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기숙사비, 사분위 문제 등 거론
“여야 간 정쟁에 교육 현안 논의는 없어” 아쉬움도
제19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첫 국정감사가 24일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은 제18대 대선을 약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진행되면서 여야 간 정쟁으로 매몰, ‘부실 국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 대학 행정의 문제점과 미래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교과위 국감의 핫이슈는 역시 ‘반값 등록금’이었다. 김태년 의원(민주통합당)은 연간 4000억~50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하면 전국 50개 국·공립대 학부생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장학금 지원액을 고려할 때 대학원생까지 전액을 지원해도 1조2000억원이고 학부생을 중심으로 반값등록금을 추진할 경우 실질적으로 추가재정 4000억~5000억원이면 즉시 실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고액 등록금에 대한 질타도 잇따랐다. 특히 유은혜 의원(민주통합당)은 현 정부가 대학 학부 등록금 인하·동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각 대학들이 대학원 학비를 올리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 의원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후 5년간 국립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등록금은 평균 14.7% 인상됐다. 또 고려대 의학계열 대학원 학비가 연 1761만원에 달하는 등 사립대 대학원 등록금이 연 평균 1000만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비용의 사립대 민자기숙사도 비판을 면치 못했다. 서상기 의원(새누리당)이 분석한 ‘대학별 평균 기숙사비 현황’에 의하면 올해 1인실 기준 사립대 민자기숙사의 전체 평균 기숙사비는 월 48만8000원으로 국립대 직영기숙사의 월 19만1000원보다 156%(29만9000원)가량 비쌌다. 또 사립대 직영기숙사의 월 30만8000원보다도 58%(18만2000원)나 비싸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은 ‘기숙사 의무식 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나섰다. 김 의원이 ‘전국 대학 기숙사 의무식 실태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료를 제출한 전국 대학 242곳 중 기숙사 의무식을 운영하는 대학은 135곳(55.9%)에 달했다. 또 이 가운데 49곳에서는 사용하지 못한 식권의 환불이 불가능했다.
김 의원은 “수업시간, 아르바이트 등에 쫓기다보면 기숙사 식사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며 “이런 경우에도 대학들은 남은 식권을 환불해주지 않아 가뜩이나 등록금으로 고통을 겪는 학생들에게 이중고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 교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상민 의원(민주통합당)에 따르면 지난 2009~2011년 전국 28개 국립대에서 부정부패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수·직원은 총 132명이었으나 이 가운데 중징계를 받은 경우는 37.12%인 49명에 불과했다. 연도별 부패 교수·직원 수는 2009년 19명, 2010년 33명, 지난해 80명으로 3년 사이 4배 이상 급증했다.
아울러 서상기 의원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41개 국·공립대가 실시한 교수 승진심사에서 총 1448명의 신청자 중 19명만이 탈락, 통과율이 무려 98.7%에 달했다. 또 정년보장심사는 총 602명의 신청자 중 19명이 탈락해 96.8%의 통과율을 보였다. 서 의원은 “미국 상위권 대학의 경우 정년보장심사 탈락률이 60~90%에 달한다”며 “국내 대학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교수 승진심사, 정년보장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학분쟁조장위원회’로 전락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뭇매를 맞았다. 사분위가 ‘사학의 정체성’을 중시해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대학에 비리로 물러난 구재단을 복귀키시면서 대학 운영이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은혜 의원, 이용섭 의원(민주통합당) 등이 잇따라 사분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특히 유 의원 분석 결과 광운대·상지대·세종대·조선대·영남대 등 구재단 복귀 대학 5개교의 법인전입금이 임시이사 체제로 있던 시기보다 구재단 복귀 후 오히려 줄었다. 5개 대학의 지난 2009년 법인전입금은 109억원이었으나 정상화된 지난해 65억원으로 44억 원이나 감소했다.
유 의원은 “대학 운영에 보탬을 주지도 못하는 정상화를 추진한 것은 사분위가 구재단에 대학을 돌려줘야 한다는 비상식적인 원칙에만 집착한 결과”라며 “오히려 사학분쟁을 조장하고 비리재단을 복귀시키는 데 앞장서 온 사분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경쟁 체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원 의원은 지난해 KAIST 재학생 6173명 가운데 884명(14.3%)이 ‘우울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김상희 의원(민주통합당)은 서울대 학생 중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2008년 89명에서 지난해 371명으로, 불안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2008년 47명에서 지난해 194명으로 모두 4배 이상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김태원 의원은 “지난해 KAIST 자살 학생 4명 중 3명이 우울증 증상이 있었던 만큼 학생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우울증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고 김상희 의원은 “학생 정신 건강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대대적인 점검과 상시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교과위 국감은 시작부터 끝까지 ‘대선 청문회’를 방불케 하며 교육 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워 아쉬움을 남겼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여야 간 정쟁이 주를 이룬 가운데 교육 현안은 ‘안 다룰 수 없으니 대충 짚고 넘어가자’는 식이었다”며 “현재 대학 사회에 필요한 현안들이 다수 제기됐음에도 이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논의는 없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한국대학신문 201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