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요한 2서 4-9
[선택받은 부인이여,] 4 그대의 자녀들 가운데, 우리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계명대로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매우 기뻤습니다.
5 부인, 이제 내가 그대에게 당부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대에게 써 보내는 것은 무슨 새 계명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지녀 온 계명입니다. 곧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6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가 그분의 계명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고, 그 계명은 그대들이 처음부터 들은 대로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7 속이는 자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는 속이는 자며 ‘그리스도의 적’입니다.
8 여러분은 우리가 일하여 이루어 놓은 것을 잃지 않고 충만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살피십시오.
9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것을 벗어나는 자는 아무도 하느님을 모시고 있지 않습니다. 이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는 이라야 아버지도 아드님도 모십니다.
복음 루카 17,26-3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27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28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29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30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31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32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33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3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5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6)
37 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90년대에는 종말 소동이 참으로 많이 일어났었습니다. 정말로 세상 종말이 다가온 것처럼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말들을 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밑으로 들어가서 자기 자신만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했던 일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요.
그 당시 종말이 온다고 천막에 모여서 손을 흔들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방송된 적이 있습니다. ‘휴거’라는 말을 쓰면서 흰옷을 입고 날개 짓을 하면 하늘에 그대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새처럼 손을 흔들면서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방송사에서 그 안에 자신의 아내를 두고 있던 어떤 남편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남편은 이러한 말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내가 나와 자식들을 두고 자기만 하늘나라로 가겠다고 몰래 나와서 저러고 있는 것이 서글픕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의 속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이 가득한 곳입니다. 즉, 하느님처럼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자기 가족을 팽개치고 자기만 하늘나라에 가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 과연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사실 종말을 의미하는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라는 것일까요?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날이니까 힘들게 살지 말고 그냥 대충 살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종말의 시간을 정해서 흰 옷 입고서 미친 듯이 날개 짓을 하라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보다는 아무도 모르는 그 시간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사랑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 종말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노아 시대의 대홍수가 다시 일어나고, 롯 시대에 있었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 이 땅에 이루어 질 것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이 말씀이 우리들에게 어떤 공포감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이 말씀을 두고서 사람들을 오히려 나쁜 길로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아니라는 이유를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라는 제자들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이 모여드는 자연의 이치와 같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이치에 맞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따라서 세상 종말의 날이 언제 어디에서 이루어질 것인지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 종말에 대한 준비는 흰 옷 입고 날개 짓하면서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바치는 것 역시 세상 종말의 준비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는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세상 종말에 대비하는 우리들의 가장 큰 준비인 것입니다.
나는 얼마나 그 준비를 하고 있나요? 그날과 그때는 아무도 모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사랑해야 합니다. 나만의 구원이 아니라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기도합시다.
어느 중국인의 좌우명(Plus 3H, '아침 묵상' 중에서)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서울 한복판에 있는 대연각 호텔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1층 커피숍에서 일어난 불길이 환기구를 통해 위로 솟구쳐 21층짜리 호텔 건물은 삽시간에 화염과 독한 연기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이례적으로 화재 현장이 TV생중계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 비참한 장면들을 몸서리치며 지켜보았고 지금까지도 강렬한 기억으로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훗날 이 사건은 <타워링>이라는 유명한 재난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불길을 피하다 끝내 견디지 못하고 고층에서 낙엽처럼 떨어지던 사람들, 구조 헬리콥터에 매달려가다가 바람때문에 추락하는 사람들.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때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물이 있었습니다. 11층에서 젖은 담요를 몸에 두르고 창가에서 손을 흔들던 그는 몇시간에 걸친 소방대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간신히 구조됐습니다. 대만 공사로 한국에 나와있던 중국인 여선영씨였습니다. 화기와 가스를 견디기 위해 욕조에 물을 받아 수건을 적셔가며 구조를 기다렸던 그는 그 와중에 욕조에 자신의 좌우명 네 글자를 새겨 놓고 끝까지 버텼다고 합니다.
'처변불경(處變不驚).'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위기 상황에선 웬만큼 경험이 많고 박식한 사람도 허둥지둥하게 마련입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고 하지요. 좌우명이란 평생동안 앉은 자리 오른 편에 새겨놓고 명심 또 명심하는 글귀입니다. 그런 좌우명이 아니라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생사의 기로에서 자신을 지켜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부모의 좌우명만큼 소중한 유산은 없습니다. 어린 아이는 부모의 좌우명을 내려 받고, 그 아이의 아이가 또 내려 받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훈이요, 명문가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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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찬미 예수님 !! 신부님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잡아 논 날은 반드시 온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혼사나 생일 날이 꼭 온다는 말입니다. 어제가 대입 수능일이었습니다. 옛일이 새롭죠. 매 시험이 끝나고 우리가 입에 올리는 말이 있습니다. 한달만 더 있었다면 ,아니 일주일이라도 더 시간이 있었다면하고 되내입니다. 그러나 과연 일주일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고 더 열심히 공부했을까요? 의문입니다. 소수의 몇몇만 준비를 하고 있겠지요. / / 아쉬움만 남는 그날을 맞아들이지 않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여야 하겠습니다.
등잔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그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 미리 미리 준비에 저도 동참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찬미예수님! 오늘복음말씀을 생각하니 갑자기 학생시절 읽었던 책이 생각납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주님께서 우리에게 예비하신 그때를 생각하며 각자의삶에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마음이듭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종말을 두렵게만 생각하기에 정신없이 허둥지둥 사는것 같아요. 종말이 하느님 나라의 완성이라 생각하면, 침착하게 제 할 바를 다하며,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게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 사랑한다면..보험에 들은것 마냥 든든할텐데요..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제가 살아있음을 아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에 달려있을거예요. 독수리들이 모여들지 않게하려면 사랑으로 사는수밖에 없을거에요. 마더데레사처럼,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모든이를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
지금 당장 사랑하겠어요.. 특히 소외 받는 사람을..!
어제 딸 리디아도 수능 무사히 치뤘습니다. 주님께,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함께 한 가족들도 사랑합니다.
신부님 어제 멜을 못봤네요 넬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