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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것입니다....
내용은 조금 과장되거나 재미있게 꾸며진 부분이 있으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것입니다.
믿기싫어신분 안믿어심 되고요...
보기싫음 안보심됨니다....
악플 같은것은 달지마시고 재미로 보세요...
'북풍표국'이란 사이트에 가니까 해등법사님에 관한 자료가 있네요.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해등법사님이 수련하신 내용을 조금은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인 거 같습니다.
'북풍표국' 게시판에서 퍼 왔습니다.
아래 - 퍼 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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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세계 실록 도사열전-소림사 고승의 비밀
"이 자식 이대로 놔둬선 안 되겠어.죽여버리고 말테야!"
1988년 12월 5일.
`전국소림사권법총회' 교권영반 무술지도 책임자)인 왕건화는 당일자 하남
일보를 갈기갈기 찢어던지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왜 그렇게 흥분합니까?"
옆에 있던 협회 총관 소인부가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사천일보 기자였던 경용향이란 녀석 말야.그 자식이 글쎄 돼먹잖은 소릴
해대잖았어!"
"뭐라구요?"
"당대 최고의 무술 고수이자 소림사 원로스님인 해등법사님의 `이지선' 무
술이 사기였다는 거야.나 원 참 기가 막혀서"
"해등법사는 역시 당대 최고의 기공사인 엄신선생의 스승 아닙니까?뛰어난
스승이 걸출한 제자를 배출시킨 전형적 사례인데... 스님이 도대체무슨 사기
를 쳤다는 겁니까?"
"`이지선'이란 식지와 중지 두 개의 손가락에 공력을 집중시켜 상대방을
격파하는 소림사 72종 절예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고난도의 무술 아닌가"
"그렇다 마다요.역대의 소림 고승 가운데서도 `이지선'에 통달한 스님은
겨우 손가락에 꼽힐 정도인데..."
왕건화와 소인부가 노발대발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979년 8월 7일.
당시 사천일보 소속 체육부 기자였던 경용향은 소림사 최고의 무승인해등
법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신문에 실어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천년의
비밀이 고스란히 간직된 소림사의 빗장을 사상 처음으로 열고 탐방한 기사였
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당시 칠순이었던 해등법사가 왼손 두 손가락
만으로 땅을 짚은 채 물구나무를 선 `이지선' 공개 사진이 세간에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이지선'을 쓰게 되면 손가락 두 개만으로도 비석에 글을 새길 수 있으며
사람의 몸 같은건 마치 두부처럼 쉽사리 구멍이 뚫리고 만다.
"과연 소림권법의 소문은 진실이었어"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에 감탄했으며 또한 해등법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품었다.
"그런데 바로 그 기사를 쓴 경용향이란 놈이 10년도 더 지난 지금에 와서
양심선언인지 뭔지를 했다는 거야.
"양심선언?"
"사진을 찍을 당시 해등법사는 발목에 끈을 묶고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는
거지"
"뭐라구요?"
"그리고 또한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폭로가 또 있어요?"
소인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데 그래요? 빨리 얘기해 봐요"
소인부는 꿀꺽 침을 삼키며 채근해 왔다.
"경용향이 또 무슨 헛소리를 해댔는 줄 알아?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왕건화는 씨근덕댔다.
"사람 애 먹이는 방법도 여러가지네.빨리 좀 털어놔 봐요.경용향이 뭐라고
떠벌였는지"
"`이지선'이 조작된 사진일 뿐만 아니라 해등법사가 실제로는 무술도 형편
없었다는거야.기껏 고난도의 묘기라고 펼쳐 보인게 한 주먹으로 땅을 짚고
물구나무를 선 채 두 발을 벽에 기댄 정도였다는거야"
"어떻게 된걸까?"
소인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진실여부 말예요.아무렴 신문기자쯤 되는 양반이 전혀 엉뚱한 소릴 할 리
는 없잖아요"
"뭐야?"
왕건화는 금방이라도 주먹을 휘둘러댈듯 소인부를 노려보며 눈알을 부라렸
다."그럼 당신은 소림권법의 태두인 해등법사께서 실은 형편없는 사기꾼이더
라는 소릴 믿고 싶다는거야?"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지만..."
소인부는 꽁무니가 빠져라 어디론가 도망쳤다.
1979년 8월 7일.사천일보 체육부 기자인 경용한과의 인터뷰 기사가 신문에
난 뒤로 소림사의 해등법사는 일약 중국 무술계의 대부가 됐다.중국불교협회
회장과 중화인민공화국 정치자문위원회 위원장 직함이 그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반대로 경용향 기자는 점차 회의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 기사를 쓴 이후 각종 언론매체들이 앞다투어 해등법사에 관한 글
을 싣거나 전파를 내보냈어요.하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너무 과장이 심했어
요.뭐랄까 마치 해등법사를 일종의 신처럼 우상화했거든요"
1988년 10월 그는 결국 당정 간부용 소식지에 `해등법사 열풍'은 일종의허
위에 싸인 광기라는 주장을 실었다.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진 것은 바로 이 글
을 본 하남일보 주필 하선경이 `해등법사는 사기꾼이었다'는 기사를 특집으
로 보도한 데 있었다.
