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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혁: 한밤중에 집 짓는데는 왜?
성현: (재미있다는 표정) 정말 이었네.
재혁: (담배를 끄다가) 뭐가?
성현: (웃음이 흐른다) 응? 아니……. 허 참. 야, (재혁을 툭 치며) 빨래를 하면 잊고 싶은 기억이 잊혀진단다.
재혁: 이거 진짜 돌았네.
성현: 정말이야.
재혁: (정말 걱정이 된다는 듯이) 너 무슨 일 있냐?
성현: 하하하. (아직 미소가 가시지 않은 얼굴) 어떻게 생겼을까?
재혁: 누구?
성현: 이 집에 살 여자.
재혁: 야! 한성현.
성현의 웃음소리와 재혁의 황당해하는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공사중인 은주집의 전경이 보인다.
#45. EXT. 은주집 외관 - 2000년 - NIGHT
한 밤 중.
공사 중인 은주집 건물이 완성된 건물로 바뀌어 있다. 켜져 있는 창문의 불빛들.
은주집의 창문에서 불이 반짝 켜진다.
#46. INT. 은주집 - 2000년 - NIGHT
은주집 실내.
은주가 불을 켜고 바구니에서 마른빨래들을 우르르 쏟아 놓는다.
시간 경과
녹음기의 웅, 웅거리는 소리.
한 쪽에 빨래들이 가지런히 개어져 있고 은주는 오래된 듯한 녹음기를 들고, 찰칵 찰칵 하고 있다.
고장 난 듯 하다.
겨우 플레이되는 녹음기.
은주: 된다!
우~~ 우~~~ ㅇ.
괴기스러운 소리를 내는 녹음기.
#47. INT. 전철역 매표소 - 1998년 - NIGHT
이어폰을 통해 흐르던 음악이 이어지면서 흐른다.
성현이 새치기하면서 급하게 전철표를 끊고, 계단을 두칸, 세칸 뛰어 내려간다.
#48. EXT. 전철역 플랫폼 - 1998년 - NIGHT
은주 소리>: 97년도에 되돌리고 싶은 일이요? 있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성우된 기념으로 사준 녹음기를 잃어버렸어요…….전철 플랫폼에 들어서는 성현.
급하게 이쪽 저쪽 벤치를 기웃거리며 은주를 찾는 성현.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열차.
열차가 서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자 더 찾기 힘들어하는 성현.
성현이 벤치에 앉아있는 은주인 듯 보이는 여자를 발견하는 순간,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98년도의 은주.
후다닥 열차로 뛰어드는 은주. 은주가 타자마자 닫혀버리는 문.
녹음기만 덜렁 벤치 위에 있다.
은주가 흘린 녹음기를 주워들고 열차 쪽으로 다가가는 성현. 하지만 출발하려는 전철.
전철에 타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은주의 모습을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멍해져서 바라보는 성현. 은주의 얼굴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은주, 막차를 탔다는 안도감이 얼굴에 서려 있다가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변하면서 그제야 녹음기가 없음을 깨닫고 깜짝 놀라면서 성현 쪽으로 돌아보려는 찰라에 열차는 떠나고 만다.
맥없이 돌아서는 성현.
다시 벤치로 가서 앉는다. 조금 숨이 찬 듯 성현의 입김이 하얗게 나온다.
녹음기를 바라보는데, 안에 있는 테이프가 조금 감겨져 있다.
리와인드 하는 성현.
녹음기를 플레이시키다가 너무 큰 소리에 깜짝 놀라는 성현.
은주의 목소리>: (지하철의 소음 속에) 아아……. 아아……. 안녕하세요……. 이것은 정숙이가 사준 녹음기입니다. 연습 많이 하라고 그랬습니다. 치, 난 사실 열심히 연습한단 말야~ 아.아. 사실은……. (잠시 생각) 더어 열심히 해야함다. 김,은,주. (소리빽) 잠 좀 그만 자고 정신 좀 차려!!!
(사뭇 점잖게) 이제 맨날 맨날 연습한 걸 녹음하겠습니다.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삐리리~~~~ 이제 열차가 도착하오니…….
뚝 끊기는 녹음기.
흐뭇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성현.
웃으면서 다시 녹음기를 돌리는데 갑자기 불이 툭툭 꺼지기 시작한다. 플랫폼을 정리하는 경비원의 발자국 소리만 울린다.
후~하고 입김을 부는 성현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져 있다.
#49. INT. 책대여점 - 2000년 - DAY(3시경)
돌아가고 있는 녹음기.
카운터 안의 의자에 앉아 테이프를 듣고 있는 은주와 정숙.
은주의 목소리>: (소리빽) 잠 좀 그만 자고 정신 좀 차려!!! (사뭇 점잖게) 이제 맨날 맨날 연습한 걸 녹음하겠습니다.
낄낄대는 은주와 정숙. 만화를 보고 있던 손님들이 짜증스런 시선으로 그들을 째려본다.
눈치를 보며 볼륨을 줄이는 정숙.
정숙: 이거 언제…….
은주: (조용히 하라는 제스츄어와 함께) 조용히. 여기 좀 들어봐.
성현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은주씨. 녹음기는 무사히 은주씨 손에 전달되었나 모르겠네요. 오늘은 전철 안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들어가세요. 하긴 또 잃어버리면 제가 찾아드리면 되죠 뭐.
