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지맥은 한강기맥의 삼계봉(1,105m)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로 태기산과 치악산을 지나 감악산, 삼태산을 거쳐 태화산을 빚은 후 여맥을
남한강에 가라앉히는 136km 산줄기다.
태화산(太華山·1,027.4m)은 영월군 영월읍과 충북 단양군 영춘면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남한강으로 에워싸여 주능선에서 조망되는 강 풍광이 남다르게 아름다운 곳이다.
동쪽 산자락 끝머리 남한강변에는 고씨동굴이 자리하고 있다.
고씨동굴((高氏窟 천연기념물 제219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회동굴로 원래는 노리곡석굴(魯里谷石窟)이라 불리었으나 임진왜란(1592년) 때
이 마을 의병장 횡성고씨 고종원(高宗遠) 일가가 피란했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생대인 약 4억~5억 년 전에 형성된 이 동굴엔 종유석과 석순, 돌기둥이 아름답다.
현재 총연장 6.3km 중 약 800m까지 개방되어 있다.
들머리에 있는 북벽(北壁)은 영춘면 상리 느티마을 앞을 흐르는 남한강가에 깎아지른 듯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석벽(石壁)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청명봉은 매가 날아오르는 모습 같다고 해서 응암(鷹岩)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영조 때 영춘현감을 지낸 이보상(李普祥)이 석벽에 '북벽(北壁)'이라고 암각한 것이 이름으로 굳어져 내려온다.
또한 영월, 청풍, 단양, 풍기, 제천 등지의 풍류객들과 유생들이 이곳 북벽에 배를 띄워 풍류를 즐기며 장원한 시를 북벽에 암각하였는데,
모두 50명 정도로 대개가 중앙관직이나 관찰사, 수령이다.
여기서 중요한 한곳이 빠지고 말았다.
바로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에 있는 '단양 곡계굴'이다.
1·4후퇴에 단양군 영춘면과 강원 영월·태백 등 주민 300여 명은 봇짐을 지고 남쪽 가곡면 향산리로 피란을 가던 중 미군이 피란민 중에 북한군이
숨었을 수 있다며 도로를 탱크로 막고 통과시키지 않자 피란민들은 자구책으로 곡계굴에 피신했다.
동굴에서 10여 일을 숨어 지낸 1월20일 느닷없이 미군 폭격기가 곡계굴을 폭격했고 이에 놀란 피란민들이 흰옷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흔들었지만
미공군의 무차별 폭격은 멈추지 않았다.
동굴 밖으로 나온 주민도 기총 사격에 꼼짝없이 당했다.
진실화해위는 2년 조사 끝에 172명이 희생됐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조사보고서에 남겼다.
이 사건은 2004년 특별법이 제정된 영동 ‘노근리사건’과 달리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한 지원 근거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다 하여 추가적인 진상 규명이나
추모 사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날 우리는 영동군 '노근리 학살사건' 현장을 다녀온 바가 있다.
‘노근리 학살사건’은 1950년 7월 미군이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철교 밑에서 한국인 양민 300여 명을 사살한 사건이다.
'노근리 학살사건'이 일어난지 5~6개월 뒤 똑같은 사건이 이곳 '곡계굴'에서 일어난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 이런 무지(無知)를 누구에게 탓하랴.
산행궤적
우리는 이동거리 약 300km에 이르는 태화산을 가기 위하여 동래역에서 07:00에 출발하여 11시가 조금 넘어 북벽교에 도착하였다.
그런다음 습도 높은 산길 11.34km를 6시간 가까이 걸었다.
고도표
영월지맥
산행 들머리인 북벽교로 가던 중 단양군 대강면의 대강양조장을 들렸다.
대강양조장은 99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통 술도가.
1918년 문을 연 대강양조장은 3대 조국환 대표에 이어 그의 아들인 4대 조재구 대표가 현재 가업을 잇고 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검은콩 막걸리로 특허를 획득했고,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단양 한드미마을을 찾았을 때 인연으로 청와대 진상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뽑힌 이곳은 국내외 술체험 관광객들이 들러가는 명소가 됐다.
북벽교를 건너 2~300m 더 진행하여 '상리1교차로'에 버스를 댔다. 산길 입구는 버스 앞으로 보이는 포장 임도(빨간 화살표)로 오르는 길.
네비에 '상리1교차로'나 '단양군 영춘면 상리 526-1'을 입력하면 정확할 것.
'상리1교차로'는 커다란 표석들이 세워져 있다.
'남한강 굽이도는 북벽'이라는 큼지막한 자연석과 옆에는 '상2리 느티' 표석이 서 있다.
