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와 관계되어 있는 코랄풍 성가들 가운데 리드미컬한 분위기로 눈에 띄는 현대 성가가 바로 성가 166번 '생명의 양식'이다. 이 성가는 20세기 후반에 미국에서 활동한 수잔 툴란(M. Suzanne Toolan, 수도명 에메리타) 수녀가 만든 곡이다. 이 분은 자비의 수녀회(Sisters of Mercy) 소속으로 이 곡을 비롯해 몇몇 성가곡으로 영어권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1982년에 몇몇 수녀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피정센터인 'Mercy Center'를 설립했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것을 즐겨 자작곡을 비롯한 성가, 특히 떼제 성가들을 기도 프로그램에 활용해 오고 있는 분이다.
본래 제목이 '나는 생명의 빵이다(I am the bread of life)'로 전 세계 약 25개국에 퍼져서 널리 불리고 있는 이 곡이 만들어진 데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66년 툴란 수녀는 샌프란시스코교구의 어떤 행사에 노래를 하나 작곡해 줄 것을 의뢰받았다. 그는 마감일이 다가올 때쯤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양호실 옆 빈방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곡을 쓰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나오지 않아서 악보를 그리다 이내 찢어버리고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 여학생이 양호실에서 나오면서 찢어진 악보를 집어 들고는 "이게 뭐예요? 아름다운 곡이네요"라고 말했다. 툴란 수녀는 이내 그 찢어진 악보를 다시 집어 들고는 테이프로 붙여서 그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지 50년밖에 되지 않은 이 곡은 요한복음 6장에 나오는 '생명의 빵'에 대한 예수님의 긴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후렴 가사에 있는데, 우리 성가 책에는 '나 그를 영원히 살게 하리'로 되어 있어 '영생'을 노래하지만, 영어 가사는 이와 달리 '마지막 날에 그를 일으키리'로 '부활'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이 곡을 특히 장례 미사용으로 즐겨 사용한다. 현행 「가톨릭 성가」와 관계되어 전해 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가톨릭 성가」 책이 나오기 전에 우리 교회에는 주로 전통 성가들을 수록한 「정선 성가집」과 코드가 붙어서 주로 젊은이들이 기타를 치며 즐겨 사용하던 「공동체 성가집」이 있었다. 이 책들이 나올 즈음 모두 한국 교회음악의 초석을 다졌던 음악가 이문근(1917~1980) 신부에게 추천 내용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신부는 「정선 성가집」은 추천해주셨으나 「공동체 성가집」은 거의 취급도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더구나 「정선 성가집」의 전통을 이어받은 「가톨릭 성가」는 처음에는 398번까지만 있었다. 그러나 후에 많은 신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399번 이후의 성가들이 추가되었다. 그런데 대부분 「공동체 성가집」에서 온 곡들이다. 이문근 신부님의 판단과 신자들의 취향이 똑같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통 코랄풍의 성가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에서 166번 성가는 흥미로우며 외국에서는 기타 코드가 붙어 있는 단선율로 밴드나 기타 반주로 장례 미사에서조차 신나게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 곡은 저작권 등록이 1971년으로 되어 있어 아직 저작권이 살아 있다. 그래서 저작권에 주의를 필요로 하는 성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