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첫 흑인 수상자,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 출신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Diebedo Francis Kere, 57)
|토착 재료로 마을 주민과 함께 학교 등 만들며 사회적 건축 실현, ”건축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삶 개선”
2014년 케레가 고국 부르키나파소에 지은 ‘외과 클리닉 및 보건 센터’. 커다란 패널 지붕을 겹쳐 얹어 햇빛을 차단하고 빗물을 모으기 쉽게 했다. /@프랑시스 케레
케레가 고국 부르기나파소에 지은 건강과사회복지 센터. 높낮이가 다양한 창문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바깥 풍경을 보여준다.
레오 닥터스 하우징
케레가 설계한 부르키나 공대
변변한 건물 하나 없는 오지(奧地)에서 자란 건축가가 세계 건축계 정상에 올랐다. 미국 하얏트재단은 15일(현지 시각)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 출신 건축가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Diebedo Francis Kere, 57)를 2022년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로 선정했다. 프리츠커상은 1979년 프리츠커 가문이 하얏트재단을 통해 제정한 건축상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43년 만에 첫 흑인 수상자가 탄생했다. 백인, 남성 중심 문화가 여전히 공고한 건축계에선 파격적 수상이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자신의 베를린 사무실에 있는 프랑시스 케레./AFP 연합뉴스
케레(Kere)는 건축의 개념조차 생소한 아프리카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토착 재료로 학교 등 공공시설을 만들어 ‘사회적 건축’을 실천해온 건축가다. 이름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거창한 작품은 없지만, 건축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의미 있는 건물을 만들어 왔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케레는 건축가이자 봉사자로서 세상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수많은 이의 삶과 경험을 개선해 왔다”며 “건축이 대상이 아니라 목적이며, 생산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평했다.
미국 몬태나주 티펫 라이즈 아트 센터에 설치한 쉼터(2019). /@Iwan Baan
미국 몬태나주 티펫 라이즈 아트 센터에 설치한 쉼터(2019). /@Iwan Baan
그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다.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 오지 출신. 전기, 수도는커녕 학교도 없었다. 일곱 살 때 촌장이던 아버지가 그를 학교에 보내려 옆 마을 친척 집으로 보냈다. 까막눈 아버지는 아들이 글을 깨쳐 편지를 읽고 쓸 수 있길 바랐다. 그렇게 마을 역사상 첫 ‘학생’이 탄생했다. 하지만 옆 동네 학교도 열악하긴 마찬가지. 시멘트로 대충 지은 교실에 100여 명이 몰려 콩나물시루 같았다. 어린 소년은 언젠가 제대로 된 학교를 짓겠다고 다짐했다.
첫 작품인 '간도초등학교'(2001). 학교 하나 없던 고향 마을에 지은 학교였다. 땅바닥에 도면을 그려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함께 학교를 지었다. /@Erik-Jan Owerkerk
고향에 지은 첫 작품 '간도초등학교'(2001). /@Erik-Jan Owerkerk
리세 쇼르게 중등학교. 직사광선은 줄이면서도 편안한 그늘을 만들었다
스무 살에 전환점을 맞는다. 학업을 마치고 목수로 일하다가 장학생으로 선발돼 독일 베를린의 목공 기술 견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후 독일에 머물며 서른 살에 베를린 공대 건축학과에 입학한다. 졸업 후 독일에 정착했지만 그의 가슴은 늘 가난한 고국을 향했다.
고국 부르키나파소에 지은 학교 '리세 쇼르게(Lycée Schorge)'. 모듈형 건물 9개를 방사형으로 배치한 디자인으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프랑시스 케레
1998년 고향 마을 간도(Gando)에 학교를 지으려 재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2001년 첫 작품 ‘간도초등학교’를 설계했다. 마을 주민을 모아 땅에다 도면을 그려 과정을 설명하고, 지역 재료인 진흙을 썼다. 여인들은 항아리로 물을 길어 나르고 아이들까지 돌을 날랐다. 이 작품으로 ‘아가 칸 건축상’(2004)을 타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말리 국립공원(2010). /@프랑시스 케레
이후 말리국립공원, 케냐의 스타트업 라이언스 캠퍼스 등을 설계했다. 2017년엔 스타 건축가들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런던 서펜타인 파빌리온 프로젝트 건축가로 선정됐다.
런던 서펜타인 파빌리온(2017)./ @Iwan Baan
미국 캘리포니아 음악 페스티발을 위해 설계한 건축물
케레가 설계한 푸르키나파소 국회의사당. 불안정한 정치상황에 지어지지 못하고 있다
케레는 수상 소감에서 “부자라는 이유로 물질을 낭비해선 안 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좋은 품질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아선 안 된다”며 “누구나 좋은 품질, 고급스러움, 편안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프란시스 케레가 2019년 코첼라 행사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계한 파빌리온, 'Sarbalé Ke'. 그의 모국어로 '축하의 집', '모임의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하얏트 재단 제공
미국 몬태나주에 위치한 예술 공연장, '티펫 라이즈 아트 센터'. 하얏트 재단 제공
◆ 부르키나 파소(Burkina Faso)의 정식 명칭은 부르키나파소 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Burkina Paso)으로, 1984년 이전에는 오트볼타(Haute-Volta)로 불린 나라이다. 서부 아프리카의 내륙국으로, 면적 27만 4200㎢, 인구 1893만 1686명(2015년 현재)이며, 수도는 와가두구(Ouagadougou)이다. 민족은 전 인구의 35%를 차지하는 모씨족(Mossi)을 비롯하여 구룬시족(Grounsi)·보보족(Bobo) 등 53개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용어는 프랑스어이며, 모시어(Mossi)나 듈라어(Dyula) 등 토속어도 사용된다. 종교는 토착종교가 69%로서 압도적이며, 이슬람교가 7%, 가톨릭교가 4%를 차지한다. 2014년 현재 국민총생산은 125억 달러이며, 1인당 국민소득은 713달러이다.요 정당으로는 민주진보회의(CDP), 민주진보당(PDP), 민주아프리카연합(RDA) 등이 있다.
부르키나파소의수도 와가두구(Ouagadougou) 모습
2017년 2월, 코트디부아르의 배우 나키 시 사반이 부르키나파소 소수인 와가두구에서 열린 아프리카 최고 영화제인 페스파코 개막식 참석에 앞서 레드 카펫에 섰다. AFP
부르키나 파소 수도 와가두루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디자이너 마레 아비부가 인형을 만들고 있다. AFP
아프리카 최고의 영화제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수천 명의 방문객이 와가두구로 몰려들었다. 음식 상인들은 정 없는 하루를 보냈다. AFP
출처 및 참고문헌: 조선일보 2022년 3월 16일(수) 문화·라이프〉건축·디자인|김미라 가자|1미리 다른 시선을 꿈꿉니다./ Daum 백과
첫댓글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한올 김순자 스승님
아~ 그런 악조건에서도 꿈을 이룬 사람이 있군요. 마치 60~70년대 가난한 나라에서 독일로 떠난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생각나네요...
무원 김명희 교장선생님
오늘은 건축노벨상 작품들을 보면서 실용적이면서 창의적인 아름다움에 감동했습니다. 대단하네요~
고봉산 정현욱 님
단순해 보이면서도 실용성 위주로 설계한 그의 발상이 부르키나파소 조국을 빛내고 세계를 감동케 했네요
건축학 계념도 잘 모르는 그가 타고난 재주와 목수 경험으로 오직 사회와 나라에 공헌한다는 애국심이 오늘의 그를 만든것 같습니다
영화 소재로도 훌륭한 스토리가 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