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메길은 서산의 산·바다·역사가 어우러진 풍경을 둘러볼 수 있는 걷기길이다. 이름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을 예스럽게 부르는 ‘메’를 결합한 것이다. 서해와 인접해 있으며 가야산을 비롯한 금북정맥 산줄기가 관통하는 서산의 자연미를 고루 즐길 수 있다. 현재 6구간까지 개설되어 있다. 2012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우리 마을 녹색길 베스트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개의 걷기길은 코스가 연결되어 있지만 아라메길은 서산 전역에 구간별로 따로 떨어져 있다. 평범한 구간을 억지스럽게 잇기보다는 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선별해 걷기길로 만들었다.
1구간은 운산면의 유기방가옥에서 시작해 개심사와 해미읍성을 잇는 18km, 2구간은 해미순교성지와 한티고개를 잇는 11km, 3구간은 바다와 인접한 대산읍의 황금산과 삼길포를 잇는 18km, 4구간은 팔봉산으로 유명한 팔봉면의 내륙과 해안을 따라 걷는 22km, 5구간은 서산시내의 부춘산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 원점회귀하는 7km, 6구간은 철새도래지와 버드랜드~간월도선착장을 잇는 17km로 내륙 3개 구간, 해안 3개 구간으로 골고루 나뉘어 있다.
이 중 가을에 걷기 좋은 곳은 1구간이다. 1구간에는 서산에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뽑은 ‘서산 8경’ 중 다섯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서산의 국가지정문화재 90% 이상이 이 구간에 있다. 서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가장 응집시켜 놓았을 뿐만 아니라 서산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길이다.
1구간 전체 18km 중에서 용현계곡에서 해미읍성까지 이어진 13km가 아라메길의 백미다. 서산 운산면 용현리 용현계곡은 강댕이미륵불과 마애여래삼존상, 보원사지로 올라가는 초입이다. 고풍저수지로 내려오는 계곡 물줄기의 끝자락이기도 하다. 용이 승천하려고 상왕산의 정기를 마시며 잠자고 있는 계곡이라 전해 온다.
보물로 지정된 보원사지 5층 석탑.
얼마 지나지 않아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국보 제84호인 마애여래삼존불상이 나온다. 불상을 바라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인다. 아침에는 밝고 온화하고 은은하며, 저녁에는 자비로운 미소를 띠고 있다. ‘백제의 미소’로 명명된 마애여래불상은 백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서산마애불은 장쾌하고 넉넉한 미소를 머금은 석가여래 입상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간직한 관세음보살, 천진난만한 소년의 미소를 품은 미륵반가사유상은 각각 과거와 현세·미래를 상징한다. 넓은 마당바위인 방선암은 조선시대 해미현에 거주하던 시인묵객들이 노닐던 정자 같은 바위다.
보원사지는 한때 100개의 암자를 거느렸다고 하는 고사찰이다. 5층석탑(제104호), 한국 최대의 석조(제102호), 법인국사 보승탑(제105호), 보승탑비(제106호), 당간지주(제103호) 등 보물급 유물이 줄줄이 남아 있다. 유물만 봐도 예사 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보원사지를 지나면 상왕산(309.5m) 숲길로 아라메길이 이어진다. 정상 쉼터에서 일락산 정상으로 내포문화숲길과 연결된다. 아늑한 솔숲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이정표와 함께 잘 조성돼 있다. 상왕산 아라메길은 옛날 보원사에서 개심사로, 가야산 수덕사로 스님들이 오가던 길이다.
아라메길은 서산을 대표하는 고찰인 개심사로 이어진다. 대웅전은 조선 초기 다포계 목조건물로서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하여 보물 제143호로 지정됐다. 영산회괘불도는 보물 제1264호,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은 보물 제1619호, 오방오제위도 및 사직사자도는 보물 제1765호 등 개심사에도 보물이 수두룩하다.
야트막한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걸으면 해미읍성 북문에 닿는다.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성곽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꼽힌다. 현재는 완전히 복원한 상태다. 해미읍성은 충청병마절도사영이 1414년 덕산에서 해미로 옮겨지고 다시 1651년 청주로 옮겨질 때까지는 군사적 중심지였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병사영의 군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으며, 다산 정약용과 정약전이 유배 와서 잠시 머물기도 했다. 근대에 와서는 천주교박해 때 1,000명 이상이 처형당해 시체로 산을 이루었던 천주교 순교성지다. 용현계곡에서 마애불~보원사지~개심사를 거쳐 해미읍성 주차장까지 13km 거리이며 5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서산공용버스터미널에서 운산·용현계곡행 버스가 1일 5회(09:15, 11:30, 13:50, 16:00, 18:55) 운행한다. 문의 서산공용버스터미널 041-669-0555. 해미읍성 인근 해미시외버스정류소에서 서산터미널행 버스(510, 530, 532, 950, 951번)가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숙식(지역번호 041)
용현계곡 용현자연휴양림(664-1971)은 2005년 개장한 깔끔한 국립자연휴양림이다. 야영장, 숲속의 집, 휴양관, 연립동 등의 숙소를 갖추었다. 예약은 국립자연휴양림 홈페이지(huyang.go.kr)에서 가능하다. 이밖에도 해미읍내와 서산시내에 숙소가 많다.
해미읍성 별미로 칼국수와 비빔국수 전문 해인칼국수(688-2461), 육회비빔밥·갈비탕이 별미인 한우전문점 백제(688-3005), 해산물과 돼지고기와 각종 야채로 국물을 낸 짬뽕과 탕수육이 별미인 영성각(668-2047), 삼겹살·돼지갈비 전문점 푸줏간(688-924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