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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애 우 ( 障 碍 友 )
그는 스물 중반의 너무나도 평범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너무도 평범한 한 남자였다.
단지. 다른사람과 다른건 다른이들과 달리 한쪽 발을 심하게 절뚝거리는것 뿐이였다.
..
그를 만난건
도로 주변에 흔히 심어져 있는 가로수 아래에서 였다.
당시 나는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쪄죽을듯한 더위와 함께
느려터지고 게으름뱅이인 버스를 기다리면서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목은 타고
땀은 등을 흥건히 적셔오며 나의 불쾌지수를 높혀댔다.
거기다 담배까지 한대 태우니
짜증은 솟구쳐만가고 버스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죽겠네.. 왜 이리 않오는 거야 "
조금 남은 담배를 버리기 위해
집게손가락과 중지에 끼운 뒤
힘껏 튕겨 버렸다.
" 툭 "
눈앞에 보이는 하수구 구멍에 쉽게 빠져 버릴줄 알았던 담배꽁초는
뭔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하수구가 아닌 옆 도로가에 떨어졌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버스가 언제 오나 하며
목이 빠지도록 고개를 쭉 내밀며 저기 도로멀리 쳐다보고 있는데
" 이봐 난 재떨이가 아니라고 "
내가 담배꽁초를 던진 그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며 꽁초를 든체 내게
강렬하고 부리부리한 시선으로 한자 한자 또박 또박 말하는 남루한 차림의 그.
당황한체
" 죄,죄송합니다. 거기 누워계신줄 몰랐어요 "
그는 나의 사과를 들은듯 만듯 씨익 웃으며
" 아 뭐 괜찮아. 보통 사람들은 일부러 내가 있는걸 보고도 던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
여기저기 구멍나고 실밥이 터진 초라한 중절모에
족히 1년은 빨지 않은듯 때가 심하게 타있는 빨간색 와이셔츠
그리고 밤색의 면바지.
이 삭막하고 어두운 도시의 부랑아
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였다.
" 정말 미안해요 "
" 괜찮다니까. 그래도 당신은 정말 예의바른 사람이군 그래 "
머쓱해진 나는 손을 한번 쓱쓱 비비고선
언제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부글부글 끓는 아스팔트 위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 형씨는 뭐하는 사람인가? "
초라하고 며칠을 굶었는지 창백한 안색의 그가 내게 질문을 던져온다.
대답을 할까 말까 하다가.. 이내 대답하였다.
" 그냥 회사다녀요 "
" 그래? 요즘이 통 불경기라며? 직업도 있고 능력이 좋네 그래 하하하하하 "
호탕히 웃는 그.
왠지 그의 웃음이 썩 마음에 든다.
" 씨익 "
살짝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자세한 대답대신 답하였다.
" 요즘 버스가 많이 늦는가봐 그래 "
" 그렇죠 뭐. 한심한 나라에 한심한 버스죠 "
" 그렇게 되나? 하하하하 "
크고 쩌렁쩌렁한 그의 웃음.
일시에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된다.
알게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려 온다.
" 그래 형씨. 지금 시간을 보아하니 퇴근하는 길인가? "
" .. "
대답하지 않았다.
왠지 그와의 대화가 주변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부끄러운 느낌이 드는것 같았다.
" 형씨. 갑자기 벙어리가 되셨나? 하하하하 "
무안한지 그는 한참을 웃어댔고
곧이어 우리의 대화는 끊겼다.
곧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함께 큰 덩치를 자랑하는
한없이 기다리던 낭군과도 같던 버스가 도착했다.
왠지 그의 시선이 따가운거 같아 재빨리 버스로 올라서자
" 형씨 내일 또 보자고!! 하하하하하!! "
애써 그의 말을 외면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출발하는 버스.
사회에서 외면받고 버림받은 그들 치고는
참 밝고 명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또 보자고... ?
..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해서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서류뭉텅이를 정리하고
연말 보고서를 제출하기위해
타자를 쳐도 쳐도 끝날지 않을 것 같은 서류들을
차례차례 하나씩 자판에서 울려퍼지는 경쾌한 박자에 맞추어 하나씩 옮겨가기 시작했다.
