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동자대회요?
저희는 서로 가겠다고 해서 제비뽑기 했어요"
울산동구지회는 2013년 홈플러스노동조합 설립 직후 1호 였던 영등포지회에 이어 2번째로 설립된(당시울산동구,중구,남구가 함께 설립함) 지회로, 홈플러스지부에서 맏이 역할을 하고 있는 지회다.
5년의 역사동안 굳건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울산동구지회의 사례를 마트노동자대회 조직모범사례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이번 인터뷰는 울산동구의 주요간부들이 함께 진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울산동구 이혜숙 사무장 , 박정자 부지회장, 황경옥 지회장, 김영옥 울산본부 부본부장)
Q. 조직화와 선언운동이 얼마나 진행됐나요?
- 지회장 : 현재 선언은 130명 받았어요. 업체여사님들도 거의 다 받았고요.
당일 참가는 14명이 조직되었습니다. CS 간부들은 사무장님이, 영업쪽은 부지회장님이 고생을 많이 해주셨고요, 부본부장님도 자기부
서와 전체적으로 큰 역할을 하셨어요.
Q. 주로 어떤 요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 부본부장 : 업체분들은 아직까지는 갑질이 많은 것 같아요.
현장간부가 있으면 덜 한데, 늘 같이 있을 수는 없잖아요. 관리자들에 의한 업무들이 음성적으로 진행이 되죠.
Q. 여기 계신분들은 다 오픈멤버라고 들었는데, 처음에는 왜 노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 부지회장 : 연장근무죠. 저는 당시에 제 시간에 집에 간적이 거의 없어요. 기본 30분~1시간 연장은 고정이었거든요.
저는 농산부서인데 각종 점검이 정말 많았어요. TW(알바)로 들어왔는데도 새벽 4시까지도 일하곤 했죠.
일마치고 나가면 새벽거리에 청소차를 만나던 풍경이 생생해요. 당연히 연장수당은 달아주지도 않았죠.
지금은 퇴사한 한 여사님은 실제 47시간 연장근무했는데, 신경써준게 7시간 연장 달아줬다고 하더라구요.
- 부본부장 : 저는 연장최고로 많이 달아본게 2시간이예요. 나머지는 다 꺽기죠. 그 때는 그게 잘못된 건 줄도 몰랐어요. 순진했어요.
(꺽기 : 연장근무수당을 주지 않고, 한가한 날 늦게 출근하라거나, 일찍퇴근시키는 식으로 퉁치려는 행태)
Q. 정말 말도 아니였네요. 노조생기니 어떻게 바뀌던가요?
- 부지회장 : 지회설립하고 바로 칼퇴근 시작했어요. 첫 날 퇴근 하는데 뒷통수가 엄청 땡기더라구요. 한 달 정도 지나니 정착됐어요.
지금은 정규직도 같이 칼퇴근해요. 우리보다 더 먼저가요.(웃음)
- 부본부장 : 저는 노조 생기고 더 좋았던건 명절에 뭐 안사도 되는거.
- 사무장 : 맞다 강매 진짜 지독했죠.
- 부본부장 : 그 때 돌아가면서 아침마다 미팅을 해요. 그럼 아예 직원들한테 팔아야 되는 상품을 L카에 싣고 왔어요.
여름엔 수박, 크리스마스 때는 케잌, 떡국, 상품권 그런거 한 개씩 사라고 시켰어요.
- 지회장 : 관리자들 막말도 엄청 많이했는데 없어졌죠.
- 부본부장 : 회식자리에서 성희롱도 많았어요. 제가 직접 겪었던 적이 있어요. 다음 날 그 관리자한테 사과요구하니,
그런뜻도 아닌데 왜이렇게 예민하냐면서 뭐라고 하더구요. 나중에 건너 들으니 전배가서도 결국 성추행문제로 해고됐다고 하더라구요.
Q. 제 버릇 못감췄네요. 피부로 와닿는 문제들이 바뀌니 조합원들도 좋아했겠어요.
- 사무장 : 네. 노조하고 제일 좋은거. 한마디로 요약하면 '당당함' 이죠. 그 전에는 정규직들은 하늘이고, 우리는 땅인줄 알았어요.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로.
- 부본부장 : 조합원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도 느끼는 바가 많았을꺼예요.