그 때까지도 해등법사 본인과 그의 측근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1988년
12월 말 해등법사가 입적했다.그로부터 열 달이 지난 1989년 10월 드디어 엄
신과 범응련등 쟁쟁한 해등법사의 문하제자들은 경용향기자를 허위기사에 의
한 명예훼손 혐의로 성도시 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소장에서 무술제자인 범응련은 이렇게 주장했다.
"1979년 해등법사께서 `이지선' 사진을 찍을 당시 발목에 끈을 묶고 있었
던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경용향 기자의 주장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었던 것
은 아니다.스님께서는 이미 70을 넘긴 고령이었기 때문에 실수로 넘어질 것
에 대비 균형을 잃지 않게 설치한 보조장치였을 뿐이다"
범응련은 후일 해등법사의 절기 `소림매화장정권'이라는 책을저술한 무술
계의 중진이다.당대 최고의 기공사이자 해등법사의 제자인 엄신의 주장 역시
대동소이했다. 해동법사께서 소림무술 최고의 고수란 사실은 세계적으로누구
나 잘 알고있다.
그분은 이미 1963년에 거행된 전국무술대회에서 60세의 나이로 추천명의
군중 앞에서 `이지선'을 공개시범한 바가 있다.`혹시 1979년 당시엔 이미너
무 노쇠했기 때문에 끈에 매달려 거짓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겠다'라고 나름
대로 편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는지 모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스님께서는 이미 내공(기공)에도 통달해 있었기 때문에 최후의 5년동안은
밥 한 숟가락,물 한모금 안 마시고도 생명을 유지하는 `벽곡'의 경지를 실천
하고 계셨다.재판 결과는 원고측의 승소였다.법원은 또한 경용향 기자에게언
론매체를통한 공개사과와 함께 4천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해등법사.
그는 과연 누구인가.
1903년 사천성 강유현에서 태어난 그의 어릴적 본명은 범정학이었다.7살무
렵 외삼촌인 설구지로부터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이름을 범무병으로 바꿨
다.18살때 사천대학 부설의 중국문학원에 입학했으나 얼마 후 국비로 학자금
이 지원되는 사천경찰전문학교에 편입했다.
졸업 후 그는 소림사의 무승인 여봉상인에 의해 아미산금정 와운암에서 본
격적인 무술수련에 들어간다.21살 때 정식으로 불문에 귀의하면서 해등이란
법명을 부여받았다.해등은 무술수련과 불교수행에 초인적으로 정진했으며 그
결과 1936년 33살의 젊은 나이에 적법사칭호를 받는다.성도의 소각사,신도의
보흥사등의 무술교사를 역임하면서 그는 꾸준히 소림사의 무승인 단암, 운선,
주지함등에게상승의 무예를 전수받는다.
1942년 해등은 전사천성 뇌대비무대회에 참가한다.뇌대비무란 공개된 장
소에서 도전을 받고 또 이에 응하는 생사불문의 격투기 대회다.이 경우 사람
을 죽여도 살인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달려있으며 또한 수많은 사람
들이 뇌대에서 쓰러져 숨진 채 또는 중상을 입은상태인 채로 들것에 실려 나
갔다.
이 자리에서 해등은 18반무예(18가지의 길고 짧은 병기)에 통달한 최강자
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과시했는데 그는 특히 검과 삼절곤 그리고 수전룡에
독자적인 경지를 이루고 있었다.뿐만아니라 그는 이미 용 호 표사 학의 전통
적인 소림오권을 완벽히 습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해등은 고민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권법과 18반병기에 관한한 이미 일가를 이뤘다고 내심자부하지만 내공(기
공)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다.외공이란 단순히 근육의 힘과 스
피드에 의지하는 바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모든 것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버리고 만다.
내공을 익히지 못하면 모든 성취가 무위로 돌아간다'.
기공을 배우기로 결심한 해등은 스승인 주지함에게 말했다.
`듣건대 우리 소림사에는 달마선사 당시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72종의 절
예(뛰어난 무예)가있다고 들었습니다.욕심이 과한지는 모르겠으나 제자는 72
종 절예를 모조리 익히고 싶습니다'.그러자 주지함은 껄껄 웃었다.
"이 어리석은 녀석아! 72종 절예를 네가 모두 배우겠다고?"
"왜? 안됩니까?"