은주, TAPE을 또깍 끈다.
정숙: 누군데 이렇게 감정이 가득 실린 목소리야?
은주: (쑥스러워 하며) 아니……. 뭐.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허겁지겁 전화를 찾는 은주.
사람들 다들 짜증 섞인 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은주를 쳐다본다.
여기저기 뒤지다가 바로 옆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찾는 은주.
어쩔 줄 몰라하며 얼른 받는다.
은주: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아 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는 은주. 정숙에게 소리친다.
은주: 정숙아! 나……. 시트콤 고정이래!
정숙: 뭐? 정말? 축하해!
손님들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50. EXT. 교외의 도로 - 2000년 - DAY(4시경)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정숙의 빨간 자동차.
"아아아아-------"하는 소리가 들린다.
창밖으로 고개 내밀고, 소리 내고 있는 은주. 옆으로 차들이 휙휙 지나다닌다.
정숙: (은주를 한 대 치며) 야야, 챙피해.
정숙이 윈도우를 지익 올린다. 윈도우에 찡겨지는 은주의 얼굴.
은주: (다급히) 알았어. 알았어. 이제 안 할께.
옆으로 지나가던 차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쳐다본다. 은주 무안해서 씨익 미소 짓고,
은주: 정숙아!
정숙이 윈도우를 다시 내려준다.
은주: (똑바로 앉으며) 하아--- 고맙다, 정숙아. 나오니까 너-무 좋다.
자동차 앞 유리에 아주 작은 눈발들이 조금씩 떨어진다.
정숙: 눈 오나봐?
은주: 응. (창 밖을 내다보며 그냥 담담하게) 시카고에도 눈이 오려나?
정숙: (눈 오는 풍경을 내다보며) 마지막 눈 같지?
은주: (창문은 다시 열며) 그래. 겨울이 끝나는 거야…….
다시 "아아아아아-----" 시원하게 달리는 정숙의 차.
정숙: 야!!!!
은주: 깔깔깔. (더 크게) 아아아아아-------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은주의 모습. 불안하게 달려가는 빨간 자동차의 모습.
프레임이 반으로 와이프 되면서, 차의 주관적 시점으로 또 다른 차가 달리고 있다.
동일한 도로를 달리는 성현의 차.
와이프 되면서 빨간 자동차가 사라지고 성현의 차만 보인다.
#51. INT. 성현의 차 안 - 1998년 - DAY(아침 9시경)
흐뭇한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성현. 공사장으로 향하는 듯.
은주소리>: (발랄하게) 녹음기는 잘 받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그래서요…….
성현 고개를 돌려 옆 좌석을 힐끗 본다.
옆 좌석에는 뜯겨져 있는 포장지가 보인다. 얼핏 보이는 털 귀마개.
차가 잠시 신호등에 멈추자, 포장 안에 들어있는 귀마개를 꺼내는 성현.
은주소리>: 일하시는 데 따뜻하실 거예요. 참, 근데 성현씨도 제게 부탁할 거 있으면 언제든지 하세요~~
차안의 백미러를 보며 귀마개를 대보는 성현. 웃고 있다.
#52. INT. 은주집 - 2000년 - DAY
햇빛이 들어오는 은주집의 창가에 앉아 햇빛을 쬐고 있는 은주와 콜라의 뒷모습.
아주 한가하고 고요하고 편안해 보인다.
은주, 가만히 앉아서 피식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 다가가 보면 이어폰을 콜라와 한쪽씩 나눠 끼우고 앉아있는 은주.
씨익 웃음을 짓고 있다. 콜라도 이어폰에서 들리는 소리에 열중을 하는 듯한 표정.
녹음기를 다시 감아서, 또 듣고, 또 듣고. 계속 씨익 웃음을 짓는 은주.
은주 손에 꼭 쥐어져있는 녹음기.
#53. EXT. 도로공사장 사무소 앞 철책 - 1998년 - DAY(오후4시경)
멀리서 먼지를 내며 오는 덤프트럭.
재혁이 철책 앞에 서 있다. 트럭이 사무소 앞에 서면 성현이 내린다.
성현: (내리며) 감사합니다. (재혁에게 궁금하다는 듯이) 웬일이야?
재혁: (희미하게 웃으면서) 얘기할 시간 좀 있냐?
성현: (먼지를 털며) 그래.
재혁,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내쉬면서
재혁: (성현을 바라보지 않으며) 너 왜 나한테 말 안 했냐? 나쁜 자식……. 한교수님 ……. 어제 ……. ……. 쓰러지셨다.
성현, 마치 아무 이야기도 못 들은 사람처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성현의 표정이 무심하면서도 왠지 어둡게 느껴진다.
성현을 바라보는 재혁의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이 비친다.
말없이 자신의 차를 타고 떠나는 재혁.
성현 홀로 남겨져 있다.
성현 소리>: 미안하다. 하지만 7살 된 나와 어머니를 버리고 건축에 미쳐서 미국으로 가버린 그 사람이 20년 만에 교환 교수로 왔을 때……. 난 그 사람을 마주할 수가 없었어……. 우리 아버지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고…….
#54. INT. 포엠 거실 - 1998년 - 해질 녘
어스름 녘. 거의 해가 져 가는 어두운 포엠의 거실. 부엌마저 불이 꺼져있고…….