" 타다닥 타다닥 타닥 타닥 "
한참을 일하다 보니 배가 고파온다.
고개를 들어 한쪽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다되었다.
그리고 곧 배가 불룩한 우리 과장의 칼칼한 목소리가 사무실 안을 채운다.
" 우리 밥먹고 합시다! 아따 배고파 죽겄네 허허허허! "
아직 점심시간 까진 20분가량 남아있다.
" 과장님. 아직 업무시간이 20분정도 남았는데요. "
껄껄 웃던 과장의 안색이 일순간 변한다.
" 거 김대리는 너무 고지식해서 탈이라니까 허허허 그냥 밥먹고 하지 그래 "
난 저사람과 이 사무실내의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정해진 업무시간을 끝마치지 않고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우려는건지
저런 사람들이 바로 월급도둑이라 생각하는 나였다.
" 그러시던지요. 전 마저 남은 서류 정리하고 제시간 되면 나가도록 하죠 "
" 하하하.. 그,그럼 그러던지 뭐 그럼 우리 먼저 나가지? 하하 그럼 수고해요 김대리 "
과장을 선두로 우르르 몰려나가는 사무실내 팀원들.
답답하고 진취적인 사고따윈 아예 하지도 생각치도 못하는
빠르게 진전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퇴보적인 발걸음을 하는 그들.
내심 비웃으며 남은 서류를 정리하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회사를 나섰다.
결코 혼자 나서는 사무실이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사는거고 (물론 3류의 거렁뱅이 같은 방식이지만.)
난 나대로의 방식과 규율에 맞춰 사는거니까.
빠른 걸음으로 나서
회사근처에 봐둔 초밥집으로 향했다.
총총걸음으로 초밥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초밥집 맞은 편에 있는 버스정류장.
그리고 가로수 사이 인도밑에 한가롭게 누워 강아지풀을 뜯는
어제의 그 부랑아를 보게 되었다.
순간 눈이 마주친 그.
눈을 찡긋한다.
" 뭐,뭐야 "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후다닥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 어서오세요! "
고풍스런 분위기의 초밥집
생각해두었던 메뉴를 주문하고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정류장쪽을 주시하였다.
그는 여전히 위험한 그 도로가에 누워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가로이 누워있다.
" 주문하신 초밥 나왔습니다 "
" 아.. 네 "
곧이어 허기진 배는 내게 밥을 넣어달라는 신호를 보내왔고
그의 생각은 잠시 잊은체 허겁지겁 굶주린 배를 채웠다.
한참을 먹고 난후
바닥을 드러내는 그릇.
시계를 한번 슥 쳐다본후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가 계산을 하였다.
계산을 끝마친 후 문을 열고 나오니
그는 여전히 그자리에 누워있다.
' 저사람은 왜 저러고 살까 '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겼다.
저사람들은 왜저러고 살까.
왜 일을 하지 않은체 한량아처럼 저러고 있는 걸까
궁금하였다.
호기심은 나를 그가 있는곳까지 어느새 이끌고 있었다.
" 여~ 형씨 또 보네! 내가 내일 보자고 그랬지? 하하하 "
걸쭉하면서도 호탕한 그의 웃음소리.
나는 이내 머릿속에 품어왔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 저기.. 당신은 왜 일을 하지않지요? 거기 누워계시면 불편하고 굶주리실텐데요 "
" 그,글쎄 갑자기 그 똥그란 눈으로 입에 밥풀을 뭍힌체 다가와서 그런소리를 하니 당황스럽네 하하하 "
밥풀?
얼른 입가에 손을 가져대보니
자그마한 밥풀이 손에 잡힌다.
" 으윽 "
재빨리 떼어내니
" 얼굴도 붉힐줄 아는구만. 난 표정도 없는 냉혈인간인줄 알았는데 하하하 "
왠지 그가 나를 놀리는것 같아
" 이,이봐요 당신이 나에대해 뭘 알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거에요"
눈에 힘을 주고 그를 노려보니
머쓱한지 그는 귓밥뒤를 쓱쓱 긁더니
이내 말머리를 돌린다.
" 아 형씨! 왜 내가 이러고 사는지 물었지? 보시다시피 내가 사지가 멀쩡한 인간이 아니라.. 하하하 "
그리고는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내게로 절뚝절뚝 걸어왔다.
