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아침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인사 올립니다.
영어사전에서는 commencement를 “졸업”과 “시작”의 두가지 의미를 가진 다의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commencement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유사점에서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동서양 인류의 진취적인 동질성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가 50여년전 처음 직장 생활을 할 때 맞춘 양복은 지금은 내 몸에 맞지 않아 도저히 입고 다닐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몸이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대의 사조도 계속해서 새로움을 쫓아 바뀌고 있습니다. 내 몸과 시대 사조는 세월 따라 변해가는 데 유독 나의 사고방식이 고정불변이라면 설레 임으로 맞아야 할 한 해의 시작이 어쩌면 두렵고 불안하게 느껴 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자는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이미 옛 사람그룹속에 분류되는 senior citizen입니다. 통상 senior citizen은 고정불변의 옛 방식에 집착해 스스로 만든 생각에 감옥에 갇히는 불행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senior citizen의 경향을 보정하기위해 암중모색 하다 고전에서 겨우 그 해결의 실마리가 될만한 가르침을 발견했습니다.
논어 제9편 자한 4장에 보시면 子絶四 無意無必無固無我(자 절사 무의, 무필, 무고, 무아)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김석원 선생님께서 저술한 논어 역해에서 따온 위문장의 쉬운 우리말 번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공자께서 누구나 근절시키기 어려운 네 가지를 끊어 버리셨다. 그 네 가지란 주관적인 사사로운 의사와 기필코 관철하려는 억지와 완고하게 자기 뜻만 이루려는 외고집과 나 만을 내세우려는 유아독존식 태도이다.”
약 2500년전 공자님 생존 시 결행하여 논어에 기록된 공자님의 말과 행동 중 절사(絶四)는 자기중심 적인 이익과 욕망을 고집하는 소아(小我)적인 나를 초월하여 공의(公義)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며 나를 넓히는 행위의 본보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자의와 억지, 외고집 그리고 유아독존식 태도에 집착하며 자기만 내세우는 방식으로는 타인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공자님이 말한 네가지 악습을 의식적으로 끊어 버리는 것이 세상과 소통하며 공의를 실천하며 오손도손 화목하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선행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 따라 변화하는 세상풍조에 잘 적응하는 조건과 태도를 논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처세철학이 노자 도덕경 제 8장에 언급된 상선약수(上善若水)즉 “지극한 선은 물과 같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上善若水(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이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 故畿於道(고기어도)
지극한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데 머물기 때문에 물은 도에 가깝다고 하겠다.
-번역 김승혜지음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중에서
노자가 도에 가깝다고 극찬한 물의 특성 열 가지입니다.
첫째, 물은 가장 부드럽고 약하다. 그래서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만 굳세고 강한 것을 뚫는 데는 물을 이길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즉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이다.
둘째, 물은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사람은 낮은 곳에 머물려고 하지 않고 높은 자리를 선호하지만 반대로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을 향해 흐른다. 자신을 낮은 곳에 둘수록 인격을 더 높아 진다. 이것이 세상을 사는 처세 철학이다.
셋째, 물은 상황에 순응하여 행한다. 물은 항상 땅의 형태와 방향을 따라 흐르므로 지세가 높으면 높은 곳으로, 지세가 낮으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등 영원히 상황의 변화에 순응하여 행한다.
넷째, 물은 만물을 포용한다. 물의 포용성은 배타적인 속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통합하는데 기여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치이다.
다섯째, 물은 변화하기를 가장 잘한다. 물의 변화는 모든 사물가운데서 가장 자주 발생하여 액체,기체, 고체로 변할 수 있다. 크게 변화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 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여섯째, 물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기체이든 액체이든 고체이든 모두 물분자로 구성되어 있어 (겉모양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일곱째, 물은 만물을 기를 수 있다. 물은 사사로움이 없어서 만물을 윤택하게 하므로 만물은 물을 윤택하게 하는 기능을 떠나서는 성장할 수 없다. 물은 모든 생명체의 중요한 구성 분자이자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여덟째, 물은 다투지 않는다. 물은 만물을 기르므로 공로가 가장 크지만 다투지 않는다. 여기에서 물의 봉사정신과 희생정신 그리고 겸허함과 무위의 탁월한 품성이 드러난다.