데굴데굴 굴러가는 빈 맥주 캔을 콜라가 따라가고 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비치는 곳에 앉아 있는 성현.
(아무 생각이 없는 듯) 무표정한 얼굴.
배고픈 듯 낑낑거리던 콜라가 한쪽에 포개져있는 사발면 그릇을 킁킁거린다.
쓰러지는 사발면 더미, 콜라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지만 동요하지 않는 성현.
#55. INT. 성우실 복도 - 2000년 - DAY
성우실 앞 복도를 왔다갔다하며 조금 부산하게 보이는 은주.
한 손에 대본을 들고 조금 급한 듯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성현소리>: 한석진 교수……. 여전히 활동하고 있겠지요?
은주: 부천 뮤직홀 설계한 분이래. 그래……. 한, 석, 진 교수. 어? 알게 되면 빨리 전화해 줘! ……. 그래…….
녹음실 안에서 "김은주씨"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은주: (녹음실에 대고) 네! (전화에 대고) 그럼 부탁해, 끊어!
후다닥 녹음실에 들어가는 은주.
#56. INT. 교보 문고 - 2000년 - DAY
넓게 펼쳐져 있는 서점의 매장 모습.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은주의 모습이 보인다.
친구 소리>: 니가 말한 그 교수, 지금 뭐 하는 진 잘 모르겠고……. 굉장히 유명하긴 하다니까 아마…….
은주, 미로처럼 보이는 서점의 매장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건축" 이라고 쓰여져 있는 진열장 앞에 도착한 은주. 휴~ 하고 숨을 가다듬는다.
쭉 책 제목을 살펴보는 은주.
"저자 한석진" 이라고 쓰여진 책들 몇 권을 발견하고 급히 꺼낸다.
그 중 굵고 분명한 글씨로 <건축가 한석진 유고집> 이라고 쓰여진 책을 발견하는 은주.
서둘러 <유고집>을 꺼내느라 손에 들고 있는 다른 책들을 놓친다.
책들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진다. 쳐다보는 사람들.
주위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급히 책에 펼치는 은주.
<유고집>의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다가 뭔가를 발견한 듯 굳어지는 은주의 표정.
57. EXT. 서점 앞 거리 - 2000년 - 해질 녘 (오후 5시경)
이어폰을 꽂고 한 손에는 책봉투를 든 채 거리를 걷고 있는 은주.
멀리서 달려오는 차. 생각에 빠져서 못 보고 계속 걷는 은주.
경적을 마구 울리는 차.
바로 눈앞에서야 오는 차를 발견하고 놀라는 은주.
간발의 차이로 은주 앞에 서는 차.
운전자: 뭐야? 죽으려고 환장했어?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있는 은주.
멍하니 녹음기를 쳐다본다.
#58. INT. 은주집 - 2000년 - NIGHT
책상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은주.
한참 생각하는 듯 하더니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쥔다. 책상 위에 놓여진 책봉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침대에 가서 누워버리는 은주.
이불을 뒤집어쓴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벌떡 일어나 다시 책상에 앉는다.
편지지를 한 장 꺼내 뭔가를 쓰려다가 다시 지우는 은주. 한 숨을 한 번 휴 쉬고는 바닥에 졸고 있던 콜라를 들어 올려 무릎에 두고 쓰다듬는다.
창밖으로 시선을 두고 잠시 멍하니 있는 은주.
후~ 하고 숨을 내쉬고 종이를 펼쳐 결심한 듯 무언가 시작한다.
#59. INT. 장례식장 - 1998년 - NIGHT
은주 소리>: 한석진 교수님은……. 잘 있으신 것 같아요.
카메라 앞을 휙 휙 지나치는 사람들.
부산한 장례식장의 풍경. 술에 취한 상객들이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고 화투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한 쪽 장례식장에 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혁이 문상 온 사람들을 안내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어디선가는 곡소리가 울려 퍼진다.
학생들이 감싸고 있는 한 장례식장 모습 속에 한석진 교수의 영정 사진이 보인다.
음식을 나르는 상복을 입은 아줌마들(성현의 친척들)이 무언가 쑥덕이면서 이야기를 한다.
성현이 앉아 있는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성현의 이모.
왁자지껄한 학생들 사이에 묻혀 있는 성현, 여느 학생들처럼 술을 마시며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웃고 있다.
#60. EXT. 포엠 앞 길 - 1998년 - 새벽 (동틀 무렵)
검은 양복을 입은 채, 밤을 세웠는지 초췌한 얼굴의 성현이 포엠 앞길을 걸어오고 있다.
문득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여전히 무표정한 성현의 얼굴.
고요한 풍경 속에, 갑자기 무언가 폭발하는 듯 달리기 시작하는 성현.
모든 것을 쏟아 내 버리기라도 할 듯하다.
성현 소리>: 왜 말해 주지 않은 거죠?
헉헉거리며 달려 포엠 앞에 도착한 성현,
멈추자마자 포엠 앞에 달려 있는 전등을 주먹으로 친다.
깨지는 전등. 어스름 속에 켜져 있던 노란 불빛이 꺼져버린다.
계속 숨을 몰아 쉬며 눈을 감고 있는 성현. 감겨진 눈에 약간 눈물이 고이는 듯하다.
