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내 AI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과 26일,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여수 경도리조트 골프장에서 일행들과 함께 골프를 쳐 비판이 일고 있다. 박 지사가 26일 오전 10시30분쯤 여수 경도골프장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타임즈© News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전남도도 방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도 산하 출연기관장 등과 1박2일간 골프를 쳐 구설수에 올랐다.
공무원들이 휴일까지 반납하며 24시간 비상근무 중인 상황에서 AI확산 방지와 방역에 만전을 기해할 도지사가 골프회동에 나선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7일 전남도에 따르면 박 지사는 지난 주말인 25~26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여수시 경호동 경도골프&리조트에서 이건철 전남발전연구원장 등 3명과 함께 골프 회동을 했다.
박 지사는 25일 오전과 26일 오전 등 이틀에 걸쳐 두 차례 일행들과 골프를 친 뒤 숙박했다. 이번 골프는 전남도 출자기관인 전남개발공사가 여수시 국동항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섬 경도에 조성한 경도골프장의 회원권 판매를 위한 홍보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골프모임이 있던 25~26일 전남 해남의 한 종오리농장에서는 AI 감염 오리가 발생해 도내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한 날이다.
전남도를 비롯한 방역당국은 이날 해남 농장주가 운영하는 나주와 영암의 오리농장 등 3곳의 반경 3㎞ 위험지역 안에서 사육중인 닭과 오리 30여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또 당시 전남지역엔 AI차단 방역을 강화하라는 '전남도지사 특별지시 3호'가 내려져 해당 지역 공무원들은 휴일을 반납한 채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25일 나주와 해남을 방문, AI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기관간 협조체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전남도내 고병원성 AI가 발병해 비상 근무 중인데다 농식품부 장관까지 방문한 날, 도지사는 '경도리조트 골프장' 홍보를 위해 주말에 골프회동에 나선 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지사는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전남지역 방문과 관련해 "장관이 전남을 방문한 것은 보고를 받았으며, 통화도 했다"며 "그러나 AI 현장은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돌아다녀 보지만 소독하는 것 외에 별다른 도리가 없어, 현장을 갈 수도 없고, 그건 다 '쇼'라고 본다"라며 "이벤트성으로 가주고 하는 건데 3년 전에도 AI가 왔지만 가봐야 방해만 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25일과 26일 골프회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골프 약속은 예전부터 잡혀있던 터라 불가피했다"며 "25일 오전 도청에서 조류대책 상황실에 들러 보고를 받고 26일 오후에도 도청에 들어와 간부 공무원들과 1시간 가량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쇼' 발언과 관련해서는 "쇼라고 하지는 않은 것 같다. AI가 발병하면 3km 이내는 차단되기 때문에 당장 현장에 가는 것은 맞지 않고 방역초소나 대책상황실을 격려하고 진행상황 보고를 받는 게 낫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전남 지역의 한 공무원은 "일선 공무원들은 AI방역현장에서 밤샘 작업을 하는데 도지사는 골프나 치면서 한가하게 AI방역을 지휘했던 것이냐"며 "장관의 현장 방문을 쇼라고 폄하하는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