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처시하』(작사 김석야, 작곡 홍현걸)는 1965년 MBC 문화
방송 라디오 연속 방송극 "엄처시하(嚴妻侍下)"의 주제가로
「최희준」이 불러 히트하였습니다. 제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의
어린 나이라 무슨 말인지 도통 알지를 못하고 그저 코믹한
노래로 알았으나, 나이 들어가면서 그저 풍자 (諷刺) 노래가
아닌 인생 철학을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노래입니다.
"엄처시하(嚴妻侍下)에 공처가(恐妻家)로 또 경처가(驚妻家)로
변해가며 천 만 번 공감(共感)하는 노래입니다."
이 곡이 나올 당시만 해도 남존여비(男尊女卑), 남아선호(男兒選好)
사상(思想)이 잔존(殘存)하고 생할은 지긋지긋하도록 팍팍했지만,
폭발적 인구 증가에 산아제한(産兒制限)을 고민해야 했던 시절,
'세탁기', '냉장고', '전기 밥솥'도 없었으니 여성의 집안 일이란 지금
과는 비교도 할 수 없던 환경에 6.25 전쟁 후의 어려움으로 생활
전선에 내몰리기도 하였으니 여성들의 그 고난과 어려움이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죠.
그래서 이런 드라마는 코믹 가족 드라마로 흥미 위주의 연속극
이었고, 고생을 하는 여성들의 가슴을 달래주는 대리만족의 수단
이었습니다.
여성상위(女性上位) 시대라는 지금의 시대상(時代相)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의미가 오히려 약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도돔바 리듬'에 실린 「최희준」 의 노래가 일견 코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힘든 삶을 살아내야 하는 여성들의 어려움과
그런 여성들의 감정을 받아 들이며 살아야 하는 사내들의 삶의
한 단면을 씁쓸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인천 아이러브색소폰클럽 대표 윤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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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처녀 때는 수줍던 그 아내가
첫 아이 낳더니 만 고양이로 변했네
눈 밑에 잔주름이 늘어 가니까
무서운 호랑이로 변해 버렸네
그러나 두고 보자 나도 남자다
언젠 간 내 손으로 휘어 잡겠다
큰 소릴 쳐 보지만 나는 공처가(恐妻家)
한 세상 사노라면 변할 날 있으련만
날이면 날마다 짜증으로 지새는
마누라 극성 속에 기가 죽어서
눈치 밥 세월 속에 청춘이 가네
그러나 두고 보자 나도 남자다
언젠 간 내 손으로 휘어 잡겠다
큰 소릴 쳐 보지만 나는 공처가(恐妻家)
나는 공처가(恐妻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