"72종 절예는 그 하나하나가 길게는 수십년 짧아봐야 십년 이상의 수련을
쌓아야 하는 어려운 것이니라.이제껏 역대의 소림 고승들 가운데서 불과 네
댓개 정도의 절예를 터득한 천재도 가히 열분이 채 안된단 말이다"
"그렇게 힘이 드는 고련입니까"
"어렵다마다.반면에 그 가운데 어느것 하나만이라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숙달하면 세상에 적수를 만나기 힘든 불패무적의 최고 절기다"
해등은 풀이 죽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목적을 포기할 그가 아
니었다.해등은 이번엔 단암선사를 찾아갔다.
"72종 절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미친 녀석!"
단암선사는 들은 척도 하지않았다.
"단 하나만이라도 좋습니다"
"72종 절예는 소림사 제자가운데서도 추리고 추려서 정선된 적전제자, 또
한 그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한두명에게만 전수되는 최강의 비법이란 말이
다"
"물론 제 자신이 적전에 속할 만큼 뛰어난 무예를 지녔다고는 생각지 않습
니다.하지만 전통이란건 얼마든지 깰 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네 말이 가능할는지 불가능할는지 난 모르겠다.또한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도 못한 신분이다"
스승의 매몰찬 말에 해등은 하는 수 없이 운선스님을 찾아갔다.
"소림 72종 절예를 배우겠다구?"
운선스님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렇습니다"
"미친 놈!"
"미쳤단 소리는 단암 스승님께서도 하셨습니다"
"그런 줄 알았으면 이만 돌아가거라.그리고 그 문제를 가지고는 다시 나를
찾아오지 말아라!"
하지만 해등의 끈기는 보통이 아니었다.그는 심한 꾸중과 때로는 구타를
당하면서도 여봉상인 단암 운선 주지함 등의 스승을 끈질기게 쫓아다녔다.그
리고는 졸라댔다.그 결과 간신히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대답이었
다.
"우리는 사실 72종 절예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무슨 말씀입니까?"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왜 못 배우셨습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72종 절예는 최고로 뛰어난 제자에게만 전수된다.우리는
사실 보통 정도의 실력이었었거든 헤헤헤..."
"혹시 72종 절예라는게 떠도는 소문일 뿐 실제로는 없는거 아닐까요?"
"아니 그렇지 않아.72종 절예는 확실히 존재한다"
"그걸 누가 다 알고 있습니까? 혹시 장문주지스님께서..."
"장문인이라고 해서 사사로이 72종 절예를 독점하거나 전수할 수는 없다"
"그럼...?"
"72종 절예 비급(^^ 비밀교재)은 장경각 안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예엣?"
"왜 그렇게 놀라느냐?"
"그토록 귀한 비급이 장경각 같은 곳에 허술히 보관돼 있단 말씀입니까?"
"허술하다구? 얘가 뭘 모르는구만"
"......?"
"겉으로 보기엔 허술해 보일는지 몰라도 실은 삼엄한 경비와 감시가 주변
에 깔려있어.특히 계율원과 집법원 소속의 뛰어난 고수들이 은밀히 지키고
있단 말이다"
"72종 절예 비급을 훔쳐낸다는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로군요"
"목숨을 걸고서도 불가능한 노릇이지.개죽음을 당하기 십상이니까"
"그렇습니다"
스승의 앞에서 물러나오는 해등의 입가엔 의미를 알 수 없는 기묘한 미소
가 떠올라 있었다.
"너 이놈,설마 엉뚱한 생각을 품고 있는건 아닐테지?"
스승의 말에 해등은 내심 찔끔했지만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태연을 가장했
다.
"엉뚱한 생각이라뇨?"
"혹시 72종 절예 비급을...?"
"제자가 어찌 감히..."
말꼬리를 흐리며 해등은 스승의 앞을 물러나왔다.그리고는 그길로 하남성
숭산 소실봉에 있는 소림사로 향했다.한달여에 걸친 여정중해등은 온갖 궁리
를 다했다.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훔쳐서라도 배워야겠다'.
이것이 해등의 철석같은 결심이었다.
적파 제자가 아닌 방파 제자로서 그의 소림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서 오시게 사제!"
초면의 사형 사숙들이 반갑게 그를 맞아주긴 했지만 장경각으로의 접근은
생각만큼 쉬운게 아니었다.
"난생 처음의 본사 방문이니 만치 한 두어달 쉬다 가렵니다"
해등은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상대가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었기 때문에 여색을 동원해 유혹한다든
지 아니면 돈 따위로 매수한다는건 절대로 불가능했다.하지만 이미 나름대로
의 계획을 세워놓은 해등은 전혀 조바심하지 않고 태연히 일상수행을 더불어
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해등은 비밀리에 소실봉 중턱으로 조금씩 조금씩 폭죽을 옮겨 쌓았다.그리
고 그 폭죽더미는 이미 해등의 키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루만 더 기다리면 된다'.
그는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이튿날 밤.
하루의 고된 수행일과를 마친 스님들이 모두 곤한 잠에 빠져있을 무렵.돌
연 뒷산이 무너지는 듯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폭발이다!"
"화산이 터졌나?"