그대로 그 자리의 울타리에 기대어 무너지듯 앉는 성현.
한 참 그대로 앉아 있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61. EXT. 포엠 앞 - 2000년 - DAY
마치 이전 씬의 성현이 앉아 있던 자리로 다가가듯이 터벅터벅 포엠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은주의 뒷모습. 우편함 앞까지 가면 성현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물론 아무도 없다.
우편함 앞에 멈춰 서는 은주.
우편함 속 시점
우편함이 열리면 은주의 눈이 보인다. 눈동자가 우편함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우편함. 은주의 표정은 실망스러운 빛을 띄고…….
다시 툭 닫히는 우편함. 암흑.
#62. INT. 녹음실 - 2000년 - DAY
카메라 앞을 가려 암흑이었던 녹음실의 문이 밀려 열리면 은주 뒷모습이 Fr. in 하여 녹음실 안으로 들어간다.
추운 듯 손을 비비며,
은주: 안녕하세요?
PD: (대본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왔어?
목도리를 풀며 너스레를 떠는 은주.
은주: 아후~ 바람이 차요. 그쵸.
PD: (은주를 힐끗 보며) 따뜻한 물 좀 마셔둬요. 오래 녹음해야 되는데, 목 잠기면 큰일이니까.
은주: 네.
주전자에 담긴 따뜻한 물을 컵에 따르는 은주. 김이 모락~
양손으로 컵을 쥐고 '호~' 부는 은주의 얼굴에 살짝 쓸쓸함이 비친다.
#63. EXT. 거리 - 2000년 - DAY(오후 4시경)
날씨가 무척 추운 듯, 붕어빵 장수 리어카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몸을 움츠리고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은주가 무언가 생각하는 듯 멍하니 터벅터벅 걷고 있다.
붕어빵 장수에게 시선이 가자 지나치려다 멈춰서는 은주.
붕어빵 아저씨가 성현이에게 보낸 것과 같은 토끼털 귀마개를 쓰고 있다.
은주: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저씨, 그거 따뜻하죠?
붕어빵을 틀에 짜 넣으며 그냥 피식 웃는 아저씨.
은주가 멍청히 아저씨를 보며 서 있자 아저씨, 조금 멋쩍은 듯 웃으며
아저씨: 붕어빵 드려요?
은주,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 듯
은주: 아, 아니요…….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가던 방향으로 가는 은주, 가다가 다시 한 번 붕어빵 아저씨를 한 번 돌아본다. 털 귀마개가 유독 눈에 띄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 가판대.
잠시 후 사람들에 묻혀 사라져 가는 은주의 뒷모습.
#64. INT. 은주집 - 2000년 - NIGHT
나무 상자 안에 넣어지는 성현의 편지들.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성현의 편지들.
은주, 편지들을 하나 하나 다시 읽어보면서 작은 상자에 차곡차곡 집어넣는다.
쓸쓸한 표정의 은주.
편지를 다 넣고 나자 상자를 덮고, 책상 위에 놓여진 <한석진 유작집>을 가만히 바라본다.
후~ 하고 한숨을 쉬더니 서랍을 열어 가위와 풀을 꺼내던 은주, 잡동사니들 사이로 지훈의
사진이 담겨진 액자가 보인다. 활짝 웃고 있는 지훈의 얼굴.
지훈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은주, 서랍을 탁 닫는다.
닫혀진 서랍이 반동으로 다시 서서히 열린다. 서랍 안에 있는 지훈의 사진.
은주,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
#65. INT. POEM - 1998년 - NIGHT
포장된 소포꾸러미와 그 위에 놓여 있는 여러 통의 은주의 편지.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는 초췌해진 성현의 얼굴.
책상에 놓여 있는 소포를 들어 천천히 뜯어보는 성현.
한석진 유작집이다.
한두 번 기침을 하며 유작집을 펼쳐보는 성현.
흰 여백 위에 조그맣게 쓰여진 글귀.
INSERT '고독과의 친밀함 속에서만 인간은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 집은 그가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완성한 것으로
도시적 외경을, 바다라는 자연 환경 속에서 구현해내는
생전의 한석진 교수의 작품 경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성현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 변화.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다가, POEM의 도면에서 손이 멈춘다. POEM의 평면도…….
잠시 천장을 바라보는 멍한 성현의 얼굴에 슬픔의 그림자가 감돈다.
은주 소리>: (가라앉은 듯 한 목소리로) 며칠 전에 사고가 날 뻔했어요.
#66. 몽타쥬 - 2000년
은주집, NIGHT
바닥에 엎드려 누워 있는 은주. 머리맡에 있는 녹음기를 작동해 본다.
은주 소리>: 성현씨가 찾아준 녹음기를 듣다가 차가 오는 걸 미쳐 못 봤거든요.
성우실, DAY
녹음실에서 다른 여러 성우들과 함께 더빙을 하고 있는 은주
은주 소리>: 우리가 주고받는 것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두려워졌던 것 같아요…….
은주집, 오후4시경
밥을 먹고 있는 콜라. 턱을 양손으로 괴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은주 모습.
은주소리>: 정말 미안해요……. 성현씨…….
책대여점, 오후4시경
만화책을 비닐 봉투에 넣어 꼬마에게 건네는 은주. 알사탕 한 개를 꼬마의 손에 쥐어주자
꼬마, 고개를 꾸벅하고는 신나서 달려나간다.
