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연애시대' 속의 구절들>
나와 리이치로의 아들 신노스케의 두번째 제삿날이었어. 제삿날이자 생일. 신노스케는 큰 소리로 울어
보지도 못하고 내 자궁에서 끄집어내진 아이였어. 말하자면 사산(死産)이었지.
비석 앞에 서 있던 리이치로는 뭐라고 말을 걸고 있었던 걸까. 캐러멜과 빨간 사과를 바치고는,
「살아 있다면 두 살이구나……」
가을 하늘에 한숨을 실어 보내듯 그렇게 말했어. 아무래도 리이치로는 제삿날이 될 때마다 죽은 아이의
나이를 헤아릴 모양이야. 왜냐면 첫번째 제삿날에도 「살아 있다면 한살이구나」라고 말했었거든.
하지만 말이지, 눈꼬리에 뭔가 반짝이는 걸 봤다고 해서 죽은 자식 때문에 눈물 흘리는 거라고 해석할
만큼 난 어리숙하지 않아. (p. 11)
「전부터 물어보려고 했는데, 너, 결혼반지 어쨌어?」
「어쨌냐니?」
「어떻게 처리했느냐는 얘기야」
「서랍 속에 계속 넣어두다 보면, 사라져 버려」
「거짓말. 어차피 공원 연못에 내던져 버렸지? 내 이름을 원한에
사무치게 소리치면서 힘껏 집어던졌지? 눈에 빤히 다 보여」
「진짜로 없어졌다구. 가르쳐 줄까. 도무지 버려지지가 않아서 곤란한 물건이 있으면,
서랍 속에 넣어두면 어느새 사라져 버려」
「호오……」
좋은 걸 배웠다, 나도 써먹어 봐야지, 라는 표정의 리이치로였다. (p. 16)
「이혼한 부부가 결혼기념일에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게 위화감 느껴지지 않아, 당신?」
「안 느껴지는데?」
「느껴 보라구. 나는 말야, 디저트 멜론이 나왔을 때 '이런 식으로 우리들이 만나면 안되는 건데, 부도덕
한 일인데' 라고 곰곰이 생각했다구」
「어차피 생각할 거면 디저트 나왔을 때가 아니라 레스토랑에 오기 전에 생각했어야지」
「하지만 맛있는걸. 여기 스테이크」
「결혼기념일에 만나는 게 이상하면, 이혼기념일에 만날까?」
그 날은 밸런타인데이다.
「더 이상하잖아. 뭣보다도, 내가 어째서 당신하고
중요한 밸런타인데이를 함께 보내야 한다는 거야.웃기지 마셔」(p. 17~18)
그녀석은 매일 아침 출근 시간 15분 전에는 반드시 직장에 도착해 있어.
나는 차창에서 「대단해」라고 중얼거리며 그날의 시작을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는 거지. 자전거가 보이지 않을 때는
시부야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석의 맨션에 전화를 걸어.
그러면 생각했던 대로 감기에 걸려 앓아 누워 있곤 해.
레몬 두개로 즙을 짜서 만든 핫 레몬을 마시면 곧 회복해, 그녀석은.
「냉장고에 없으면, 낮에 쉬는 시간에 내가 사가지고 갈까?」
그 녀석은 「됐어」라고 반드시 거절하곤 하지. 이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나는 그녀석의 맨션에 발을 들
여놓은 일이 없어. 그게 우리들의 철칙이지. 약간 쓸쓸하긴 하네. (p.32)
「그때 나가토미(永富)씨가 말리는 걸 뿌리치고 식장에서 도망쳐 결혼을 중지했더라면…… 어쩌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농담이라도 하듯이 그렇게 말했어.
그게 인생의 결과론이라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어. 결혼 직전에 파혼하는 쪽이 1년 3개월 후에 헤어
지는 쪽보다 상처를 덜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어. (중략)
「하루씨를,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아주 미묘하지만 절실한 느낌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나는 제대로 생각도 안하고 반사적으로 대답했어.