아..
다리를 절고 있다.
그는 보통이들과 달리 신체의 장애가 있었다.
" 미,미안해요 "
" 괜찮아 괜찮아. 이렇게 관심 가져주는 사람도 당신이 처음이니까.. 하하하 "
늘 웃는 그.
뭐가 그리 웃긴걸까..
" 참 이봐 형씨. 회사 들어갈 시간 돼지 않았나? "
" 아.. "
손목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은 거의 끝나있었다.
" 그,그럼 이만 "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황급히 달려갔다.
달려가다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니
그가 웃고 있다.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진다.
왜 이럴까..
..
다음날에는 왠지 그를 보기 꺼림칙해 가던 길을 둘러서 회사로 출근하였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평소 성격대로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내가 아니였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함께 입사 후 처음 상사에게 꾸짖음도 들었다.
' 내가 왜 이러지 .. '
그 사람이 현재 나를 평소와 다른. 왠지 바보천치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정류장을 찾았다.
그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 이봐요 "
" 어,어라? 이시간에 왠일이야 형씨 하하하하!! "
" 그게 아니라 당신에게 물어볼게 있어서요 "
" 아이고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왕림하셔서 황송하게도 질문을 하신다니 "
" 비꼬지 말아요. 단지 궁금한게 있을 뿐이에요 "
" 미간에 주름잡지 말고 .. 무서운데 그래? 하하하 그래 뭔데 그러시는가? "
" 왜 당신때문에 제 비지니스까지 지장을 받고 계속 당신과 가까이 하고 싶은 느낌이 들죠? 당신이 뭐길래 "
질문을 받은 그는 한참을 멍하게 있더니
" 아니 이 사람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나도 모르지 그냥 워낙 특이한 거지라서 그런가? "
" .. "
답답하다.
이 대답만으로는 무언가를 만족 할수가 없다.
" 이봐 이봐.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고 내가 당신한테 딱 어울리는 물건을 하나 샀거든 한번볼래? "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 헤어진 배낭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 이거봐 멋지지않아? 이거 하루 끼니 굶고 샀다고 "
그가 꺼낸건
냉막한 눈매에 어울리지 않게 환하게 웃고 있는
정장차림에 서류가방을 들고있는 비지니스맨 인형이였다.
" 이게 그 뭐시냐 핸드폰 줄! 그거라 그러더라고 괜찮으면 달아서 가지고 다녀!
거지가 사든 부자가 사든 똑같은 거 아니겠어? 하하하하 "
" 왜,왜 이런걸 제게 주시는 거죠? "
" 아아. 경계하지 말라고 그냥 아무뜻 없이 주는거니까. 뭐 굳이 따지자면 친구하자는 거지? 하하하 "
친..구.. ?
친구라.
평생 살아오면서 친구란것 따윈 만들어 본적이 없다.
친구?친구?
이사람과 내가 친구?
이세상에 내가 믿을사람이 있었던가?
과연 친구라 명명할만큼 내게 그런 의미로 다가온 사람이 있었나?
혼란스럽고 당황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사람이 재촉해대며 받으라는.그 맘에 안드는 인형을 건네받고 있었다
" 받았네? 그럼 우린 이제 친구구만? 하하하하 뭐 그렇게 부끄러워 할필요 없어! 단지
퇴근할때나 정류장이나 찾아와서 나랑 이야기나 몇마디 나눠주면 돼!! 하하하 너무 나같은 놈이랑
친구한다고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피해는 안끼칠테니까 하하하하 "
" 아 그, 그게 .. "
" 괜찮아 괜찮아 뭘 부끄러워 하고 그러시나 하하하 "
" 이,이봐요 전 그게 아니라 .. "
그렇게 그 부랑아 같은 사람을 만난지 3일만에 친구가 되었다.
평생 혼자 살아왔고 타인의 관심이나 도움따윈 기대하지 않았는데..
왠지 그의 관심과 친구란말이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이 좋다.
정말.. 내가 이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하는 걸까?
..
그렇게 그와 친구란것을 맺은지 한달이 지났다.