한 번은 업체여사님 한분이 고객한테 삿대질 당하고 욕 들으면서 울고 있었어요. 제가 단체협약에 근거해 후방으로 모시고 갔었어요.
잠시 후 FT가 찾아와서 어느정도 진정됐으면 와서 사과하라고 하더라구요. 절대 안된다고 끝까지 지켰죠.
그 여사님이 우시면서 "내가 이렇게 피해있어도 되냐" 라고 하시더라구요. 마음이 아프면서도 조합의 힘을 느꼈죠.
(▲현장순회중인 울산동구지회 간부들. 가운데 이혜숙 사무장, 우측 황경옥 지회장)
Q. 그런 활동들이 모여서 지금의 울산동구가 되었나 봅니다. 이번 참가조직도 그래서 잘 된거겠죠?
- 부지회장 : 일단 지침이 내려오면 저희는 분회장들과 일사천리로 공유하고 열심히 만나요. 그게 핵심적인 거 같아요.
- 지회장 : 저희 동구 간부님들, 조합원들은 지역색이 있다보니 (노조활동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 형성이 되어 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마트노동자대회를 한다고 하니까 기대도 크고 참여에 대한 마음이 큰 거 같아요.
- 부본부장 : 확실히 노조 생겼을때도, 중공업이나 현대차처럼 당연히 노조 있어야 된다는 긍정적 인식들이 있기는 해요
- 부지회장 : 가고자 하는 인원들은 더 있는데 스케쥴이 안나와서, 그래서 그런지 서로가려고 싸우고 싸우고 (웃음)
- 사무장 : 저희 참가자는 다 제비뽑기로 선택된 인원들이예요 (웃음)
- 지회장 : 한 번 서울다녀오신 분들은 또 좋다고 서로서로 얘기를 많이 독려 해줘요.
Q. 어쨌든 간부님들이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 지회장 : 자진해서 간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래도 매장에서 근무는 해야 되잖아요. 농산 CS 같은 경우는 서로가겠다고 해서 사다리 탄거예요. 4명인 부서에서 4명이 다 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섹션별로 근무인원은 남기고 대표격(?) 으로 참가합니다.간부들이 늘 고생하는 걸 아니까 1년중 제일 큰 날 당연히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마음들이 있죠.
Q. 그러게요. 못가신 분들은 아쉬워서 어쩌나요?
- 지회장 : 그런분들은 찬조! (웃음) 못 가신 분들은 찬조를 해주시기로 했어요. CS에서는 떡을 준비하기로 했고, 다른 부서에서는 달걀, 귤 같은 간식을 모아주기로 했고요. 차비를 모아주시는 부서도 있고요. 마음들이 너무 고맙죠.
다음에는 내가 가겠다고 하면서요.
(▲울산동구 미팅모습. 노조의 중요한 전달사항이 있으면 cs휴게실 등에 모여 소식을 나누고,행동을 결의한다)
Q. 지역분위기나 환경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생각보다 큰가봐요?
- 부본부장 : 아무래도 중공업,현대차, 관련 하청업체에서 가족들이나 남편분들이 일하는 경우도 많고 하니까 고용불안에 대해 더 민감하죠. 이번에 홈플러스 보안업체 문제도 그렇고. 노조가 없거나 약하면 직원들이 엄청 고생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니 요즘엔 더 마음을 많이 써주는 거 같아요
Q. 노조일도 버거운데 지역활동 연대하고 하려면 안 힘드신가요?
- 부본부장 : 더 큰 연대를 해야 우리가 사는 거잖아요. 지역이 없으면 저희도 없는거죠. 다 같은 노동자고 울산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문제죠. 우리가 가진 건 단결과 연대의 힘인데, 다 같이 안하면 자본에 맞서 어떻게 싸우겠어요?
지회만 봐도 간부들이 없이 지회장 혼자서 다하려면 힘들잖아요.
(울산본부는 포항, 경주지역까지 나가 마트노조 조직확대를 위한 실천활동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세워진 홈플러스 경주지회도 울산본부 간부들의 힘이 컸다)
Q. 그러고보니 울산동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도 뛰어드셨잖아요?
-부본부장 : 저도 후보(울산동구 비례)로 나갔는데, 저 땜에 생전 처음 투표하셨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정치가 멀리 있는게 아니라고 느끼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마트에서 일만 했는데 누가 절 알겠어요. 인지도도 전혀 없는데 득표율이 16.4 % 나왔어요. 온전히 저희들의 힘으로 이룬거죠. 다들 실망하는 게 아니라 고맙다고 했어요. 대신 나서서 싸워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하면 되겠구나 라는 것을 다들 느끼신 거 같아요.