「좋아요. 언제든 만나게 해 드리죠.」
어째서 그런 경솔한 짓을 저지른 걸까. 이혼이 내 인생에도 그녀석의 인생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
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p. 36)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A양……으로 해 둘께요」
입을 양쪽 끝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목소리를 변조했다. 그 정도 꾸며낸 목소리로 과연 속일 수 있으
려나.
「방금 전에 상담하신 분이 A양, B양이었으니, C양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네」(중략)
「같은 상대라면 두 번째 사랑 같은 건 필요없어요, C양」
허를 찔렸다. 무슨 뜻이지. 빨리 그다음 얘기를 듣고 싶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목소리가 엉겁결에 평상시의 나로 돌아와 버려서, 황급히 다시 말했다.
「네? 무슨 뜻인가요, 그게?」
「그를 위해 어머니가 돼 보십시오. 자애에 넘치는 어머니가 돼 주는 겁니다」
어머니……?
그건, 당신의 품속에서 숨을 거둔 어머니 같은 사람 말인가요, 아버지? 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럼 다음 분.」
거기서 전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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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소개
노자와 히사시
1960년 아이치 현 출생. 나혼대학 예술학부 졸업. 시나리오 작가 겸 소설가
1997년 소설 <파선의 멜리스>로 제43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1997년 소설 <연애시대>로 제4회 시마세이 연애문학상 수상.
1999년 각본 <결혼 전야>, <잠자는 숲>으로 제17회 무코다 구니코상 최연소 수상.
2001년 소설 <심흥>으로 제22회 요시카와 에이지문학 신인상 수상.
2002년 <반란의>로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 수상.
2004년 44세의 나이로 자살로 인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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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연애시대 정보를 찾아보다가 발견한건데
책속의 대사랑 드라마속 대사가 굉장히 비슷하네열ㅋㅋㅋ
그래도 드라마속 대사들이 더 감칠맛있고 재밋는거 같삼 ~!!
책속 그대로 대사를 했다면 초큼 지루한면이 없지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열~~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드라마속 대사와 원작내용을 비교하면서 보니까 색다른거 같삼 !!
검색하는김에 원작 지은이도 검색해 봤는데 상도 굉장히 많이 타셨네요~
글솜씨가 굉장히 좋으셨던분인거 같은데 자살로 돌아가셨다니 안타깝네효...
아무튼 간만에 진짜 제대로 된 드라마 보는거 같아서 기분좋다규!!!ㅋㅋㅋ
왕 완소 연애시대
(더불어 던킨과 양념꼬치도 완소 !! 먹고싶삼먹고싶삼ㅜㅜ)
첫댓글 넘 좋은 자료 +_+ 진짜 완소 드라마 +_+
아.. 너무 좋아요.. 완소 연애시대♡
정말 왕 완소.........ㅠㅠ
아 좋아열...책 읽고싶다~
연애시대.......올해 최고의 드라마 ㅠㅠㅠㅠㅠㅠ
드라마가 감칠맛나긴한데, 책도 읽고 싶기도 하구/ 근데 번역투에 적응이 안되네요 ㅠㅠㅠㅠㅠㅠ
님 이런자료 너무 좋아요. 연애시대 만든사람들에관한 자료는 없나용? 님아 너무 수고하셨어여 잘봤삼^^ㅎ
저도 이런자료 좋아용~
이거보니까 진짜 원작 책 읽고싶다..
저두요.................^^
전 이런 리플 보면 기분이 좋삼 !! 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열 님들*-_-*
책에 나오는 문장은 너무 일본식이라 초큼 거부감 느껴져요. 어쨌건 연애시대 완소~
저도 좀 거부감 생기더라구요... 일본식말투가 좀 거슬러서... 들마에선 일본식말투를 바꿔서 말하니 그게 한결 낳던데...
진짜 너무 좋은 드라마~!!!
2004년 작가 자살로 사망...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