한달동안 나는 출근때와 퇴근길에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번은 그에게 이런곳에 있으면 다치고 힘들다며
방을 구해 편안히 지내라고도 해보고 따뜻한 밥을 사먹으라며 돈을 건네 보았지만
그는 매번 거절했다.
" 나는 여기가 좋다고. 내게 의미가 있는 곳이거든 "
그가 왜 나의 호의를 거절하는지는 몰랐다.
허나 궂이 싫다고 손을 내젓는 그에게 더이상 강요할수가 없었다.
자존심이 쎄서 그렇다고만 치부해버렸다.
나는 단지 그냥 친구로써 도와주고 싶을뿐인데..
..
그는 알아가면 갈수록. 장애인이란 인식과는 다르게
똑똑하고 총명한 사람이였다.
내가 모르던 세계도 많이 알며 내게 많은 충고와 좋은말을 해주었다.
그를 만나는것이 어느새 일상생활처럼, 그렇게 즐거워져 갔다.
정말 기분이 좋다.
..
그날은 비가왔다.
여느때처럼 그를 만나기 위해
늘 타던 버스를 타기 위해 집앞에 위치해있는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분명 난 제시간에 나왔건만
그 버스는 예전과 다르게 내 눈앞에서 부리나케 일찍 출발하고 있었다.
" 이,이봐!! 거기 서! "
황급히 쫒아갔지만
이미 떠난 버스.
항상 제시간에 만나던 나의 친구라는 그 사람.
왠지 답답하고 불안하다.
몇십분을 더 기다려
뒤에오는 버스를 탔다.
초조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만원버스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창밖만을 계속 쳐다보고 있던 나.
곧 그사람이 있는 정류장의 풍경이 창밖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즐거운 마음에 도착하기도 전에 일찍 내리는 문 앞에 서서 있는데
서서히 멈추는 버스.
예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반겨줄 나의 친구인 그를 상상하며
창밖을 내다 보았지만
생각과 다르게 그는 그곳에 서서
어느 건장한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흠씬 두들겨 맞고 있었다.
하늘이 노랗다.
내게 친구란 존재를 각인시켜준 그가
아무리 남들에게 내세울거 없고 모자란 그라지만
무슨 잘못을 지었길래 저렇게 처절하게 두드려 맞고 있는지
너무 화가나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그들 무리에게 달려들었다.
" 내 친구 괴롭히지 마 !! "
퍼억
그들 중 한명의 얼굴을 주먹을 쥔체 힘껏 후려쳤다.
" 이,이새끼 너 뭐야 !! "
나에게 주먹을 맞은 그 무리중의 한명이 내게 소리친다.
주체할수 없는 분노.
그들에게 외쳤다.
" 네놈들이 뭔데 내 친구를 때리는거야!! "
인도 한복판.
그곳에서 나약하고 힘없는 한 장애인을 구타하던 그들.
그런 그들을 말리기는 커녕 비웃음을 내뱉으며 구경하던 몇몇의 사람들.
그들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 니가 이 애자새끼 친구라도 돼? 니가 뭔데 나서 이 새끼야 너도 죽어볼래? "
" 애자..새끼..?"
퍼억
정신이 없다.
애자라고?
퍼억 퍼억
그들이 주먹이 나의 몸에 무자비하게 내려꽂힌다
발길질과 주먹세례를 받으며 바닥을 굴러다녔다
' 애자.. 새끼.. ? 내가 진정 친구라 생각한 그에게.. 애자.. ? '
" 이 새끼들아!!!!!!!!! "
무차별하게 맞고 있던 나의 몸을 일으켜 세워 녀석들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곧 다시 얻어맞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 이봐 거기!! 삐이이이익!! "
경찰?
" 에이 씨바.. 야 가자 가 "
" 별 애자새끼랑 병신새끼를 다 보네 퉤 "
그들은 그렇게 그자리를 떴다.
나의 친구는 나의 이런 모습을 입가에 피를 흘린체 멍하니 앉아 쳐다보고 있다.
그의 눈이 슬프다.
..
" 뭐하러 그랬어 "
" .. "
" 늘상 당하던 일인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데 괜히 형씨가 말려들어 다쳤구만 정말 미안해 "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는 그.