"그럴리가 없어.숭산은 예로부터 화산이 아니었어"
"그럼 뭐야,전쟁이라도 난건가?"
잠자리에서 뛰쳐나온 스님들이 영문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소실봉으
로부터 잽싸게 달려내려 온 해등은 숨이 턱에 닿은채 장경각으로 달려갔다.
예상했던대로 장경각 주변을 경비하던 매복고수들은 폭발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자리를 뜨고 없었다.장경각 정면 출입구에 비해 미리 봐둔 뒷문은 통제
가 허술했다.형식적으로 채워 둔 자물통은 별로 힘 안들이고도 쉽게 뜯어낼
수가 있었다.
`후후후...이렇게 쉬울 수가!'
해등은 득의만만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네 이놈!"
귀청을 찢는 고함소리와 함께 칠흑같은 어둠속으로부터 한 줄기 강맹한 경
력이 바람을 가르며 귀밑을 스치고 지나갔다.문설주옆 흙벽이 `퍽'하고부스
러지면서 흙먼지를 토해냈다.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인물
은 저만치 어둠의 안쪽에 숨어 있었다.
`놀랍군.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장풍이란 것인가?'
겁에 질린 해등은 마치 애벌레처럼 몸을 움츠렸다.
"이건 죽엽수란거야.일명 강사장이라고도 하는데 양강지경에 속하는 일종
의 장풍이지.어린 녀석이 대담하구나.불문성지인 이곳을 감히 어디로알고 침
입했느냐?"
"용서해 주십쇼.제자는 다만..."
해등은 기회를 보아 장경각을 빠져나가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원격조종으로 혈도(급소)를 눌러 힘을 못쓰게 하는 격공점혈에 의해
해등은 마치 썩은 나무토막처럼 돌바닥 위에 쓰러졌다. 그에게 공격을 가한
것은 장경각 호법총관(경비책임자)인 무승 일향이었다.
집법원으로 끌려간 해등은 결국 자신이 72종 절예비급을 노리고 침입했단
사실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 의도가 나쁜데 있지 않다는 연유로 파문
출교같은 최악의 처벌은 면했지만 엄청난 육체적 고행을 그 대가로 치러야만
했다.
다음날 밤.소실봉 꼭대기에 혼자 올라간 해등은 눈이 퉁퉁 붓도록 실컷 울
었다.`내공을 익혀야겠다는 내 꿈이 이렇게 해서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마는
것인가'. 해등은 못내 그 점이 아쉬웠다.
`내공은 무당산자소궁이 천하제일이라고 들었다.차라리 무당파에 들어가
도사가 될까'. 오죽했으면 이런 마음까지 먹어 보았으랴.무당산 자소궁-일명
무당파는 도교의 사찰로서 내가기공이 뛰어나 불교의 사찰이면서 외가권법에
능한 소림사와는 여러모로 비교가 되는 수행도량이었다.
하지만 사문을 배반하고 다른 문파로 그 적을 옮기는 일은 무술계나 기공
계에서 가장 큰 금기로 여기는 대죄였다.심한 경우 반도로 몰려 잡혀 죽기
도 한다. `모든게 끝장났어.일말의 희망도 내겐 남아있지 않아'.해등은 다시
금 훌쩍이기 시작했다.이때였다.
"왜 우느냐?"
자애스런 음성이 해등의 귓전을 울렸다.
"누구십니까?"
해등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았다.눈 앞엔 걸레처럼 해진 가사를 걸친
나이 많은 승려 하나가 버들가지처럼 흐느적거리며 서 있었다.
"난 이름이 없다"
노승의 대답이었다.그는 맨발이었다.뿐만 아니라 장삼 밖으로 드러난 맨살
은 나무토막같이 메말라 있었으며 피부빛은 가무잡잡했다.다만 움푹 꺼진 눈
자위 한 가운데로 눈동자만이 형형한 신광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건 마치 방금 피라미드 속에서 튀어나온 미라 같잖아?'
해등은 이렇게 생각했다.
"인석 보게나? 내 고향은 이집트가 아니다.이름 또한 목내이(미라)가아니
고....
이렇게 말하며 노승은 히죽 웃었다.속마음을 들킨 해등은 기절초풍할 정도
로 깜짝 놀랐다.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스님은 소림사 분이 아니시죠?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것 같은
데..."
"너나 나나 모두가 고해를 떠도는 부평초 신세 주제인데 이름이나 소속 따
위가 뭐 그리 중요해"
그러면서 노승은 해등의 곁에 털퍼덕 주저 앉았다.
`아무리 봐도 이 양반은 남방사람 같애.그것도 저 멀리 인도나 스리랑카같
은...'.
"쓸데 없는 생각하지 말라니까!"
노승은 해등의 머리통에 주먹을 한방 먹였다.엄청난 아픔이었다.눈 앞에
별이 보이고 눈물이 찔끔 쏟아져 나왔다.
`마른 장작처럼 바싹 곯은 주제에 주먹 힘은 무척 세구나'.