아홉째, 물은 스스로 순결하면서 남의 더러움을 씻어 준다. 사람은 물을 본받아 마음을 순수하고 깨끗하게 한다.
열째, 물은 힘이 가장 세다. 물방울은 돌을 뚫지만 돌은 물을 가르지 못한다. 만일 돌이나 칼로 물을 가른다면 처음에는 갈라 지는 듯 하다가도 이내 다시 합쳐진다. 이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원리이다. 물은 암석과 토양을 침식하고 물길을 바꾸거나 토사를 옮기며 평원을 만들기도 하는 등 땅의 모양까지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 이부분은 도덕경 완전해석(장치청 지음, 오소현 옮김,판미동 간)에서 축약하여 인용했습니다.
뉴에지 작가인 에일린 캐디(Eileen Caddy,1917-2006)는 사람의 생각은 부메랑(boomerang)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생활속에 생각에 가까운 현실이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생각을 구성하는 덕목에는 긍정적 가치와 부정적 가치가 있습니다. 2024년 우리 앞에 펼쳐진 인생무대에서 희망을 잉태한 긍정적 가치를 파종하여 연말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한해를 맞이 합시다.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는 인생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히어로(hero)또는 히로인(heroine)입니다.
○긍정적 가치 목록:
개방성 건강 경쟁력 공정함 규율 군형 기쁨 끈기 끌어당기는 힘 끝없는 배움 또는 성장
낙관주의 너그러움 도전 독립심 리더십 명료함 모험 비전 사랑 성공 성취 소통 신뢰 신용 안도감 안정성 역량 연민 열의 영성 용기 우정 유머 윤리 융통성 자신감 자유 자존감 정의 정직 존중 지식 지원 지혜 진실성 진정성 창의성 책임 충성심 친절 탁월함 투지 행복 헌신 호기심 효율성 힘
○ 부정적 가치목록
거절 걱정 굴욕 낙담 낙심 냉소주의 두려움 명예 무관심 무기력증 무력감 배척 병 분노와격노 불안 불평등 불행 비관주의 비난 비애 비통함 비판적판단 슬픔 실패 엄격함 외로움 우울함 의심 자기의심 적의 절망 좌절감 죄책감 지위 질투 체념 침울 침잠 쾌락 타인비판 탐욕 후회
-위의 가치 목록은 샤샤불랙 지음, 장지현 옮김(월북 간) 히어로의 공식에서 인용했습니다.
고사성어 유종지미(有終之美)는 ‘시작할 때처럼 끝을 잘 마무리하는 아름다움’을 말합니다. 유종지미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위징이 당태종에게 한 간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위징이 유종지미와 관련하여 당태종에게 간언한 내용중 일부입니다:
“존귀한 제왕의 자리에 있게 되면 온 세상의 부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말에 거역하는 사람이 없고,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사람들이 반드시 순종하고, 공정한 도리보다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움직이고, 욕망이 예절을 파괴하기 때문에 처음에 잘해도 끝까지 잘 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글을 읽는 여러 분은 평범한 시민으로서 제왕의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옛날 위징이 염려했던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 않습니다. 세상 도처에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자극하는 유혹의 덫이 여기 저기에 거미줄처럼 놓여 어리석거나 조급하거나 조심성 없고 충동적인 성향의 사람이 걸려 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살면서 탐욕과 이기심을 스스로 제어하는 자기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최근 배우 이선균의 안타까운 죽음을 목격하면서 천려일실(千慮一失)도 허락하지 않는 엄격한 자기 관리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