은주소리>: 사랑은……. 때로는 감춰져 있지만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요……. 아버지는 성현씨를 사랑했어요…….
은주집, 해질 녘
콜라는 새근새근 자고 있다.
창가를 내다보며 김이 나는 커피를 들고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은주의 모습.
#67. EXT. 한 교수 무덤가 - 1998년 - 해질 녘
잘 정돈된 공원묘지.
일렬로 늘어서 있는 비석들이 보이고, 성현이 앉아 있는 모습이 롱샷으로 보여진다.
스케치를 하고 있는 성현의 모습.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무덤가에 놓여지는 한교수의 얼굴을 담은 스케치.
#68. INT. 포엠 작업실 - 1998년 - NIGHT
구석진 방에 쌓여있던, 박스와 제도대.
성현이 들어와 제도대를 덮고 있던 커버를 풀고 벗겨낸다.
박스에 담겨있는 도구들을 세팅하는 성현.
자리에 앉아 로트링 펜으로 살짝 그어 보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잉크가 잘나오지 않는다.
펜으로 빈 종이 위를 톡톡 쳐본다. 얕은 한숨을 짓는 성현.
#69. EXT. 지하철 벤치 - 1998년 - NIGHT
열차가 강한 소음과 함께 지하철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은주가 녹음기를 놓고 간 그 벤치……. 달리는 열차 뒤로 슬쩍 슬쩍 보이고…….
열차가 빠져나가자 그 벤치에 멍하게 앉아 있는 성현.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두 발을 쭉 뻗은 채,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또깍 또깍……. 발걸음. 누군가가 성현의 옆에 앉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는 성현. 은주다!
눈이 커지는 성현의 얼굴. 초긴장 된다.
목도리에 고개를 파묻으며 추운 듯 발박자를 구르는 은주.
성현, 은주를 차마 돌아보지는 못하면서
천천히 주머니 속에 잡히는 물건, 귀마개를 꺼내 본다.
귀마개를 만지작거리는 성현. 불안함과 떨림.
은주, 자리에서 일어나 플랫폼 한켠에서 좌판을 펼쳐 놓고 장갑을 파는 상인에게로 간다.
장갑들을 구경하는 은주. 그 중 하나의 장갑을 골라 들고 망설이는 듯하다.
성현, 바라보고 있다가 일어나서 은주: 곁으로 다가간다.
은주 근처에 서서 곁눈질하는 성현, 조심스럽게 귀마개를 한 번 써본다.
귀마개를 쓴 성현의 모습이 귀엽다.
성현, 귀마개를 쓴 채로 은주의 옆모습을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힐끔 본다.
은주의 아무것도 모르는 무심한 얼굴.
주변이 모두 고요해지면서……. 성현에게는 은주의 존재만이 각인되어 있다.
은주에게 집중되어 있는 성현. 시간이 멈춘 듯이…….
이 때 갑자기 정적을 깨는 듯이 들려오는 소리.
지하철 안내방송>: 띠르르~ 지금 열차가 도착하오니…….
은주 장갑을 들고 더욱 갈등한다. 살까 말까…….
다급해지는 성현의 얼굴, 망설이며 뭔가 말을 걸려는 듯…….
빠앙~ 열차가 들어오는 불빛.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열차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린다.
장갑을 그냥 내려놓고 재빨리 열차로 달려가는 은주.
은주의 뒤쪽으로 다가가는 성현.
갑자기 고개를 돌린 은주와 눈이 마주친다.
눈을 맞추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얼굴이 붉어지는 성현. 어색하게 딴 곳을 바라본다.
슬그머니 다시 은주를 쳐다보자 자신을 보고 쿡 하며 웃고 있는 은주. 이미 열차에 타 있다.
더욱 당황하는 성현.
'아차' 하고 열차에 타려는 순간. 문이 닫혀버리는 열차. 천천히 출발을 하고…….
안타까운 표정의 성현.
열차가 강한 소음과 함께 지하철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성현, 망연히 서 있다.
상인(o.s): 그 아가씨도 참, 싸게 준다는데…….
은주가 사려던 장갑을 들고 투덜거리고 있는 상인의 모습이 보인다.
성현, 상인이 들고 있는 장갑을 가만히 바라 본다.
뭔가 생각하는 성현.
성현 소리>: 오늘 전철역에서 은주씨를 봤어요.
#70. INT. 전철 안 - 2000년 - DAY
.
덜커덩, 덜커덩~
어두운 지하를 달리고 있는 전철.
손잡이를 잡고 서서 까만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은주.
쓸쓸함이 얼굴에 베어있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다.
성현 소리>: 그래요……. 아버지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되서 찾아갔다 해도 저는 진실로 아버지와 만나지는 못했을 겁니다.
#71. EXT. 포엠 앞 - 2000년 - DAY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편함을 열어보는 은주.
편지가 있다. 은주, 기대에 차서 편지를 꺼내 본다.
성현 소리>: 은주씨가 보내준 아버지의 유작집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고독을 알게 해준 그 후에 사랑을 알게 해준 아바지께 감사드립니다. 그 사랑을 알게 해준 은주씨께도……. 두려움을 느끼는 일은 인간이 갖는 가장 선한 일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은주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오히려 제가 미안해요.
