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타니 마미코 그림책|김소연 옮김ㅣ 책읽는곰 펴냄
물고기 아이도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을 달릴 수 있을까?
‘차이’를 뛰어넘는 작은 ‘관심’에 관한 이야기
서지 정보
대상 : 3세 이상 | 페이지 : 40쪽 | 제본 : 양장 | 가격: 15,000원
판형 : 200x245mm | ISBN : 979-11-5836-498-4 (77830) | 발행일 : 2024년 12월 12일
분류 :그림책>유아그림책>해외 그림책
주제어 : 차이, 다양성, 장애, 친구, 학교
교과 연계
학교 1-5. 함께 배워요
국어 2-1-5. 마음을 짐작해요|국어 2-2-2. 서로 존중해요|국어 2-2-4. 마음을 전해요
개요
‘물고기 아이’는 반에서 유일한 물고기다. 물 밖 학교에 다니려니 힘은 들지만, 물고기 아이는 학교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은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체육 시간에 이어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진 탓이다. 지는 걸 싫어하는 물고기 아이에겐 너무나 속상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조퇴를 하고 혼자 집에 있으려니 슬금슬금 화가 나기 시작한다. ‘체육 같은 건 없으면 좋을 텐데…… 이제 학교 따윈 가고 싶지 않아.’ 그런데 그때, 같은 반 친구들이 집에 찾아온다. 물고기 아이를 위해서 작은 선물을 가져왔다나? 이것만 있으면 물고기 아이도 운동장을 신나게 달릴 수 있단다. 무슨 선물일까?
자존심 강한 물고기 아이의 물 밖 학교생활
이 책의 주인공은 작고 통통한 몸에 커다란 눈이 귀여운 노랑 물고기입니다. 물고기 아이는 물고기라서 물 밖에선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학교가 물 밖에 있어서, 아침마다 낑낑대며 유리 헬멧을 쓰고 고무 바지를 입고 고무장화를 신은 뒤에야 겨우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 아이는 학교를 좋아합니다. 모르는 걸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노는 것도 좋아하고, 다 같이 점심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요.
그런데 그런 물고기 아이가 오늘은 남몰래 눈물을 흘렸습니다. 체육 시간에 이어달리기를 하다가 심하게 넘어졌거든요. 선생님이 쉬어도 된다고 할 때 순순히 포기하는 게 좋았을까요? 걱정하는 친구들에겐 괜찮다고 말했지만, 하나도 괜찮지 않았습니다. 지는 걸 싫어하는 물고기 아이에게는 너무 속상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요.
조퇴 후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려니 슬금슬금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체육 같은 건 없으면 좋을 텐데.’ ‘보나 마나 뻔해. 다들 나를 보고 꼴사납다고 생각했을 거야.’ ‘이제 학교 따윈 가고 싶지 않아.’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현관에 나가 보니, 같은 반 ‘도마뱀’과 ‘남자아이’입니다.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요? 친구들의 예상치 못한 방문을 시작으로 이제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물속에서 물 밖으로, 물 밖에서 물속으로!
작은 관심과 용기로 경계를 넘는 이야기
저자 시오타니 마미코는 일상과 비일상, 현실과 환상이 묘하게 공존하는 세계에서 낯선 대상끼리 서로 마주치는 순간을 자주 다뤄 온 작가입니다. 《놀러 가도 돼?》에서는 낡은 집 다락방에 사는 꼬마 유령과 새로 이사 온 아이의 만남을, 《하늘에서 온 작은 돌》에서는 어느 날 느닷없이 마당에 떨어진 기이한 돌멩이와 호기심 왕성한 아이의 만남을 그렸습니다.
이번 책에도 이질적인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물에 사는 물고기 아이와 물 밖에 사는 반 친구들이며 선생님들이 그들입니다. 두 세계 사이의 경계를 넘어가는 일은 언제나 물고기 아이의 몫입니다. 물고기 아이는 물 밖에선 살 수 없는 몸을 이끌고, 힘든 과제를 수행하듯이 물 밖으로 나갑니다. 이유는 단 하나, 물고기 아이가 반에서 하나뿐인 물고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반 친구들이 물고기 아이네 집으로 놀러 오면서 눈부신 반전이 펼쳐집니다. 물고기 아이가 물 밖에서 그랬듯, 이번엔 도마뱀과 남자아이가 유리 헬멧을 쓰고 깊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듭니다. 물고기 아이는 유리 헬멧도 고무 바지도 고무장화도 벗은 가벼운 몸으로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반 친구들이 차례로 외칩니다. “물고기네 집, 재미있다.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 나도 이런 집에 살고 싶어.” “나도 나도. 물속은 파랗고, 반짝반짝하고, 찰랑찰랑해서 멋져.”