북벽 표석 아래에 북벽의 안내가 적혀있다.
남한강 상류 북쪽에 깎아지른 석벽과, 봄철쭉 가을단풍의 풍광이 아름답다고 하며, 가장 높은 청명봉은 매의 비상을 닮아 응봉이라고 한다.
자연경관과 어류서식 환경이 우수하여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로 지정된 곳이란다.
산길은 버스 뒷쪽으로 올라도 되고, 버스 앞으로 올라도 된다.
버스 앞으로 올라 뒤 돌아보는 모습. '단양 곡계굴'은 교차로 맞은편 북벽 표석뒤로 난길 500여m 지점에 있다.
포장임도는...
요즘 한창 말썽이 많은 양계장으로 오르는 길.
양계장 사료 저장고 못미쳐서 우측 산길로 본격 오름짓을 한다.
태화산등산로입구라는 이정표가 풀섶에 숨어있고, 임도급 산길은 비온 뒤 웃자란 풀섶으로 성가시기 짝이없다.
돌아본 남한강변과 운무.
살짝 당겨보니 검은 빛 북벽 뒤로 하얀 운무가 피어 오른다.
북벽이 적나라하게 잡혔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남한강 상류가 영월에 와 동강과 서강이 합쳐지고, 북벽에 이르러서야 강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며, 강폭이 넓고 수심이 깊다.
또한, 북벽에는 자연동굴이 여러 개 있어 박쥐, 비둘기 등이 많이 서식한다.
고려시대에는 영월의 속현이었기에 아직도 영월 영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산속으로 들어가며...
확인하는 이정표엔 정상이 3시간, 화정암이 1시간 30분 소요.
느티나무를 지나 바람없고 습기찬 산길을 땀뻘뻘 끙끙거리고 오르다...
미옥 씨가 수확한 하수오 한 뿌리를 본다. 카메라를 갖다대니 진한 사포닌 향이 물씬 풍긴다.
그런데, 제법 굵은 이 놈은 그만 반동강이가 나버려 나중에 버스에서 쬐끔- 아주 쬐끔- 사포닌 향을 음미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심마니가 되어야겠다.ㅋ 외워라~ 하수오의 이파리는 이렇게 하트(♡)모양이다.
그런 다음 유심히 등로를 살펴 보았더니 모든 줄기식물들은 모두 하트형이라 식별불가하여 단념하였다.ㅜㅜ
땀이 비오듯하는 산길에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소나무.
화장암(華藏庵)을 연못 우측으로 흘리고...
하늘을 찌를 듯 올곧은 낙엽송을 올려다보니...
소나무도 덩달아 하늘로 치닫는다.
습도높은 산중에 예쁘고 노오란 원추리를 담으러 허리를 굽혔다.
임도를 가로질러 오름짓을 계속한다.
흑석동 갈림길 이정표.
운무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고사한 나무 한 그루.
아무런 표식없는 이 작은 봉우리는 네이버지도에 세이봉(897m)이라 표시되어 있다. 귀(耳)를 씻는(洗) 봉우리란 말이가?
오랫만에 단체로 식사를 하게 됐다. 노란 밤막걸리 한 통을 얻어 마신다.
밤막걸리는 부여 낙화암에서 맛있게 마신 기억이 있지만 청량감이나 달짝지근한 맛이 생탁을 능가한다. 특히 산행하며 땀흘린 뒤의 맛은...
세이봉을 지나면 고도가 평이해지고 숲길이 이어진다.
우슴님이 동자꽃이라고 한다.
'옛날 어느 암자에 스님과 동자가 살았는데, 스님이 마을에 내려갔다가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산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눈이 녹을 때까지 며칠을 기다렸다가 올라가 보니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가 얼어 죽어 있었다.
스님은 동자를 고이 묻어 주었는데, 이듬해에 동자가 얼어 죽은 자리에서 동자의 얼굴처럼 둥글고 붉은 꽃이 피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뿌연 안개가 스민 몽환적 분위기의 숲길.
등로 좌측으로 영월 방면 흥교 갈림길 이정표.
충북 단양의 검은색 정상석과 강원도 영월의 한반도 모형을 닮은 자연석 정상석.
정상주는 대강막걸리로 하고...
다시 숲속으로 스며든다.
이 후 고도차 없는 육산을 다소 지루하게 걸으며...
오르내리기를 반복.
아직 고씨동굴은 5km가 넘게 남았고...
간간이 트이는 전망은 발품팔은 댓가로 손색이 없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너머로 응봉산과 계족산 자락이 운무에 서렸다.