편지와 함께 포장을 열면 97년도 은주가 사려고 망설이던 그 장갑이 함께 들어 있다.
은주, 표정이 밝아 진다.
장갑을 꺼내 손에 끼어 보고 요리조리 살펴 본다.
장갑으로 얼굴을 감싸보는 은주.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은주의 얼굴.
밝은 미소.
은주 소리>: 우린 둘 다 너무 쓸쓸하게 지내온 것 같아요……. 성현씨, 혹시……. 시간 있으세요?
#72. EXT. 월미도 놀이동산 - 1998년/2000년 - DAY
음악 계속되면서…….
파란 하늘, 따스하게 드리워진 햇살 속에서 성현이 놀이동산이 낯선 듯 두리번거리고 있다.
은주 소리>: 우선 편의점에 들어가세요. 그리고 맥주를 하나 집는 거예요.
맥주를 들고 나오는 성현.
똑같은 장소에서 맥주를 들고 나오는 은주.
은주 소리>: 아주 아주 시원하게 마신 다음…….
맥주를 소리나게 탁 딴 다음, 맥주를 들이키는 성현.
맥주를 한 번에 다 마셨는지 숨이 찬 듯 카~ 하며, 맥주 캔에서 입을 떼는 은주.
은주 소리>: 자~ 이제 정신 없이 뛰어야 해요~
환하게 웃으며 달리는 두 사람. 주변사람들이 이상한 듯 쳐다보지만.
은주 소리>: 바이킹 타는 걸 놓치면 안 되거든요!!! 심장이 마구 뛸 때 타는 게 제일 좋아요.
열심히 달려 온 듯 숨을 헉헉거리며 바이킹에 올라타는 성현과 은주.
사람이 얼마 없는 바이킹에 둘 다 옆자리는 비워둔 채로…….
천천히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프레임 아래에서 위로 수~욱 올라오는 바이킹.
성현의 모습이 얼어붙어 있다.
은주 소리>: 이 순간이 바로 !
다시 바이킹이 프레임 아래에서 올라오면
이번에 은주의 모습. 신난다! 아---- 하며 손을 드는 은주.
위 아래로 움직이며 속도를 더하는 바이킹.
성현, 조금씩 바이킹을 즐기기 시작하는 듯 표정이 밝아진다.
바이킹 위의 성현과 은주의 밝은 모습이 서로 컷백된다.
#73. EXT. 버스 정류장 - 1998년/2000년 - DAY (3시경)
성현 소리>: 이번엔 제가 멋진 곳을 안내해 드릴께요.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성현. 옆에는 어떤 할머니가 벤치에 앉아있다.
성현 소리>: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XX로 가는 버스를 타세요.
프레임 안으로 버스가 들어와 선다.
버스에 가려 성현과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화면 속에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미
묘한 변화 (버스가 녹슬고 낡은 모습으로 변하고 주변의 모습이 조금은 세월의 때를 느끼게 하는) 가 생긴다.
이윽고 버스가 출발하려하자 은주가 뛰어와 버스를 잡는다.
은주를 태운 버스가 출발하면 벤치엔 할머니 대신 꼬맹이들이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74. EXT. 가로수 길 - 1998년/2000년 - DAY (4시경)
해질 녘의 오렌지 빛이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아름다운 가로수가 양옆으로 죽 늘어서 있는 길.
버스가 서면 성현이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버스가 출발하면 내린 은주의 모습이 보인다.
성현 소리>: 버스에서 내리면 가로수가 하늘을 덮은 아름다운 길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로수를 스치며 걷는 성현을 카메라가 트랙킹으로 따라가며 보여주고, 성현이 오른쪽으로 프레임 아웃 하면 다시 세월의 변화를 암시하는 아주 미묘한 변화 (가로수의 나뭇가지들이 조금 자라거나 하는) 가 생기며 은주가 오른쪽에서 프레임 인되어 보여진다. 가로수 길의 아름다움에 취한 은주의 행복한 표정.
#75. INT. 전원카페 - 1998년/2000년 - 해질 녘 → 밤
목조 분위기의 옛스러워 보이는 카페.
천장에 커다란 원형 램프들이 아름답게 달려 있다.
카페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성현.
깔끔하고 푸근한 인상의 주인 아저씨가 성현을 맞아 자리로 안내한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는 성현.
성현 소리>: 칵테일이 맛있는 이 카페에 들어오면 전 항상 같은 자리에 앉죠.
내부 인테리어의 변화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카페 안.
성현과 같은 자리에 역시 아주 미묘한 변화(톤이라든가)가 느껴지며 은주가 앉고,
그녀의 앞에 성현이 주문한 것과 같은 칵테일을 내놓는 주인 아저씨.
전보다 머리가 희끗해지고 수염을 기르고 배가 좀 나왔지만 여전히 푸근한 인상이다.
한 모금 마시고 맛을 음미하는 성현.
한 모금 살짝 마셔보고선 쓰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은주.
성현 소리>: 이 카페에서는 연주와 노래를 즐길 수 있어요. 은주씨도 좋아하실 거예요.
카페에 마련된 무대에 주인 아저씨가 올라가 기타를 집는다.
주인아저씨, 올드 팝 한 곡을 다른 밴드 멤버들과 멋들어지게 연주한다.
