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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가 지는 황혼 길에 다시 출발을 했던 저는(아래),
악전고투 끝에 '충주'에 도착은 했는데(밤 9시가 다 된 시각),
그 상세한 얘기는 여기에 발표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 글쎄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모를까, 그런 '악몽'과도 같은 얘기를 '까페'에 하고 싶지 않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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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내가 파김치가 된 몸에도(세상만사가 다 싫어, 시간을 보는 것마저도 귀찮았다.) 시간을 확인했을 때가 밤 9시 40분이었다.
막, 찜질방 사우나에서 나와(몸을 씻고) 어딘가 좀 어두운 곳을 찾아 누우면서 보았던 핸드폰에서.
그러면서 나는 그 지친 몸을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도 되는 것처럼 잠 속으로 밀어넣어야만 했다. 설사 다시 안 깨어난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았고, 잠을 잘 수 있는 그 순간만큼 더 큰 행복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그 잠에서 깨어났을 때인 다음 날(한밤중) 02시 반 경까지 난 죽어 있었다.
배도 고프지 않았고(어차피 그 전날 길에서 먹은 건 있었으니까 공복은 아니었다.),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런 뒤에도 오직 물만 켜서,
거기 찜질방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얼마나 마셔댔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그 와중에도 '첫잠'에서 깨어났던 것으로, 더 자야만 했고 더 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과 몸 상태에서도 내 잠 버릇은 여전히 (일상처럼)이어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그렇게 달콤하던(황홀했던) 잠에서 깨어나면서, 그러니까 내 살아있다는 의식이 들면서부터가 문제로,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바닥에 누워있는데도 온몸이 잘근잘근 아파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보고 몸을 비비 꽈보는 등 별 몸부림을 쳐대도 편하지가 않았다. 몸둥아리가 그저 괴로움 덩어리인 것만 같았고, 절로 나오는 신음소리만 내뱉고 있었다.(그것마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그러면서 생각해 봐도, 그 첫잠에 빠졌던 몇 시간이(정말 죽은 시체처럼 아무 것도 모른 상태로 깊은 잠에 빠져있었던) 너무나 다행이었던(행복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사실마저도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한 시간 여 몸을 뒤척이며 괴로워하다가, 또 한 번 물을 마시러 일어났던 나는,
이 몸에도, 어차피 잠도 안 오는 거...... 하면서 머리맡에 두었던(잃어버릴 지 몰라, 그 끈을 팔목에 감고 잤던) 휴대용 가방을 챙겨, 불빛이 밝은 복도로 나갔다.
(내가 잠을 청할 때만 해도 TV소리,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제법 컸었는데, 한밤중엔 고요하기만 했고 방안도 어두워서)
그리곤, 너무나 길었던 어제(자전거 타고 나왔던 새벽부터 찜질방에 도착하기까지의)의 일들을 기록해두기로 했던 것이다.
피곤하다고 뒤로 미뤘다가는 기억에서 다 사라져버릴 테니까.
그런데 그러다가,
이런 모습도 기록에 남겨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사진까지 찍으면서는,
나도 참, 못 말리는 사람이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죽네 사네(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를(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뇌까렸었기에) 하던 사람이었잖은가 말이다......
(정비의 날)
오늘은 '정비의 날'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여기 충주 찜질방에서 하룻밤 더 자기로 했다.
그 몸으로, 어제와 같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할 순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생각해 냈던 게, 오늘은 여기 충주 주변의 가까운 제 3의 장소를 산보하듯 가볍게 다녀오자는 것이었다.
(물론 찜질방에서 하루 종일 머물 수는 없기 때문에)
여전히 몸이 피곤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려했던 것 보다는 낫거나 또 회복된 모습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도를 보며 충주 주변을 탐색하다, '괴산'이 괜찮을 것 같아(마침, 그 날이 5일 장이 서는 날이기도 해서), 8시에 찜질방을 나왔던 나는 자전거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괴산까지 직접 자전거를 타고 가는 대신 시외버스를 이용해서 자전거를 싣고 간 뒤, 현지 '괴산'에 도착하면, 정말 산보하듯 5일 장도 구경하고, 거기서 뭔가 식사도 한 뒤 주변의 시골길을 조금 달리다, 다시 버스를 타고 저녁이 되기 전에 충주로 돌아오자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터미널에 도착해서 거기 자동 판매기에서 '괴산'가는 표를 사려고 하니,
'정보가 없다'는 문구가 뜨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어 차례 더 해봤는데도 마찬가지였다.
하는 수 없이 매표소에 가서 물었더니,
"'괴산'까지는 버스가 하루에 한 차례밖에 없는데, 그 버스는 이미 6시 50분에 출발을 했거든요......" 하는 것이었다.
무슨, 이런 일이!
나에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번 여행, 왜 이렇게 꼬인다냐? 그럼, 어떡한다지? 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괴산까지 자전거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은 어딜 가드래도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니, 하는 수 없었다.
그냥 충주에서 미적거리기는 싫었기 때문에, 어딘가 또 다른 제 3의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고,
여러 지명 중에 '음성'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에,(내가 옛날부터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음성읍'엔 가보지 않았던 곳이라 바로 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버스 시간을 물으니,
거기는 '청주'에 가는 중간에 들르는 곳이어서 제법 잦게 버스가 있어서,
또 바로 버스가 있다기에(8시 24분 출발) 버스표를 사게 되었다.
그렇게 내 여행은, 어차피 '되는 대로 여행'이었기에, 상황 상황에 따라 거기에 맞추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여행이라는 것이 주로 그렇기는 하지만.