"원래 마른 장작이 화력이 센 법이야"
"스님!"
"깜짝야,갑자기 웬 큰소리냐?"
"아무래도 이상합니다.아까부터 스님은 제 속마음을 읽고 계셨습니다"
"넌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질문요?"
"맨 처음 내가 물었지,왜 우느냐고?"
"그건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사춘기도 지났는데 반항하는거냐?"
"아뇨.대답하지 않아도 이미 스님께선 알고 계실 것이니 말입니다"
"허어,이 녀석..."
"알아맞춰 보십쇼.제가 왜 울었는지를"
"이 녀석 도리어 나를 찜 쪄 먹으려 하는구나!"
노승은 뜻밖에도 화를 벌컥 냈다.
"화 나셨습니까?"
네가 아무리 날 약 올려도 나는 그 따위 격장지법에 넘어가지 않는다.절대
로 소림 72종 절예를 네게 가르쳐 주지 않겠단 말이다"
"뭐라구요?"
해등은 불에 덴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승을 빤히 내려다 보았다.
"정체를 밝혀 주십쇼.도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해등이 물었다.
"1천4백년 전에도 한 때는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진 녀석이 있었어"
노승을 깔깔대고 웃었다.
"뭐라구요? 스님께선 1천4백년 씩이나 사셨단 말입니까?"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방금 그러셨잖습니까?"
"아냐.내가 아니라면 아닌거야"
노승은 또 다시 발칵 화를 냈다.
"그럼 전생을 얘기하신 겁니까?"
"전생?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노승은 뜻밖에도 엉뚱한 소리를 했다.
"스님!"
해등은 놀라움을 가라앉히며 타이르듯 언성을 낮췄다.
"아무리 그래도 난 네게 소림 72종 절예를 전수하지 않겠다!"
노승은 장삼 주머니에서 딱딱하게 말라 비틀어진 누룽지 조각을 꺼내 우물
우물 씹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가?'
해등은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그러나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추호도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스님 부디 제게 72종 절예를 가르쳐 주십쇼"
해등은 노승의 발 아래 꿇어 엎드려 수없이 큰 절을 했다.
"어림없는 일이다.사규(소림사 규칙)에는 가장 뛰어난 적전 제자가 아니고
서는 72종 절예를 전수해선 안된다고 정해져 있어"
"그렇다면 방도가 전혀 없는 겁니까?"
"글쎄다.혹시 내기에라도 이긴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내기라뇨?"
노승은 돌연 밤하늘을 쳐다 보았다.휘황한 보름달을 배경으로 작은 산새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갔다.
"허어 그 놈의 참새 날쌔기도 하다"
노승이 손바닥을 뻗자 하늘을 날던 산새는 마치 강한 기류에 휩싸이기라도
한듯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노승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해등이
미처 놀랄 사이도 없이 노승은 물어왔다.
"여기 내 손 안에는 산새 한 마리가 쥐어져 있다.이 새가 무슨 샌지 알아
맞힐 수 있겠느냐?"
"그거야... 방금 스님께서 참새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맞았다!"
노승이 손바닥을 펴자 미처 그것이 무슨 새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푸드득
새는 날아가 버렸다.
"스니임...?"
"방금 참새라고 맞혔으니 넌 내기에 이긴거야.이젠 소림 72종 절예를 전수
할 명목이 생긴거지"
노승의 눈은 마치 악동의 그것처럼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스님!"
감격한 해등은 떨리는 음성으로 그를 불렀다.
그날부터 해등의 고련은 시작되었다.
"이름 그대로 소림 72종 절예의 종류는 일흔 두가지나 된다.어느 것을 배
우겠느냐?"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는 남방계노승은 이렇게 물었다.
"한 가지만 가르쳐 주실겁니까?"
"내기에 진 이상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르쳐 줄 수가 있다.하지만 인
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제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에 다섯 가지 이상의
절예 터득은 불가능하다"
"무적불패의 고수가 되기를 원합니다.파괴력이 높은 절예일수록 좋습니다"
"호승심이 무척 강하구나.72종 절예는 크게나눠 수상공과 수비공 경신도약
공 철포삼이나 점혈법 그리고 사골법과 금나술등으로 구분이 된다"
"수상공이란 손을 쓰는 공격법이죠?"
"그렇다 맞다"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일지선'이나 오독수 그리고 주사장등등 이다"
"어느게 가장 강력합니까?"
"각기 특징이 다르니까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바위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기도 하는 정도로 봐선 아무래도 `일지선'이..."
"좋습니다.그럼 우선 그것부터 하겠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됐느냐?"
"물론입니다.한데 그걸 터득하는데 시일이 얼마나 필요합니까?"
"개인의 노력과 능력 여하에 달렸다.하지만 짧아도 십년 길게는 그 이상이
다"
해등의 얼굴이 가자기 무거워졌다.