은주의 카페에는 역시 나이를 조금 먹은 밴드 멤버들 (한두 명 정도는 다른 사람에 다른 악기 편성으로)이 올라와 같은 곡을 연주하고, 한 무명가수가 곡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성현 쪽 밴드가 보여주는 연주 한 소절이 끝나면, 은주 쪽 밴드가 뒷 소절을 연주하며 노래는 계속되는 가운데…….
푸근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는 성현. 하지만 조금씩 표정이 어두워진다.
역시 다소 쓸쓸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는 은주.
성현 소리>: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은주씨는 어땠나요?
은주 소리>: 고마워요……. 정말 즐거웠어요.
#76. EXT. 도심 거리 - 1998년/2000년 - NIGHT
빵빵~ 하며 휙 지나가는 자동차. 자동차가 지나가고 나면 보이는 성현의 모습.
복잡한 도심의 거리를 홀로 걸어가고 있다. 앞 씬에서 나왔던 노래를 휘파람으로 조용히 흥얼거리면서 걷고 있다.
성현 지나가고 나면 동일한 거리에서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는 은주.
복잡한 도심의 풍경 속에 멍하니 무슨 생각인가를 하면서 걷다가 마주 오던 남녀와 툭 부딪힌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 은주. 남녀는 지나가고 은주, 멍청히 뒤를 돌아보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은주의 시점처럼 보이는 거리의 풍경 속에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성현의 모습.
(마치 동일한 공간에 두 사람이 스쳐지나갔던 것처럼 느껴진다.)
성현의 휘파람 소리가 잠시 들렸다, 사라진다.
성현의 모습도 focus out되며 사라져 가고…….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은주, 차가운 바람이 은주의 머리에 스친다.
#77. INT. POEM 작업실 - 1998년 - DAY(오후 2시경)
작업실에서 무엇인가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성현.
잘 되지 않는 듯, 그리던 종이를 구겨 버린다.
새하얀 종이에 다시 그리기를 시작하는 성현.
그리던 도중 다시 구겨 던져버리는 성현. 졸고있던 콜라가 깨어나 성현을 본다.
지친 듯 의자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본다. 담배를 꺼내 무는 성현.
다시 새 종이를 꺼내 스케치를 시작한다.
#78. INT. 은주집 - 2000년 - NIGHT
편지를 들고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주.
편지를 내려놓고 방바닥에 주저앉는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는 듯 하더니 조금 미소를 짓는다.
성현 소리>: 우리는 만날 수 없는 건가요?
콜라가 이상하다는 듯이 은주를 바라보고 있다.
콜라와 눈이 마주치는 은주, 갑자기 콜라에게 다가가 콜라의 머리를 잡고 흔들며
은주: 그냥 한번 보자는 건데 뭐~
은주, 콜라를 흔들다 놓고 후다닥 프레임 아웃 한다.
졸지에 남겨진 콜라만 어질어질~
#79. INT. 포엠 침실 - 1998년 - NIGHT
책상에 앉아 진지하게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성현.
모니터엔 전자 달력이 보이고, 날짜를 뒤로 뒤로……. 검색하면, 2000년 3월 20일.
성현: 토……. 요일…….
의자 뒤로 푹 기대어, 두 손을 머리 뒤로하고 빙긋이 웃는 성현.
은주소리>: 제주도로 오세요. 제 고향에 아름다운 바닷가가 있어요. 거기다 집을 짓는다면 정말 예쁠 거예요. 음…….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바다와 만나는 그런 집이요. 집에서부터 맨발로 걸어나가면 모래가 사박사박 밟히는 기분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성현, 스케치북을 집어 든다.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지는 바닷가 풍경. 바닷가 위에 집을 스케치하는 성현.
#80. EXT. 제주도, 은주의 집 - 2000년 - DAY
돌로 된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예쁘게 지어진 아담한 이층집이 보인다.
집 안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은주. 혜기를 앞에 태운다.
은주: 다녀오겠습니다.
혜기: (은주와 동일한 톤으로) 다녀오겠습니다.
은주 어머니, 어서 가보라는 식으로 손을 흔든다.
밝은 표정으로 집을 나서는 은주.
#81. EXT. 제주도, 바닷가 - 2000년 - DAY
즐겁게 달려오는 자전거. 은주 갑자기 무언가 발견한 듯 정지.
자전거를 세우자 폴짝 뛰어내리는 혜기.
바닷가로 향하는 혜기를 뒤로 한 채 시선이 가는 쪽으로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가는 은주.
이제 막 기초가 올라가고 있는 건물이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작업용 테이블 위에 올려진 투시도를 발견한다.
잔뜩 쌓여있는 설계도 밑에 깔린 투시도. 주의 깊게 투시도를 들여다보는 은주.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나타난다. "저……. " 돌아보는 은주. 재혁이 서 있다.
은주, (성현이 아닐까 해서) 조금 당황한다. 낯설게 쳐다보는 재혁.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두 사람.
재혁: 무슨 일로 ……. 누구 ……. 찾으세요?
은주, 아니구나, 하는 표정.
은주: 아, 아니요. 그냥……. 이 그림이요. (손짓해가며) 어쩐지 낯익은 그림 같애서요. ……. 안 그래도 이 근처에 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거든요.