- 부지회장 : 너무 자랑스러웠죠. 좋은 경험이였고. 어제 우리 아저씨가 TV보다가 그러더라구요. 김영옥씨 또 안나오냐고.
활동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게 잘 전달이 되었던 거 같아요.
- 부본부장 : 이번에 감정노동조례 요구하면서도 참 생각이 많이지더라구요. 진짜 우리동네 의원, 구청장 한 명만 있었으면....
- 사무장 : 노조와 정치라는게 떨어질 수 없는거 같아요. 처음 느끼면서 인식을 바꾼거죠. 예를 들면 공약이 우리들 요구 자체잖아
요. 최저임금 비정규직 철폐 같은 것. 누구손에 맡기는게 아니라 직접 우리가 정치에 뛰어들고, 노조는 미팅을 통해서 알리고. 하나가 된거죠. 그야말로 새로운 경험이였죠. 선거 끝나니 노조가 더 단단하고 강해졌어요.
(▲지난 지방선거 때 선거운동 모습. 최저임금삭감법 폐기가 주요 공약이였다.)
Q. 정말 지난 5년 동안 이것저것 다 해보셨네요. 대체 울산동구 간부들은 몇 명이고 어떻게 운영이 되나요?
- 지회장 : 20명이예요. 각 섹션별로 분회장이 있어요.저희는 1년에 한번씩 로테이션으로 간부를 돌아가면서 하는걸로 정해놨어요.
한달에 1번 정기 운영위원회를 매월 첫째주 월요일에 진행해요. 모든 조합원들이 한 번씩 간부를 해보게 되니까 서로 마음을 다 알죠. 안 해보면 모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협조가 잘 되는 편이예요. 제가 일하기 편하죠(웃음)
- 부본부장 : 처음에 노조 시작할때 어렵잖아요. 진심으로 부탁을 했어요. 다 같이 나눠서 하자고. 그렇게 시작한 게 이제는 자리가 어느정도 잡힌 것 같아요.
- 사무장 : 저희 CS 같은 경우는 무인, 계산대, SV, 몰 이런식으로 세부카테고리별로 다 세웠어요. 2~3명씩 . 그래서 어느 날 한 분이 안계시더라도, 입에서 입으로 잘 전달이 되는 거 같아요.
(▲울산동구 운영위 모습)
Q. 부담스러워 하지는 않던가요?
- 지회장 : 처음부터 부담을 준 건 아니에요. 사소한 것부터 맡기면서 역할을 높여나갔어요. 다음해 이월될 때 전임분회장이 "나는 이런부
분을 잘 못했는데 보완해서 잘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계승되고 발전되는 거 같아요. 쌓여가는 거죠. 그리고 미팅을 정말 꾸준히 해요.
지금은 일상이 되어 버렸어요.
- 사무장 : 예를 들면 강제징용노동자상 모금을 받을 때도, 각 분회장님한테 전달을 하면분회장님들이 알아서 일처리하고 마무리하세요.
지회운영위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 지회장 : 일이 있으면 분회장님하고 터놓고 얘기해요. 교육이 필요하면 교육도 하고. 너무 많은 걸 맡기면 못할 것 같아 두려워하는 경
우가 있는데, 역할을 정확히 주니까 다 하시더라구요.
(▲후방의자에서 5분미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좌측이 김영옥 부본부장)
Q. 마지막으로 전국의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지회장 : 지금처럼 앞으로도 끝까지 쭉 함께 했으면 합니다. 맘편히 몸편히 일하는 그 날까지!
- 부지회장 : 조합원들이 탈퇴는 안해도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여전히 마트일이 고된거겠죠. 퇴사하지 않아도 되게, 더 빨리 좋은 일터 만들어갑시다.
- 사무장 : 목표는 오직 하나, 모든 마트노동자들이 노조가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갑시다.
- 부본부장 : 마트노조 1년동안 모두 고생이 많았습니다. 특히 본조에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4만,5만명 노동조합보다 더 많은 일
을 하는 거 같아요. 모든 노동자가 한솥밥 먹는 식구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면 좋겠어요. 투쟁하는 노동자는 반드시 승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