울컥 화가 솟구쳐 오른다.
" 당신이 왜 내게 사과를 해!! 당신이 무얼 잘못했는데! "
" 하하하하! 형씨 그렇게 화내지 마 무섭.. "
" 당신 병신이야? 머리까지 홱가닥 돌았어? 화낼줄 몰라?!! 바보냐고!!! 왜 그렇게 맞고 있어!! "
" .... "
" 애자새끼란 말을 듣고 왜 참는데! 한대라도 때려주지! 왜 맞어!! 주먹쥘줄도 몰라 어!!! "
" 너,너야말로 왜!!왜!! 내 일인데 니가 왜 끼여드는건데!! 맞아도 내가맞는데 니가 왜!!
맞아도 내가맞는데 니가 뭔데 끼여들어! 나같은 장애인새끼가 맞든말든 니가 왜!! "
" 그럼 보고 있어..? "
" .. "
그는 대답이 없다.
" 난.. 당신의 친구잖아요 "
그의 안면이 떨려온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그는 입술을 달싹인다.
그런그를 보고 있자니 슬프다.답답하다.가슴이 아프다.
한참을 달싹이는 그의 입술. 곧 입을 천천히 떼며 그가 내게 말한다.
" 형씨.. 다시는 나 아는척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 뭐...? "
" 단지.. 단지! 형씨는 그냥 가끔 정류장에서 나랑 이야기 몇마디 하고 내이야기 들어주고..
모든 사람들처럼.. 그냥 동정어린 눈길한번 던져주고.. 그냥.. 그렇게만 해야했어.. "
" 지,지금.."
" 내말 끝까지 들어! 나 솔직히 잘나가는 회사의 비지니스맨인 형씨. 싸구려 동정심으로
뭐좀 얻어먹을까 해서 접근했어.. 크큭.. 그런데 당신 너무 내 연기에 완벽히 속아넘어간거 아냐?
참 바보같네.. 바보자식아 이젠 뭐 더 껀덕지도 없으니 제발 꺼져줘라 응? "
눈앞이 새하얗다.
평생 외로이 살아오며 단 하나의 친구로 여겼던 그가
이런 말을 내앞에서 잔인하게 내뱉는지..
주섬주섬 흩어진 가방과 물건들을 챙겨 일어섰다.
그를 지나쳐 걸어 회사로 향했다.
그를 내 평생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라 여겼건만..
" 행복하게 잘사세요 당신.. 다신 얻어맞고 다니지 말구요 "
..
그일이 있은지 몇일이 지났다.
퇴근길에도 출근길에도 그는 더이상 그자리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역시 출근길에 그곳으로 향했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 당연한..건가.. "
내심 그가 날 기다리길 기대했었다.
게다가 오늘은 나의 생일인데..
그에게 나의 생일을 이야기한적은 없지만
그런일도 있었지만.
그가 날 기다리고 있길 마음속 한구석에서 바라고 있었나 보다.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그자리에 가서 섰다.
여느때처럼 버스를 기다린다.
그가 내게 던지는 농담과 호탕한 웃음소리만 빼고선
모든게 똑같다.
정면을 주시한체 꼿꼿히 서있었다.
예전의 그 삭막하고 냉막한 나로 돌아간거 같았다.
' 그래 차라리 잘 됐어.. 내게 그런 사치스런 감정은 어울리지 않지.. '
냉소적인 감상에 젖은체 맞은편을 주시하고 있는데
맞은편 인도.
절뚝거리는 걸음.
덥수룩한 머리와 새빨간 외이셔츠.
밤색 면바지.
' 그,그다!! '
나도 모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새차게 차들이 지나쳐 간다.
한참 앞으로 달려나가며 4차선의 중간까지 갔을까
점점 시야에 들어오는 그사람은.
그가 아니였다.
" 아니구나.. "
실망한 기색을 감춘체 돌아섰다.
신호는 어느새 보행자신호.
횡단보도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미 차는 정지한 상태라 개의치 않고 걸었다. 회사로 가기 위해.
후우우우우욱
뭔가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돌려보았다.
세상이 눈부시다.
아침인데도 너무도 눈이 부시다.
