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처음 가는날 (궁금하신분들이 많으실것 같아서 좀 자세히 쓰겠습니다.)
서초동 현대골든텔은 약 10년전 저도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던 곳이라 가는길은 문제없다고 생각하여 자신만만하게 갔는데 10년전의 강남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무려 20분 가까이 헤멘 후 겨우 찾았습니다. 그때는 골든텔이 꽤 첨단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오래된 그 뒤의 아파트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약속시간 5분을 넘겨 헐래벌떡 엘리베이터를 탓는데 바로 6층으로 갔습니다. 다시 3층을 계단으로 뛰어내려와 전화를 하니 차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자분이 나오시겠답니다. 디즈니의 최신 보물섬만화에 나오는 여자선장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날렵하고 유연하며 생명력이 넘치는 매력있는 수달이 의인화되어 있습니다.) 선원에 들어갔습니다. 선원안은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었지만 넓고 멋있는 수련장을 생각하시면 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목동에 사는데 목동에 있는 정말로 유명한 학원의 특징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깨끗이 청소는 되어있지만 창고를 개조한듯 전혀 신경쓰지 않은 실내, 마지 못해 아무렇게나 내건 전화번호도 적혀있지않은 간판, (전화를 해도 잘 받지도 않습니다.) 들어가서 소리를 쳐도 아무도 안나오는 무관심- 이런것들은 이미 숙달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곳은 들어가기는 힘드는데 일단 받아들여지면 지극정성 보살펴 줍니다.
선사님이 오셨습니다. 얼른 보기에는 마음씨좋고 풍체가 좋으신 이웃집 아저씨 같습니다. 가까이 오시니 시원한 기운이 피부를 통과해 가는것 같습니다. 가슴이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문득 다시한번 뵈니 얼굴과 몸매에 서릿발같은 기운이 서려 마치 40대 초반의 젊은 장군처럼 보입니다.(어릴때 나는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의 2인자를 가까이서 뵌적이 있습니다. 이때 그분이 생각났습니다.) 다시 온화한 처음의 그 이웃집 아저씨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참 미안해 하시며 제가 양기 40%, 음기 60%라고 진단해 주시며 "그래도 독맥이 좀 청소가 되었다"고 기운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또 제가 실망할까봐 여러가지 좋은 말씀도 해 주시며 선골호흡부터 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선골호흡을 앞이마에서 기운이 줄줄 물처럼 흐를때까지 하여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범님은 어여쁘고 날렵한 모습과는 달리 기운이 우렁차십니다. 균정체조는 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역동적이고 따라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꼬리뼈를 주시하고 앞엣분 동작도 봐야하고, 사범님이 직접 자세를 잡아주시기도 하여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등뼈의 윤곽이 뚜렸이 잡히며 트림이 나옵니다. 사범님이 자리를 깔기 시작하십니다. 저것이 내 자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흐뭇해 집니다. 두터운 방석을 깔고 머리만 내놓고 몸앞쪽을 모두 덮었습니다.(누에고치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발쪽에 전기히타도 켜 주셨습니다.
호흡교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진호흡을 하며 사범님께서 직접 지도해 주셨으나 잘 되지 않습니다. 숨을 내쉰뒤 들어오는 숨만 쉬라고 하시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배가 부푼다고 하시며 횡경막이 풀려야 된다고 그냥 호흡만 하랍니다. 수진호흡도 아니고 자연호흡도 아닌 꼬리뼈를 바라보며하는 그냥 호흡. 완전 생초짜가 되었습니다.(제가 그래도 단전호흡 6년차 입니다.) 깜박졸기도 했습니다. 선사님께서 오셔서 봉고를 확실하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수련끝난뒤 사범님께서 차를 준비하십니다. 햇빛이 등뒤로 화사하게 비치는데 사범님이 참으로 아름다와 보입니다. 빛속에서 아른아른 움직이십니다. 가만가만 바라보니 뽀얀피부에 눈동자는 깊고 맑습니다. 아직 미혼이시니 능력있으신 분들은 관심을 가져 보셔도 좋으실겁니다. 선원에서는 수련에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냥 이런저런 신상의 이야기 입니다. 어여쁜 사범님이 손수 차를 끓여서 따라주시고 선배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집으로 오는데 온몸에 시원한 기운이 퍼집니다. 혼자서 수련하다 기운이 뒤엉켜 수진선원에 가게 되었는데(그 경로는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벌써 기운이 정리되는 모양입니다. 왕복 교통시간이 세시간 가까이 걸리지만집에오니 참 잘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