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삼성역 코엑스 메가박스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근조 민주주의를 내세운 "시체놀이" 플래시몹이 열렸다. 이번 플래시몹은
강남촛불모임에서 준비했다. 지난 8월 15일에 인사동 길에서 열렸던 퍼포먼스에 비하면(1920년대 여학생 복장을 입고 손에는
작은 태극기를 들었을 뿐인 수백명의 20대 초중반 여자들에게 겁을 집어먹고 길을 가로막은 경찰들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규모는 작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던 것 같다
16시
40분, 평온한 코엑스 앞 메가박스 예매소 앞. 저 중에는 플래시몹하겠다고 온 사람들과 영화보러온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메가박스 영화관은 나도 자주 가는 곳인데, 최근에 본 마지막 영화는 미이라3였다. (시티극장에서 보긴 했지만) 이제 가을 시즌
들어 줄줄이 영화들이 개봉할테니 들락날락해야겠다.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먼저 봐줘야 한다. DVD건 불법다운로드건 간에 극장에서
보는 재미와 감동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물론 돈 아까운 영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16시
43분, 사람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나중에 물어보니 원래는 쿵 소리가 나도록 요란하게 쓰러지는 게 계획이었는데, 그랬다간
어디가 깨져도 깨질 판이라 그냥 스스르 쓰러졌다고 한다. 여기 바닥이 화강암인지 대리석인지 모르겠지만, 단단한 돌바닥이다.
몇명이 "어 플래시몹이다"라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던 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사람들이 쓰러진 16시 43분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못보고 있고, 사람들이 쓰러진 직후,
안쪽에서 2명의 남성과 가면을 쓴 관계로 성별이 구분되지 않는 1명이 등장했다. 뒷모습을 봐선 남자로 추정되긴 하지만. 그들은 각자 피켓을 들고 시체들 사이로 나아갔다.
16시 44분, 3명은 시체들 사이에서 피켓을 들었다. 근조 민주주의 피켓이다. 옆에서는 상황을 눈치챈 보안요원들이 황급히 다가오고 있었다.
쓰러진 사람들, 그들에게 일제히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 이들 중에는 촛불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반대도 지지도 아니고 무관심한 사람들도, 신기한 볼거리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사람들이 섞였을 것이다.
점점 구경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그들을 헤치며 보안요원이 황급히 달려왔다. 보안요원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보안요원들이
달려와 중단해달라며 얘기를 걸지만, 시체들은 말 그대로 시체들이고, 주변 사람들은 보안요원과 플래시몹 참가자 사이의 실랑이조차도
재미난 구경거리일 뿐이다. 영화도 보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플래쉬몹도 보고, 이날 메가박스 왔던 사람들은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미난 구경한 셈이다.
오른편 구석에 쓰러진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한 커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자마자 사진찍기에 여념없는 사람들. 그 앞을 오가며 좋은 사진 찍으러 분주히 오가는 기자도 한 명 보인다.
16시 45분, 쓰러진 지 2분 후, 시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 2분이었다. 보안요원들은 이들의 시체놀이를 단 1분이라도 허용할 수 없었겠지만, 쓰러진 지 2분 후 시체들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 틈 사이로 사라졌다.
다만 한 분은 휴대폰 알람이 제대로 안맞았는지 일어나지 않았다. 구경꾼들과 플래시몹 참가자들은 이제 뒤섞여버렸다.
슬슬 원래대로 돌아가는 코엑스 앞. 한쪽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일어난 참가자때문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 시선은 지금 그쪽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잠시 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단
2분의 퍼포먼스를 위해 이래저래 준비를 꽤했지만, 이날 코엑스 보안요원들의 경직된 태도는 사람들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보안
업무 특성상 근무 중에는 항상 긴장 상태이고 사고방식이 어느 정도 경직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사람들도 즐겁게 구경하던 단
2분의 여유에 대한 융통성이 아쉽다. 2분만에 끝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이 모르기는 했지만, 강압적인 태도는 아쉬운 부분이다.
첫댓글 흐아... 멋지네요.. ^_^
깜짝쇼네요.... 쿨럭.
우와!!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