부랴부랴 터미널 앞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끌고 버스 타는 곳에 갔더니,
막 출발하려던 버스의 기사가,
"빨리 태우세요!" 하고, 자전거를 가지고 있던 나에게 짜증을 냈지만,
군소리도 못하고 낑낑대며 자전거를 버스 짐칸(아래)에 실은 뒤, 버스에 올라 맨 뒷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찜질방을 나오기 전에 다시 샤워도 했고 옷도 갈아입었던 터라, 몸의 찜찜함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음성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터라, 그저 덤덤하게 차창 밖을 바라보며 역시 가방에 넣어갔던 초콜렛 하나를 꺼내 먹었을 뿐이다.
충주에서 음성을 가는데 고개 하나를 넘었다.
그런데 그 고개를 넘는 산이 통째로 보였는데, 산세도 좋았지만 아주 시원하게 높기도 해서,
저런 산 주변을 느긋하게 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리 오래지 않아 버스는 음성 터미널에 섰다.
버스에서 내렸던 나는,
이제 어디로 간다지? 하다가,
마침 버스 기사로 보이는 사람 둘이 잡담을 하고 있기에 그 쪽으로 가서,
"저, 이 주변에... 조용히 자전거로 돌아다닐 수 있는 시골로 가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처음엔 약간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런 데가 있나요? 요즘은 다 차가 달리기 때문에......" 하기에,
"경치가 특별히 아름답지 않아도 되는데, 차가 많이 다니지만 않으면 되는 곳이 없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글쎄요, '봉학골'에 한 번 가보시든지요. 거기는 '산림욕장'이니......" 하고 가르쳐주기에, 그 방향 만을 들은 뒤 바로 자전거에 올랐다.
그런데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 것이었다.
오늘, 잘 못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충주에서 하루를 보낼 순 없었고, 자전거로 쌓인 피로는 자전거로 풀어줘야 할 것 같기는 했다.
어차피 오늘은 무리할 생각은 없으니까.
나름 복잡한 도심을 지나, 개천이 흐르기에 거기 둑방길을 탔는데,
곧, 좁은 소로가 나왔다.(위)
어차피 나야 산보를 나온 거나 마찬가지라서,
그래, 저런 길로 달려야지...... 하면서 사진도 찍어두었는데,
2-3분 달렸을까?
길이 끊기는 것이었다.(아래)
그래서 다시 돌아 내려와 다리를 건너, 그 쪽 방향으로 계속(이제는 도심의 인도를 타고) 나아갔는데,
오른 쪽에, 아까 내가 버스에서 보았던 산을 끼고 가는 코스였다.
그런데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기에, 그 중 한가한 오른쪽 길을 타게 되었는데,
약간의 오르막이 보였고 거기에 마을이 있었다. 거기가 '봉학골'이었던 것이고, 그 너머의 산이 바로 '봉학산'인가 보았다. (아래)
그런데 사실 나는, 그 방향으로 달리면서는,
만약 이 길이 충주로 가는 길과 만난다면, 굳이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지 말고, 그대로 죽 충주로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버스 터미널로 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일단 거기 '봉학골 산림욕장'으로, 오르막이기에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마을에 올랐는데,
가만히 보니, 그 쪽으로는 길이 끊길 것 같았다.
'산림욕장'을 가거나 등산로에 닿으면 돌아나와야 할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 주민인 듯한 사람에게 길을 물으니,
"'산림욕장'에 가면 데크(산책로)가 있긴 한데, 그 길로 자전거를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요?" 하기에,
예감상(?)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나는 그 길을 택하기로 했다.
그렇게 '산림욕장'에 닿았는데(아래 지도),
그러니까,
그렇지만 나는 어차피 돌아나와야만 했기에(아래 붉은색 과정), 한참을 돌아가야만 할 경로여서,
나는 그 호숫가의 '데크 길'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식으로 갈 생각이었고,
내 생각은 현실성이 있어서, 결과적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거기까지 간 김에, 잠시 휴식을 취하기는 했다.
앞에 '봉학산'이 턱! 버티고 있긴 했지만(아래), 어차피 나는 돌아나갈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거기에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나는 가을 들판길을 선호하는 사람으로, 그렇게 음습한 숲에 머무는 건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발을 했는데, 이제부터는 호수 주변의 산책로만 따라가면 되는 길이었다.(아래)
그렇게 호수를 빠져나왔고,
이제는 큰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하는 일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이 '숫고개'라던가?
자전거를 끌고 넘기엔 상당히 힘든 고개였다.
그런데 그 고개를 넘는 시골에도, 이런(아래) 괴물 같은 건물(공장)이 있어서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고개 마루에 오르니, 거기에 조그만 마을이 하나 있었고, 논도 제법 넓었다.
내가 막 고개마루에 닿아,
아, 이젠 내리막이구나! 하고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반대편 길에 한 젊은이가(싸이클 복장의) 낑낑대며 고개를 오르고 있었고,
길 건너편의 나를 보자, 고개를 끄덕하기에(인사),
"이제, 다 왔어요! 힘내요." 하고 웃으며 나도 인사까지를 했는데,
나는 찜질방에서 채워왔던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고,
이제는 힘든 오르막의 보상인(?) 내리막을 달리는 일만 남아 기분도 가볍기만 했는데,
아무래도 2차선 지방도였기에 뒤에 차가 오는지를 살피면서, 잠잠할 때를 노려 자전거에 올랐다.
그렇게 상쾌한 내리막을 달리고 있었는데, 나에겐 전혀 뜻밖의 일이 생기게 된다......
첫댓글 사서 하는 고생 뭐라 할 수도 없네요.
맞습니다.
누가 뭐라 한들, 포기할 제가 아니지요.
(그렇지만 조심은 하지요. 최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