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보내온 아귀의 말 / 20250106
여수에 있는 수산시장에서 인터넷으로 샀던
아귀를 보내 왔다 서둘러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는 아귀에
콩나물과 고춧가루를 넣고 매운탕을 끓였다
양념과 어우러진 맛깔스런
빨간 매운탕 속에서 그 큰 입을 벌리고 있는 아귀의
커다란 입을 꺼내 입맛을 다신다 그 아귀도
내 입을 보고 입맛을 다신다
입맛과 입맛이 다투다가
아귀의 입이 내 입술을 물고 놓지 않는다
입술에 상처가 생겼다 매콤하다
빨간 국물 속에서도 복수를 꿈꾸던 아귀가
나를 물고 넘어지는 점심 식사,
빨간 바다가 출렁이고 빨간 아귀가 헤엄치는
매운탕 속에서 매콤한 삶의 맛을 본다
땀을 흘리면서 담백한 맛을 음미하려다
아귀에 물려,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아귀의 집념을 본다 그들이 팔려나간
시장 통 어디, 음식점 어디에서나
삶이란 그렇게 매콤하고 짭조름한 맛이란 걸
바다가 빨간 파도를 출렁이며
보내주는 잠언이 맛깔나다
그래도 점심 한 끼
담백하고도 정갈한 삶의 맛을 느끼고 산다는 것,
그것이 삶이다
첫댓글 웃음이 나오는 시네요. 맛나게 드신 것 같은데 글 까지 쓰셨으니 성공입니다
아귀의 입을 인간의 입으로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먹고산다는 입의 의미와 생명의 원천인 것으로 이핼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의미 이외에도 삶의 곤고합이 서로 부딪치는 현장의 모습으로 치환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