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6월 8일 금요일 맑음
“오늘 세 시에 신탄진 역에서 유세가 있습니다. 시간 있으신 분들은 꼭 참여해 주십시오. 요즘은 유세가 있어도 참가하는 사람들이 없어 썰렁합니다.”
‘그럼 유세 현장을 구경하러 가 보자’
으능정이 유세를 생각하며 신탄진을 향했다. 노을이 신탄진 장날이었다.
날이 뜨겁지만 그나마 장날이니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을 노린 거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됐어도, 마이크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와도 보이는 건 당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뿐이고, 일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그들 만의 잔치인 거지.
옛날 삼 김 시대 번갈아가며 여의도에 사람을 동원해 놓고, 100만이다. 200만이다 자랑하던 시대가 있었는데, 완전 딴판이었다.
그래도 같은 당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후보와 시장 후보가 운동원을 집결시켜 놓고, 소리를 높여 댄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했는데, 참여 인원이 너무나 적으니 그들만의 일이 된 것이다.
‘정치불신이라 그런가 ?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가 ?’ 아예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이 건 아닌데....’
그래도 차려놓은 잔치인지라 차례로 올라서서 목청껏 소리쳐 댄다. 박수나 구호는 같은 편끼리 자찬하는 거고....
유세가 끝나고 후보님을 만나는데, 괜히 내가 미안한 거 있지.
신틴진에서 돌아오면서 아는 운사모 형제님들 선거사무소에 들렸다.
무더운 날씨에 얼마나 수고 하시는 분들께 조그만 격려라도 드리려고....
가는 사무실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놀랐다. 침울한 분위기인 사무실이 있는가 하면, 활기가 넘치는 사무소도 있다. 전자에사는 내 기분도 잦아들었고, 후자에서는 나도 들떠지더라.
지금이 깜깜이 선거 기간이란다. 여론조사도 발표를 못하니 그럴 테지.
그렇더라도 침울하게 있는 것보다는 밝은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환하게 밝은 얼굴에 복이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
“형제님 고생이 많으시지요. 이젠 며칠 남지 않았네요. 힘 내세요” 말하는 나야 쉽게 말하지만 당사자들은 얼마나 애가 타고 있을까 ?
여론조사는 아예 신경쓰지 않고, 당당한 형제님도 계셨다. 나도 내가 들은 언론발표가 있어서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는데, 형제님께서는 걱정도 않으시니 내 마음도 밝아지고, 운동원들도 웃음이 터지더라.
‘저런 분이 노련한 정치가구나. 정치를 하려면, 또 남의 리더가 되려면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도 있어야 한다를 배워야 겠다’
우리 형제님들 사무소 순례를 마친 후 약속된 술자리로 향했다.
요즘 내 팔자가 피었나 보다. 뙤약볕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나에게 이럴 때가 있으니....
늦은 밤에 엄마 전화가 왔다.
“얘, 콩하고 들깨를 심을 밭을 갈고 투드려야 하는데.... 환길이한테 투드려 달라고 얘기 해 봐. 투드린 다음에 풀 안 나는 약을 사흘 안에 뿌려야 되어. 투드려만 주면 영표가 오니깨 약을 뿌리라고 할겨”
정신이 번쩍 든다. ‘정산 만이 아니라 아산의 일도 있지’
환길이가 골아 떨어졌는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엄마는 걱정이 돼서 잠도 못 주무실 텐데....
“엄마 걱정 말고 주무셔요, 내일 새벽에 전화할 테니까....”
내일도 많이 바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