"빨리 성취하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무공에도 인스턴트가 있기를 바라느냐?"
"하지만 그것을 터득하는데 평생이나 걸린다면 미처 이룩한 무공을 채 써
보지도 못하고 죽을테니 너무 억울해요"
"쓸 필요가 없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겠느냐.하지만 꼭 속성법을
원한다면 `일지선'을 손가락 두 개로 늘려 연마해라"
"그럼 `이지선'이 되잖습니까?"
"`일지선'이든 `이지선'이든 문제가 아니잖느냐.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
든 쥐를 잡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그렇군요.제자가 어리석어 그런 이치를 깨닫지 못했습니다.`이지선'으로
바꾸면 10년이 5년으로 줄어 들겠네요?"
"모든게 다 너 하기 나름이다.우선 네머리통만한 크기의 무거운 철수와 쇠
사슬을 준비해라"
"쇳덩이를요?"
해등은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바야흐로 천고의 비밀인 소림 72종 절예의
내용이 공개되는 찰나인 것이다.
"`이지선'을 익히는 수련의 첫 단계는 이러하니라.우선 그 쇳덩이를 쇠사
슬에 묶어 네가 자주 다니는 길목의 허공에 매달아라"
"철추를 매달아서 뭐에 씁니까?"
"거기를 지나다닐 때마다 손가락 하나로...아니,이건 `이지선'이니까 식지
와 중지 두 개의 손가락으로 찌르는 연습을 해라"
"겨우 그런겁니까?"
해등은 적지아니 실망을 했다.
"그게 뭐 어때서? 비법이란건 특별한 데에 있는게 아니다.첫걸음마는 항상
상식적인 선에서 출발하는 법이니라" 노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거역할수
없는 위엄이 가득차 있었다.
"알았습니다"
해등은 잔뜩 볼이 부어 있었다.
다음 날부터 그가 하는 일이란 매일 나뭇가지에 매단 철추를 향해 오고 가
며 손가락 끝 두 개로 찔러대는 일이었다.아니 오고 가며가 아니라 해등은
거의 철추 주변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수시로 `이지선'을 단련했다.
처음 한달동안은 퉁퉁 부어오른 손가락 끝에 화농이 생겨 눈물이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고통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두달째 들어서는 손가락 끝에 단단한
각질이 생겼고 석달째가 되면서부터는 나무토막같은 알이 배겼다.
처음엔 꿈쩍도 않던 무거운 쇳덩이는 차츰 앞뒤로 흔들거리더니 반년이 지
나고서는 그네를 타듯 앞뒤로 크게 왕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심 해등의
불만은 컸다.
`이게 뭐야? 이 정도 외공은 상식적인 공부야.어린애도 쉽게 생각해낼수있
는 유치한 발상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노승의 갈(고함)이 그의 귓
전을 때렸다.
"이놈아 그렇지가 않다.`이지선'은 소림사 정종의 무술공부로 연공내장공
법에 속하며 순전히 음유지경을 연마하는 내공 절기의 하나니라!"
"잘못했습니다.이 못난 제자를 용서해주십쇼"
해등은 이후 일체의 의심과 잡념을 버리고 `이지선'연마에 매진했다.
그런데 수련이 이년째로 접어들 무렵 놀라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그
것은 해등의 손가락 끝이 미처 쇳덩이에 닿기도 전에 철추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던 것이다.이런 현상이 처음엔 열번 가운데 한두번에 그쳤지만 얼마
뒤에는 100%의 성공률로 그 확률이 바뀌었다.
"스승님,저 자신도 이런 현상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습니다.손이 미처 물체
에 닿기도 전에 손가락 끝으로부터 발출된 `기'가 미리 물체에 영향을 미치
는 모양입니다" 숨이 턱에 닿아 달려온 해등이 득의양양 자신의 성취를 털어
놓았을 때 노승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었다.
"이놈아,날 스승이라고 부르지 마라! 난 그저 내기에 져서 네게 72종 절예
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뿐야"
노승의 말에 해등은 히죽 웃었다.
"제자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뭘 말이냐?"
"스승님께선 이미 애초부터 제게 절예를 가르쳐 줄 작정이었던 겁니다.그
래서 일부러 사규(소림사의 규칙)를 피하기 위해 내기 같은 엉터리 연극을
하셔던 겁니다"
"빌어먹을 녀석,눈치 한번 빠르다.어쨌거나 넌 날 사부라고 불러선 안된
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뭐야?"
노승은 발칵 화를 냈다.그러나 어쩐지 아주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닌 것같았
다.
"겨우 이 정도의 성취를 가지고 자만해선 안된다.넌 이제 간신히 첫 단계
의 공부를 완성한 것뿐이니까"
"그럼 두번째 단계가 또 있습니까?"
"물론이지.이번엔 초를 마련해라"
"초장 만들어 먹을 일 있습니까?"
"이놈아 먹는 식초가 아니라 불을 켜는 초 말이다"
"한 자루면 됩니까?"
