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에,
산행보다는,
하루 종일 먹기만 했고...
그래서,
모처럼 산행다운 산행을 하려고,
운길산까지 왔습니다.
목표는,
운길산역을 출발하여,
수종사를 둘러보고,
적갑산을 들러 예봉산까지 가는 것인데...
하루 일정이,
녹록하지는 않지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운길산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아침(국수)을 파는 식당이 하나도 없고...
잔치국수 먹고,
힘을 내서 여길 올라가려 했으나...
숙취도 가시지 않았는데,
아침도 거른 채 산으로 갑니다.
물론,
예상했던 코스를 갈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기로...
운길산을 오르는데,
여기도 소나무의 피해는 결코 적지 않았고...
적은 나무뿐만 아니라,
커다란 마무들도,
맥없이 부러져 있고...
또한,
넘어진 소나무가,
조그만 잡목까지 부러트려서,
마치 쓰레기장처럼 만들어 놨고...
능선에 올라서니,
눈도 가끔씩 보이는데...
저질 체력으로 인해,
산행은 너무나 힘들기만...
역시,
산행 전날에는,
과도한 음주를 삼가고,
정갈한 몸가짐을 해야 하는데!!!
운길산에도,
봄이 찾아와서,
나뭇가지에는 꽃이 피려 하고...
오리나무 종류로 보여지는데,
조만간 여기에 꽃이 피면,
그 이름을 "꼬리 꽃차례"라고 하는데...
수꽃이,
길게 늘어진 모습을,
그렇게 부른다고...
드디어,
수종사 정문(??)에 도착을...
정확한 표현은,
수종사 일주문인데...
기둥이 6개인 일주문을 지나서,
수종사로 올라갑니다.
조선의 건국과 함께한,
오래된 은행나무는,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560년을 지나,
600년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위풍이 당당하고...
저곳에서,
600년을 사는 것이 행복인지는 모르지만,
천년 더 살기를 기원했고...
날이 흐려서,
한강을 조망하기는 쉽지 않고...
그래도,
북한강 줄기는,
선명하게 보이는데...
자꾸만,
산행을 멈추고,
두물머리에 들러 막걸리나 했으면 하는데...
대웅전에는,
스님이 불공에 열심인데...
이 장소는,
대웅전보다 바나나(파초)가 정말 유명한데,
아직 겨울이라서 모습은 보이질 않고...
암튼,
대웅전에서,
조그만 소원을 빌고,
다시 산으로 가려하는데...
내 눈에는,
자꾸만 두물머리 술집이 아른거리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뒤 돌아보면서 남한강을 바라보는데...
어제 먹은 술도 안 깼는데,
다시 술생각하는 내가 신기하기만...
미련을 버리고,
수종사를 지나서,
운길산으로 오르는 중인데...
끝없는 계단은,
체내에 체류 중인 알콜을,
깔끔하게 배출해 주었고...
정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계단 지옥의 느낌이었네요!!!
한참을 올랐는데,
계단은 없어지고,
돌무더기가 반겨 주는데...
여기도,
서너 번쯤 올랐는데,
오늘처럼 힘든 기억은 없었고...
그래도,
알콜 방출을 기대하면서,
쉬지 않고 정상으로... ㅎ
이제,
정상이 지척인데...
발길을 잡는 것은,
급한 경사가 아니라,
미끄러운 눈길이었고...
그래도,
엉금엉금 기어서,
산을 올라가 보는데...
한 시간이 지나고,
30분이 더 걸려서,
운길산 정상에 도착했는데...
이런 페이스라면,
예봉산은 고사하고,
중간에서 산을 포기해야 할 듯...
길이 좋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지만,
능선에 눈이 많아서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일단,
가야 할 봉우리를 살펴보는데...
맞은편 예봉산은,
아직도 눈이 가득하고...
술도 안 깼는데,
눈길도 겁이 나서,
일단 고민을 해보는데...
고민은 버리고,
주린 배를 채우고 나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ㅎㅎ
차린 것은 많아도,
쓰린 속을 달래는 것은,
조그만 컵라면이 최고였고...
쉬면서,
어게 할지 고민을 했는데...
기왕 여기지 왔으니,
예봉산으로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서보는데...
누군가,
나뭇가지에 경고 문구를...
길도 험하고,
위험한 구간이 있으니,
스틱이라도 하고 가라고...
다른 사람들도,
예봉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예봉산 산자락에서 눈 산을 즐기고 있는데...
굳이,
예봉산을 갈 필요가 없어서,
과감하게 포기를 했고...
우선,
산행 코스를,
예봉산이 아니라 운길산역으로...
내려가는 길은,
대부분 눈이 녹아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예봉산 가는 곳에만 눈이 있다고 하는지...
이 정도면,
갈걸 그랬나 하면서,
망설이며 예봉산역으로 내려갑니다.
조금 전에 들렀던,
수종사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당초 목표는,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운길산을 향해 가야 하지만...
오늘은,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가고 있네요.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진달래가 빼꼼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
마냥 즐겁기만...
한참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하산을... ㅎㅎ
산을 내려와서,
술이나 한잔 하려고 합니다.
어제 먹은 술은,
조금 가신 듯해서,
다시 시작하려고... ㅎㅎ
암튼,
운길산역으로,
다시 걸어가는데,
나는 주정뱅이가 확실해 보이고...
술에 좋은,
근사한 안주입니다.
한 마리도 비싼데,
돈도 없는 내가,
장어를 세마리 씩이나...
시원한 소주를 마시며,
장어를 폼나게 먹고 싶은,
나의 속마음이었고... ㅋㅋ
장어는 언감생심이고,
나는 막걸리에 전으로... ㅎㅎ
염소는 풀을 먹어야 하듯이,
나는 막거리 한 사발이 최고였고...
단골집에서,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해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빵집에 들러서,
커피나 한 잔 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한 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막걸리에 얼큰하게 취해서,
트림이 자꾸만... ㅋㅋ
암튼,
막걸리를 깨기 위하여,
빵집에 들러 커피 대신에 빵 한 조각으로...
빵집을 나오니,
저녁노을이 한강에 비추고...
아무리 술을 깨려고 해도,
술이 깨지 않아서,
택시(??)를 불러서 집으로...
산은 깨작깨작 타고서,
미나리와 막걸리에 취해,
하루는 그냥 보냈네요.
============================
바쁜 세상에,
하루를 보람차게 보낼 수 있어,
너무 즐거웠는데...
맛난 것도 사주고,
집까지 데려다준 지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장소에서,
친구들과 장어를 먹어 봤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