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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우산> 해가 쨍쨍하던 어느 여름날 버스에서 내려 친구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컴컴해지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소나기가 쏟아졌다. 비 피할 곳을 찾느라고 두리번거리다 문득 대장간이 눈에 띄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나? 대장간 안으로 뛰어든 순간 후끈한 열기가 와 닿아 주춤했다. “에헤야~.” 비록 음정 박자 다 무시한 가락이었지만 진심으로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쇠를 두들기는 아저씨, 저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달궈진 쇠를 식히는 아저씨, 그리고 말없이 웃으며 곰방대를 물고 계시던 할아버지, 낯선 풍경에 두렵기도 했지만 그들의 맑고 훈훈한 웃음 덕분에 기분 좋은 미열이 올랐다. 좀처럼 그치지 않는 비에 너무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나가려는 찰나 할아버지께서 볏짚으로 엮은 무언가를 내게 주셨다. 옛날 사람들이 비를 막기 위해 입었던 일종의 우비였다. 한 아저씨가 “아이구, 아버지 그걸 저 학생이 워떡게 입고 가유. 아부지도 차암.” 하며 곧장 빗줄기를 뚫고 어딘가 뛰어갔다 오시더니 노란색 우산 하나를 내 손에 쥐어 주셨다. 비에 흠뻑 젖은 아저씨의 모습에 죄송스러웠지만 마침 친구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맙습니다.” 하며 나와 버렸다. 며칠 뒤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다시 들른 대장간, 그곳은 여전히 바깥보다 몇 배는 더 덥고 시끄러웠다. 그곳에서 아저씨들과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큰소리로 “고맙습니다.”를 외쳤다. 그리고 전에 아저씨께서 주신 우산을 곱게 접어서 놓고 왔다. 비 오는 어느 날 그 동네를 지나다 보니 그때 생각이 절로 났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무심결에 대장간을 바라보았는데 수간 깜짝 놀랐다. 전에 내가 놓고 간 노란 우산을 대장간에서 나온 누군가가 받고 가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봤더니 전에는 없던 통이 하나 있었는데 “양심 우산”이라고 써 붙여 놓았다. 나중에 그 동네에사는 친구가 말하길 누구든 우산을 빌린 뒤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고 했다. 순간 할아버지와 아저씨 생각이 나 가슴이 뭉클했다. -좋은 생각 7월호-에서 |
첫댓글 '양심 우산" 참 좋은 발상이로다. 남을 위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시 그 고마움을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고, 돌고 돌아 처음으로 오고 보니 세상은 참 고마움에 휩싸여 사는 천국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