든 유치인들이 바라보는 유치장안에서 강제로 알몰수색을 당했으며, 국정원조사실에서는 진찰을 핑계삼아 알몸수색을 강요하길래 거부하였더니 재차 강제로 알몸수색을 진행하였으며 한 술 더 떠서 나의 성기까지 만지작거리는 등의 성추행까지 당했습니다. 이에 대한 것 뿐만아니라 검찰에서는 밥도 못 먹어가며 비인도적인 수사를 받았으며, 정중히 항의를 하였으나 몇차례 걸쳐 그런 일이 더 반복되었고 검찰 조사를 마친 마지막날에야 김치찌개백반 한 그릇을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검찰조사가 끝나면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꽁꽁묶은 뒤 호송버스를 태워 구치소로 호송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꽁꽁 묶은 사람들을 자리에 앉히지도 않고 호송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출발과 정차시, 그리고 커브길에서는 매우 위험합니다. 이에 항의하자 호송중 소란행위를 했다며 나를 구치소내의 경찰서 유지장에 해당하는 예치방에 다시 가둬 놓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하여서 받는 수사는 정말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서 어리버리하다가는 아무죄없이 국정원에 들어가 죄인으로 징역살이하다 출옥하기 딱 좋습니다.
그 동안 나는 수 많은 조작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왔습니다.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에서도 그러한 조작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저도 시제 반신반의 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 경험만으로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은 조작이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작사건들은 왜 일어날까요? 그것은 국가보안법이라는 아버지와 국정원과 같은 공안기구라는 어머니가 있기에 끊이지 않고 조작사건이라는 자식들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통일은 요원한 소망일 뿐이며, 국정원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의 인권신장은 보장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한고 국정원은 해체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나의 석방을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국정원에서 조사받던 21일간, 그리고 추석연휴중 하루도 쉬지 않고 나를 비롯한 민혁당사건 관련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국정원 앞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전국의 여러 단체들이 같은 요구를 하는 광고투쟁을 전개하기도 하였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또 성남지역에서는 민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단체라면 한 곳도 빠짐없이 한용진 석방대책위에 참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용진석방을 요구하는 송년제를 벌써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석방투쟁들은 나 한용진 개인의 구속사실이 안타까워서, 내 개인이 덕이 있어서 이러한 흐름을 조직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꺼꾸로 쓰려고 하는 시대 착오적, 반통일적 발상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며, 거친 항의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무죄입니다. 하지만 재판장님께 석방을 구걸하지도 않을 것이며, 구걸한다고 석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 국보법을 인정하지 않는 법정투쟁이라는 대의명분만을 내세우는 방식의 재판을 진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차분히 법리적 해석을 놓고 나의 무죄를 입증해 들어갈 것입니다. 다만 사법부에서도 어떠한 선입감도 갖지 말고 나를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역사의 흐름인 통일의 대세에 동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적어도 사법부는 국정원이나 검찰처럼 자기 줏대없이 반 통일적인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나의 이러한 판단이 근거없는 낭만적 기대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모두 진술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