"미친 놈! 우선 한 가마니만 준비해라"
"한 가마니씩이나요?"
"두번째 단계 수련이 성공할 때까진 매일 계속 초를 태워야 하니까 사실
한 가마니는 준비에 불과한거다"
"맙소사!"
해등은 두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두번째 단계의 수련법은 점연등촉이라고 한다"
"점연등촉이라면..."
"그렇다.우선 촛불 한 자루를 켠뒤 네 키만큼 뒤로 물러선 위치에서 손가
락으로 허공을 찔러라.물론 촛불을 겨냥해서 말이다"
"그런 다음에는요?"
"손가락 끝에서 발출되는 `기'의 힘으로 촛불을 끄는거다"
"뭐라구요? 사부님 그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겁니까?"
"소림사에선 불가능한 무공을 가르치지 않아"
"하지만..."
"매사엔 우선 첫 삽질이 중요한거다.그 전에 일체유심조란 말의 뜻부터 마
음속 깊이 기억해뒀으면 좋겠다"
"일체유심조,매사는 마음먹는대로 된다는 뜻이죠?"
"그렇다.연공에 앞서 넌 우선 자신감부터 가져야 한다"
"자신 있습니다"
"좋아 좋아.그런데 말이다..."
노승은 갑자기 정색을 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사부님?"
해등은 의아해서 노승을 바라보았다.
"내겐 굉장히 긴요한 일이 있는데..."
"뭔데요?"
"한가지만 내게 구해줘야겠다"
"뭡니까 그게?"
해등은 갑자기 긴장했다.혹시라도 스승이 만년하수오나 천년설연자 또는백
년영지, 천잠사같은 구하기 힘든 영물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그런 물건들은 대개 전설적인최상의 약재들이다. 설령 구
한다 하더라도 진시황의 불사약처럼 평생의 시일이 걸릴지 모르는일이었다.
그런데 노승의 말은 전혀 뜻밖이었다.
"저어 누룽지 말이다"
"누룽지라뇨?"
"그래,그걸 내게 좀 구해다 주겠니? 난 간식으로 누룽지를 제일 좋아해"
해등은 어이가 없었다.
"누룽지 같은건 소림사 주방에 얼마든지 있습니다.달라고 하면 거절않고
줄겁니다"
"한데 난 그런 구걸같은게 싫어"
"그럼요?"
"구걸을 할 바에는 차라리 훔쳐오지"
"훔쳐요?"
"그래.어차피 기왕에 줄거라면 그냥 말없이 슬쩍 가져오는 편이 체면상 더
낫다"
"하지만 주방 안으로 몰래 들어가려면 후문 뒤에 있는 영벽(^^)을 넘어가
야 합니다"
"뛰어 넘어라!"
"무슨 말씀입니까.그건 제 키의 세 배가 넘습니다"
"몰래 들어가려면 그 수밖에 없잖으냐?"
"전 새가 아닙니다"
"뭐야,아직도 날지를 못한다구?"
"그럼 사람이 어떻게 날 수 있단 말입니까?"
"인석아,그래서 경신공부를 배우는거 아니냐.넌 내일부터 내게 경신술을배
워라.그 공부의 이름은 팔보등공이라고 하는거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해등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너무 좋아하지 마라.팔보등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우선 약재가 필요하다"
"어떤 약재를 준비해야 합니까?"
"천오와 상기생 그리고 우슬..."
해등은 단숨에 20여가지 이상의 약재 이름을 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등의 손가락 점격에 2m 앞의 촛불이 흔들리기 시작했
으며 끝내는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내찌르기가 무섭게 촛불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소림사 무술의 전설적인 신비가 바야흐로 해등의몸에서 되살아나고
있었다.그런데....
"아직 네 `이지선'이 완성된건 아니다.그러니 너무 좋아하지 말라구,이 어
린 친구야!"
노승은 장난스럽게 킬킬거리며 웃었다.그리고는 촛불 주위에 조심스럽게
종이를 둘러세워 벽을 쌓았다.
"그게 뭡니까 사부님?"
"보면 몰라? 이건 종이벽이다"
"종이를 왜...?"
"이렇게 한 상태에서 `이지선'을 발휘해 보란 말이다"
"그건 말도 안돼요"
"왜 말이 안돼?"
"종이가 가린 상태에서 어떻게 촛불을 끕니까?"
"인석 보게나? 그럼 넌 지금까지`기'가 무슨 선풍기 바람 같은걸로 알고
있었느냐? 내가 진작에 말하지 않았느냐.`이지선'은 일종의 음유지경에 속한
다고.음유지경이란 부드러운 힘을 말한다"
"부드럽다구요?"
"그렇지.부드러운 힘은 꿰뚫고 들어가는게 아니라 침투해 들어간다"
"침투라면...?"
"마치 스펀지 속에 스며들어가는 물처럼 말이다"
"아하,알겠습니다!"