커다란 화물트럭은 머리통만한 헤드라이트와 경적을 울려대며 내게 접근하고 있었다.
" 아... "
콰아아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세차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 몸인가..?
몸이 붕 뜨는것 같더니 곧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 크,크윽.. "
어라..?
아프긴 하지만
저 커다란 괴물에 게 치인것 치곤 너무도 고통이 덜하다.
" 뭐,뭐지.. "
이상함을 느낌과 동시에
몸에 물컹한 이물질과 함께
따뜻한면서도 미끈미끈한 액체가 얼굴을 타고 흐른다.
새빨간 피였다.
그리고 내 얼굴위에서 쾡한 눈을 뜨고 있는.
그.
그였다.
나의 친구
그였다.
" 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아,안녕 형씨? 좋은아침이지? 하하하하.. 쿨럭.."
피가 쏟아져 나온다
내게 즐거운 웃음과 우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그의 입에서 혈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 우어어어..으어어어어..!! 왜,왜 당신이!! 왜!! "
" 아니.. 오늘 생일이잖아 하하.. 쿨럭..컥.. 그,그래서 잠깐 얼굴이나 보고 갈까 했지 뭐 하하하.. 쿨럭.. "
" 아,아아아아.. "
" 나,나 당신.. 치,친구 맞지? 그렇지..? 나때문에..쿨럭..그 깡패새끼들한테도..마,맞섰잖아 응? 하하하..커억 "
" 아아아.. "
" 이,이제는.. 하,항상 웃고 살라고.. 친구.. "
흥건한 피
촛점없는 그의 눈동자.
그리고 웃고있는 그.
"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후에 알았다.
가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다가 친척조차 찾지 않아
쓸쓸히 혼자 장례식장을 지키고 앉아있는 내게
당시 사고조사를 했던 담당형사가 찾아왔다.
그는 조용히 향을 피우고 절을 한뒤 내게 말을 걸었다.
" 참 신기하죠 "
" .. ? "
" 신원확인 하면서 안 사실인데.. 참 그사람도 안됐습니다 그려. 잘나가던 벤처기업의 젊은 사장이였는데
아 글쎄 결혼을 앞둔 여자가 그만 거기서 사고를 당한거죠.
그 사람 역시 그곳에서 여자를 구하려다 다리까지 잃고 사랑하는 사람까지.. 에휴.. 세상이 어찌 이런지.. "
그,그랬던가..
그래서 그에게 의미가 되던 곳이였나..?
향단지에서 나는 이질적인 향의 연기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함께 그가 남긴 냉막한 눈매에 비례하며 환히웃는 그 인형은
내 손에 쥐어진 핸드폰 자락에서 같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 친구여.. "
..
길다고도 할수있고 짧다고도 할수있는.
외롭고 척박한 나의 삶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만났다.
짧은 만남이였지만 친구였다.
그와는 무언가 통하는게 있었고
그와는 이상하게 친근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신체에 장애가 있는.
세상 사람들이 무시하며 하잖게 보는.
그런 틈에 찔린 편견과 아픔속에서도 꿋꿋히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나의 친구.
우정을 알려주었던 나의 친구.
세상사람들을 그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
아니.
적어도 내게는 그렇지 않다.
그는 나의 친구. 장애우(障碍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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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안흘린 애들 사람도 아니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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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유수] 장 애 우 ( 障 碍 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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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라는걸 느꼇다-┏....
감동 적이다...
님이.. 운영자라오..
감동적이네요..^ ^///
...................할말 잃음.....참...감동적이구려.
감동적이오 ㅜㅜ............
감동이오-_ㅠ...청산유수님 글체가 원래 이렇지 않았소만 광녀 이후로 청산유수 님 글 보고 울었소-_ㅠ..
청산유수님 글 안같애;;스바라시!!.....근데 나도 읽다보니...........야오...쪽으로.....;;
난 짐승인가?
이 글은 청산유수님 실화가 아니라고 하신것 같은데.. 그냥 상상하신거라고..
뭐야=_=..어쩐지 왜 회사에 취직 하셨나 했소!!!!!!!!!!!!!!!!!!!!!!!!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_-; 슬프군...
난 콧물도 흐르오 ㅜㅡ
슬프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