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곁에 누워 나를 재웁니다
아이를 달래듯 뜨거운 이마를 한 번씩 짚어주며
너를 가졌을 때 이야기야,
꿈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겨울 숲의 자두
새가 찌르고 달아난 자리로 단내가 풍기고
살짝 침이 고이기도 하는 이야기
어머니의 이야기는 열을 내려줍니다
이내 나는 자두 꿈을 꾸며 더 깊은 잠에 빠지고
어머니의 벌어진 앞니 사이로
흰 눈. 붉은 자두. 멀어지는 새.
나의 여름이 시작되는 곳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에선
통조림 뚜껑을 따는 소리가 들려오고
늦은 저녁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
문득
내가 세 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다른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났는데
저녁을 하고 있는 어머니는 누굴까 생각하는 사이
또 한번, 통조림 뚜껑이 열리는 소리
붉고 통통한 강낭콩이 우르르 쏟아집니다
하얀 식탁보. 투명한 유리 화병. 흔들리는 꽃.
고요가 생각납니다
나는
등 돌린 어머니의 몇 걸음 뒤에 서
신이 나도록 떠들어보기도 하지만
어머니께 무슨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는 것인지
나는
나만은 영영 알지 못합니다
눈을 뜨자 내 곁엔 검은 개가 배를 드러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고
오늘은
나의 생일
시큼하고 달콤한 향기가 섞이어 풍겨옵니다
이 여름이 한번 더 지나가도록
짧은 꿈의 손님은 모른 척 숨겨두기로 합니다
어두운 아침입니다
-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 창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