그렇게 세 친구는 물속을 신나게 누비면서, 서로의 세계를 향해 성큼 다가갑니다. 줄곧 물속에서 물 밖으로 향해 있던 동선이 그저 방향을 바꾸었을 뿐인데, 땅과 물의 경계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입니다. 작은 관심과 용기가 아득해 보였던 차이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이해하는 상상력
친구들이 날아갈 것 같은 물속 집을 부러워하자, 물고기 아이가 씁쓸하게 말합니다. “그런가? 나는 오히려 너희가 부러운데…… 달릴 수 있잖아.” 드디어 기다렸던 순간입니다. 친구들이 싱글싱글 웃으며 봉지 하나를 건넵니다. 선물을 받아 든 물고기 아이의 눈과 입이 놀라서 딱 벌어집니다.
봉지 속에 담긴 친구들의 작은 선물은 아마도 휠체어에 대한 은유일 것입니다. 생각을 좀 더 확장해 보면, 대다수에겐 있으면 좋고 없으면 섭섭할 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이동권과 존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이나 저상 버스를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집 앞에는 절대로 있으면 안 되는 특수 학교나 우리의 작은 안락을 위해서 가게 문밖에 매여 있어야만 하는 안내견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은 차이를 존중하라고 판에 박힌 이야기를 반복하는 대신에,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조금만 더 관심 깊게 주변을 둘러보라고 권합니다. 작은 관심, 작은 상상력만으로도 땅과 물처럼 크나큰 차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고, 입으로 말할 수 있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약점인 세계가 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반 물고기 아이》는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해 보게 해 주는 그림책입니다.
장애아를 대상화하지 않는 장애 이야기
주인공 물고기 아이는 자칫 관심과 배려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대상화될 위험이 다분한 캐릭터입니다. 이런 위험을 또렷하게 인지한 듯, 작가 시오타니 마미코는 물고기 아이를 놀랍도록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맨 처음 만나게 되는 표지에서, 물고기 아이는 거추장스러운 유리 헬멧을 쓰고 책가방을 든 채 흐늘흐늘한 지느러미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입니다. “바지는 꽉 끼어서 기분 나쁘고, 물이 든 헬멧은 무거워서 힘들”고, “얇은 배지느러미는 걷기엔 맞지 않”지만, 물고기 아이의 얼굴에는 고단함이나 두려움 대신 기대와 기쁨이 가득합니다.
물고기 아이는 씩씩하고 야무지면서 자존심 강한 아이입니다. 체육 시간을 싫어하고 달리기는 특히 싫어하지만, 기꺼이 이어달리기에 도전합니다. 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넘어진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물고기 아이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남몰래 눈물을 삼킵니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제 학교 따윈 가고 싶지 않”다며 참았던 화를 터트리지요. 그런 물고기 아이가 친구들의 작은 선물 덕에 좌절을 딛고 운동장을 신나게 달리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안겨 줍니다.
시오타니 마미코는 가는 선으로 여러 번 겹쳐 그린 은은한 그림으로 물고기 아이의 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가장 빛을 발하는 건 물속 집 장면들입니다. 섬세한 선과 미묘한 농담으로 표현한 물속의 풍성하고 포근한 공간감, 물속에서 일렁이는 빛과 어둠과 소리는 물론, 물고기 아이의 외로움과 슬픔, 기쁨과 환희까지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작가 소개
시오타니 마미코 글⋅그림
1987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나 사이타마현에서 자랐습니다. 여자미술대학 공예학과에서 도자기를 공부하고, 애니메이션 배경 미술 제작 회사에서 일하며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다락방의 유령〉으로 제15회 핀포인트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을 받았고, 2018년 《하늘에서 온 작은 돌》을 발표하면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온 작은 돌》은 MOE 그림책 서점 대상 신인상 2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놀러 가도 돼?》와 BIB 황금패상을 수상한 《나는 달걀입니다》가 있습니다.
김소연 옮김
다양한 일본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기획합니다. 옮긴 어린이책으로 〈수상한 보건실〉 시리즈와 〈마르가리타의 모험〉 시리즈를 비롯해 《빌려준다고 했는데…》, 《그 소문 들었어?》, 《첼로, 노래하는 나무》, 《일기 쓰고 싶은 날》 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