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잃었는지 몰라
염창권
무얼 살까 망설이며 다이소 앞을 지나다가,
창가에 걸려 있는 널, 느꼈어, 보았어, 침 뱉듯이 볼펜심이 긁어놓은 면지 앞에, 난 뒤끝을 남긴 채 거리를 걷다가
쓰다가 만 작문에는 표정이 없는 것처럼
이러한 기록은 흐렸고, 비가 잠깐 그쳤지
내게서 소중한 무언가가 떠났다는데
알 수 없어 알지 못해, 늙은 뒤론 젊지 않아, 오오 너는 멀리 있고 난 벌써 여기 있어, 오지 마 결코 빠져 나갈 수 없는 그곳이야, 아, 안 돼 넌 제발,
표정의 가면 밑은 면목이란 알레고리
무엇을 다시 꿈꾸고 덧칠할 수 있을까
밀치고 간 유리문을 받아주는 손이 없어
한동안 텅 빈 공간에 멈춰 설 때, 손바닥을 감아내는 접촉의 빈 테두리, 그 후로 넌 언제나 없는 곳에 있다는 듯, 낱말들을 생략한다
그때마다 돋아났다 사라지는 표정처럼
지워진 가슴을 그렸던 수첩은 펼 수 없어
멀리 있는 것들은 언제나 실체가 없지,
하다못해 철지난 달력, 운동화 끈, 길바닥의 동전에게도 얼굴이 있는데, 잃어버린 것들은 표정으로만 말을 걸지
어쩌면 느낌이거나, 흔적일지 모를 너의,
표정은 내가 만든 유적지, 뜻이 사라진 연비聯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