너무 아름다워 한참이나 머물다...
선녀(仙女)들을 나란히 담는다.
저쪽 산정에도 신선들이 살고 있을 것.
변화무쌍한 자연은 오만가지 모습으로 다가온다.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산릉에서..
다시 스며드는 운무.
팔괴리와 태화산성 갈림길 이정표.
삐리리 전화가 걸려와 잠시 기다렸더니, 이회장이 한 보따리 가져온 싸리버섯.
싸리 두 개를 얻어 시키는 대로 저녁에 대쳐서 물에 한참이나 우렀다가 다음날 저녁 된장에 넣어 먹었는데, 그 맛이 괜찮대.
마지막 우측 90도로 꺾어지는 지점에서 1~20m전방에 있는 작은 봉우리를 올랐다.
우측으로 꺾어지는 지점의 이정표. (이정표 뒤 작은 봉우리가 전망대.)
전망대는 두어 평이 될까말까한 작은 봉우리.
이름모를 예쁜 꽃이 핀 봉우리엔...
역시 남한강이 굽어 보이고,
얼마전에 '연리지'님으로 부터 들은 '부엉이 방귀'라는 변형 소나무가지를 본다.
'부엉이 방귀'라고 불리는 소나무의 혹.
부엉이 방구는 복력목(福力木)으로 행운과 복을 가져다준다는 뜻으로 불린다고...
관솔의 혹으로 참나무 포자가 바람에 날려 소나무에 붙어 융합 형성되어 타원형으로 굵게 자라는데 맑은 공기와 토질, 기온, 기후에 의한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만들어진다고 한다.
옛 어른들은 부엉이방구로 복(福 쌀 됫박)이 되는 귀한 것을 만들어 썼다.
부엉이방구 됫박으로 쌀을 푸면 부자가 된다고 하였으며, 부모는 아들, 딸의 혼사에 제일 먼저 주시는 혼수 예물이기도 하였다.
부엉이방구 됫박을 절대 얻을 수 없는 이유는 내 복이 새어 나간다고 하여 남에게 주지 않기 때문...
전망대의 계족산 방면과...
영월방면.
하산길 쪽으로 강원도의 산들이 춤을 춘다.
미처 헤아리지 멋하는 山山山.
고씨굴은 아직도 2.5km가 남았고...
널버러진 돌무더기를 지나고...
완만한 능선을 따르는 길에...
'외씨버선길' 13길(관풍헌가는 길) 안내판이 있다.
고씨굴 1.2km 이정표를 지나자...
다소 급경사로 안전밧줄이 매여져 있다.
조심조심...
내려서면...
널따란 데크전망대가 펼쳐져 있다.
데크 전망대에선 남한강변 고씨동굴 다리 아래로 주차장이 보인다.
우리 버스도 보이는 넓은 주차장. 어제까지 비가 내렸는지 마치 황하(黃河)가 연상되는 누런 강물이다.
철계단을 밟고 고씨동굴 지붕을 내려다보며...
고씨동굴로 내려서서 돌아본다. 내려 온 길은 동굴의 우측 안내판이 있는 곳(화살표).
고씨동굴 관람은 생략되고, 다리를 건너...
다리 아래 남한강을 내려다 본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일행들은 벌써 질펀한 뒷풀이가 진행 중이다.
매표소를 지나고...
고씨동굴 입장료는 일반 4,000원(단체 3,000원).
버스에 도착, 우선 막걸리부터 한 잔 받아 마셨다.
그리고는 강가에 내려가 남한강수에 몸을 담궜다.
남한강수는 위에서 볼 때보다 맑기도 하였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머드팩이라고 여기면 될 일.
. . . . . . .
약용은 치유의 근본인 양생의 법칙을 글로 썼다.
양생의 초식은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칠정을 줄이고 백지처럼 담담하게 살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순서였다.
생각을 줄이고,
걱정을 줄이고,
욕심을 줄이고,
일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근심을 줄이고,
즐거움을 줄이고,
기쁨을 줄이고,
노여움을 줄이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줄인다.
-정약용의 여인들(최문희 장편소설) 중에서-
첫댓글 고생 해십더~~^^
따라만 다니다보니 게을러져 예습을 잘 안하는 게 문제요. 여행은 복습보다 예습이 중요한데...
곡계굴을 들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요. 언제 그곳까지 다시 가 답사할 시간이 날러나?
월류봉산행 때 노근리를 들렀고, 월여산에서 거창양민학살 현장을 보았는데, 곡계굴은 태화산 북벽에서 빠지지 말았어야 했는데...쯥
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