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는 말러 교향곡 5번 실황 녹음을 준비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에 관한 영화.
당연히 실존 인물은 아니지요.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 자리에 오른 여성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타르는 지휘자로서, 여성 지휘자로서는 더욱 정점에 오른 인물이지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 경력을 시작한 뒤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까지, 이른바 미국 5대 관현악단이라 일컫는 ‘빅 파이브’ 지휘자로 경력을 쌓은 뒤 2013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로 지명되며 세계적인 지위를 인정받는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타르는 이제 역사상 최고의 여성 지휘자라는 수사를 넘어 유일무이한 업적을 이뤄낸 거장이 될 채비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 필하모닉과 8개의 말러 교향곡 실황 녹음을 진행한 타르에게 남은 숙제는 교향곡 5번. 그것만 이뤄내면 단일한 교향악단과 말러 교향곡 9개를 모두 실황 녹음한 교향곡 사이클을 가진 유일무이한 마에스트로가 되는 거지요.
말러 교향곡과 관련한 다양한 LP 앨범을 바닥에 깔고 내려다보다가 발로 하나씩 밀어내고 후보를 좁혀나가던 타르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5번 앨범과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9번 앨범을 내려다보며 잠시 고민합니다. 그때 아바도의 앨범 위로 발이 올라오지요. 타르의 애인이자 베를린 필하모닉의 콘서트마스터이자 제1바이올린 주자 샤론(니나 호스)입니다. 샤론은 타르를 베를린 필하모닉에 입성할 수 있게 도와준 최고의 후원자.
타르의 업무를 관장하는 비서 프란체스카는 종종 타르에게 크리스타 테일러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타르는 크리스타에게 재능이 있지만 성격이 이상하고 집착이 심해서 관계를 차단하게 됐다고 말하지만....심지어 타르는 크리스타가 지휘자로서 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업계 주요 관계자에게 그녀에 대한 악담을 써서 메일로 보낸 바 있지요. 그리고 음악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절망한 크리스타는 결국 자살을 하고 맙니다. 이 사건은 타르의 명성을 흔드는 강력한 여진이 되어 돌아오고 그 과정에서 타르는 사소한 욕망에 눈이 멀고, 결국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화룡점정의 시간을 앞두고 미끄러져 추락하는 타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그루밍하고 착취하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인과응보의 서사이지요.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에서 추문의 주인공으로 뒤바뀐 타르는 자신의 원점이나 다름없는 고향 집으로 돌아와 아주 오래전 자신을 음악의 길로 이끌었을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합니다. 작은 TV 화면 너머에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하던 레너드 번스타인은 화면을 보고 말하지요.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 샤프나 플랫, 코드, 업계에 관해 알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멋진 건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종류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보는 재미^^
오케스트라 음악을 지휘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을 보면 정말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과 '헤어질 결심'(2022)을 통해 귀에 익숙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이 중요한 음악으로 등장합니다.
https://youtu.be/m4LMoqtycTY?si=YIUadlbsJFC6ayjF
첫댓글 감사! 이거 봐야겠네요!
케이트 블란쳇이면 제겐 일단 가산점이 붙습니다. ㅎ
케이트 블란쳇만이 할 수 있는 역할. 근데 좀 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