그제서야 해등은 그 말의 오묘한 뜻을 깨달았다.그리고는 또다시 치열한
수련에 들어갔다.
반년쯤 지나자 종이벽 속의 촛불은 해등의 `이지선'에 의해 바람을 맞은듯
흔들거리기 시작했으며 얼마가 더 지나서는 점격(^^)을 당하기가 무섭게 꺼
져버렸다.처음엔 자신의 키만한 크기에서 성공한 `이지선'이 끝내는 5m,10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도 성취가 가능해졌다.
이 정도가 되자 노승은 종이 가리개를 유리로 바꿨다.그러나 요령을 터득
한 해등에게는 유리벽 또한 방해가 되지 않았다.종이든 유리든 가림막에는
일체의 손상이 없이 그는 자유자재로 능히 촛불만을 끌 수가 있었다. 어느날
그는 마을 인가에서 키우는 돼지 축사 옆을 지나고 있었다. 거리는 대략 10m
정도.
`이쯤에서 한번 실제 생물을 대상으로 내 능력을 테스트해 봐야겠다'.
해등은 손가락 끝에 `기'를 모아 사람의 인당혈(앞이마 중앙)에 해당하는
위치에 `이지선'을 날렸다.그순간 돼지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듯 "꽥!" 하
는 비명과 함께 2m 뒤로 날아가 버렸다.
이 일로 해등은 노승에게 큰 꾸중을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건 생명이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생명은 이 세상
의 그 무엇보다도 존귀한 것이다.한번만 더 이런 일이 있을 때에는 그동안
네가 이룬 모든 무술적 성취를 일시에 무위로 돌려버리는 폐공을 시켜버리겠
다!"
노승의 의지는 단호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해등은 노승앞에 종이장처럼 납작 엎드렸다.
제 목 : 기의세계 실록 도사열전-소림사 고승의 비밀<15회>
"하지만 꼭 네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여기에 대고 해보라"
노승은 엄숙한 얼굴로 돌비석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에 뭘 어쩌란 말씀입니까?"
"글자를 새겨라!"
"그런 일은 끌이나 쇠망치 같은 걸로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이놈아 그 정도 일 쯤은 `이지선'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어서 내가 시키
는대로 해라"
"알겠습니다.아예 사부님 비석을 새겨 드릴까요?"
"이 녀석이 내가 죽길 바라느냐?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가 부르는대로 여
기에 받아 새겨라"
노승은 `연성이지기현묘' `징벌악포제효현'의 열네 자를 불렀다.두 손가락
에 뛰어난 무공을 익혔으니 포악한 자를 징벌하고 효자와 어진 사람들을 도
와야 한다는 경구였다.
`이지선'으로 돌비석에 글자를 새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해등의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뜨겁게 흘러내렸다.그것은 스스로의 성취에 만족해서
가 아니라 스승의 가르침이 그의 마음을 크게 감동시켰기 때문이었다.해등은
스승의 교훈을 가슴속 깊이 새겨두었다.
마치 `이지선'으로 석비에 글을 새기듯.
20년세월에 걸쳐 해등은 노승으로부터 `이지선' 이외에 오독추사장같은 수
상공부와 경신공부인 팔보등공,칼과 창이 몸에 뚫고 들어오지 않을정도로 피
부와 근육을 단련시키는 철포삼 및 금종조를 터득했다.
이 밖에도 급소를 찍어 누르는 점혈법과 골결을 어긋나게 만드는 사골법그
리고 금나술등을 한 몸에 성취했다. 그러던 어느날.노승은 느닷없이 해등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누룽지 한 가마를 꾸려 놓아라"
"웬 누룽지가 그렇게 많이 필요합니까?"
"떠날 때가 됐기 때문이다"
"스승님,전 아직 스승님의 존함조차도 모르고 있습니다"
"웬 말이 그렇게 많으냐? 누룽지 갖다주기 싫으면 그만두거라. 일위도강하
려면 배가 고파선 안 되는데......"
이렇게 말하며 노승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흔적도 없이 훌쩍 사라져
버렸다.깜짝 놀란 해등의 뇌리에는 퍼뜩 깨우쳐지는 바가 있었다.일위도강은
서기520년 양무제와의 교담에 실패한 달마대사가 기연의 무상함을 깨닫고 북
쪽으로 와 소림사에 탁석할 때 갈댓잎 하나를 밟은 채 강물 위를건넜다는 고
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틀림없어.그 분은 바로..."
해등은 그 노승이야 말로 1천5백년의 시간적 간격을 뛰어넘어 자신에게 72
종 절예를 전수해주기 위해 현신한 달마대사의 화신이었음을 확실히 깨달았
다. 마치 무협소설의 한 구절같은 이 소림 고승의 일화는 불과 4,50년 전 우
리의 주변에서 벌어진 생생한 현실이다.
|
첫댓글 와우. 유구무언.
무협지를 보는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