재혁: 네……. (담배를 꺼내며 혼잣말처럼) 제주도 참 좋네요.
은주: 여기 분……. 아니신가봐요.
재혁: 네. 공사 때문에 왔어요.
은주: 네……. 이 집, 직접 지으세요?
혁: 공사만 내가 해요. ……. 친구가 설계한 집이예요. 이 곳이랑 잘 어울릴 거 같죠. ……. (미소를 띠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설계한 집이거든요…….
은주: (역시 미소를 띠며) 네…….
두 사람, 정적이 흐르자 조금 어색해 진다.
재혁: (웃으며) 제가 쓸데없이 말이 많네요…….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그럼…….
은주, 따라서 꾸벅 인사한다. 괜히 어색해서 멀리 바닷가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은주.
은주: 혜기야!
은주, 놀고 있는 혜기에게로 걸어간다.
시간 경과
혜기가 짜증을 내는 모습이 보인다. 집에 가자고 조르는 혜기를 달래며, 이젠 약간 초조해지는 은주. 시계를 자꾸 들여다본다. 결국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는 은주.
은주: 그래, 가자.
#82. EXT. 제주도, 거리 - 2000년 - DAY
혜기와 걸어가다가 주춤 주춤 멈춰서는 은주.
은주: (조심스럽게) 혜기야, 혼자 들어갈 수 있지? 고모도 금방 들어갈께.
혜기의 의아한 표정.
가까운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나오는 은주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스크림을 혜기 손에 들려서 들여보내는 은주.
#83. EXT. 제주도, 바닷가 - 2000년 - EVENING
백사장에 홀로 뒷모습으로 앉아 있는 은주.
카메라 아주 느리게 서서히 rounD tracking …….
화면은 낮에서 서서히 불길한 피 빛으로 짙어지는 노을로 바뀐다.
마침내 카메라는 앉아있는 은주의 정면 얼굴을 잡는다.
쓸쓸함과 불길함이 뒤섞인 은주의 표정.
#84. EXT. 제주도, 은주의 집 마당 - 2000년 - NIGHT
방안에서는 오손도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듯한 가족들의 소리.
은주 소리>:
한참을 기다렸어요.
툇마루에 앉아있는 은주. 괜히 발장난을 쳐본다.
은주 소리>:
왜 안 왔는지 안 물어볼께요.
2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나보죠.
4#85. INT. POEM 침실 - 1998년 - NIGHT
은주 소리>:
그래서 저와의 약속을 잊어버린 거겠죠…….
스탠드 조명만 약하게 켜져 있는 침실. TV에서 <달려라 하니>가 나오고 있다.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은 성현. 생각에 빠진 듯한 성현의 표정.
아무도 보지 않는 TV는 계속 진행되고, 은주의 깔깔대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86. INT. 공항, 제주 - 1998년 - DAY
북적거리는 신혼 여행객들, 관광객들의 모습.
요란하게 안내 멘트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성현이 안내 프론트로 걸어간다.
안내요원 앞에 선 성현.
성현: 성산포에 가려고 하는데요.
#87. EXT. 제주도 - 1998년 - DAY
혜기(5살)가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가 아니라 이쪽으루~~ 어~~엉~"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는 지 짜증스러운 목소리이다.
아이로부터 좀 떨어진 곳엔 성현이 앉아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성현. 성현: 앞에 소라껍질이 하나 놓여있다.
은주소리>:
(웃음이 섞여있다) 소라 껍질 안에 천사가 잠을 자고 있다는 거예요.
성현이 소라고동을 주워서는 눈을 감고 귀에 가만히 대본다.
정말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가만히 미소를 짓는다.
그 때, 발에 무언가 느껴져 눈을 뜨는 성현. 발 앞에서 멈춰 서 있는 바닷게 한 마리.
바닷게 옆으로는 꼬마아이가 얼굴을 들고 성현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다.
혜기다. 성현이 혜기에게 따뜻하게 웃어 보인다.
혜기: 아저씨 뭐해요?
성현: (무안한 듯) 으~~응. 너도 한번 들어볼래?
혜기의 귀에 소라껍질을 대주는 성현. 혜기는 역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소라껍질에 귀를 기울인다.
성현: 무슨 소리가 들리지.
혜기: 슈~~우~ㄱ
성현: 그래. 천사가 잠자는 소리야.
혜기: 천사가 잠자는 소리요? 천사가 잠을 자요? 다시요. 다시 해 줘봐요. 아저씨.
성현이가 혜기에게 소라고동을 준다. 다시 귀에 갖다대는 혜기. 이번에는 혜기가 소라껍질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야~~ 일어나 봐~~~ 천사야~~"
혜기 소리 작아지면서 두 사람을 잡고 있던 카메라가 뒤로 빠지고,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성현과 혜기의 모습이 한가롭게 보인다.
멀리서 혜기를 부르는 혜기 엄마 목소리. 혜기는 아랑곳 않고, 소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성현의 발 밑을 벗어난 바닷게가 쫄쫄쫄쫄.
이제야 혜기의 괴롭힘에서 해방된 듯 열심히 그들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88. EXT. 건널목 - 2000년 - EVENING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길인 듯 가방을 들고 이어폰을 꽂은 채인 은주.
뭔가 혼자 생각하는 듯한 은주의 표정.
신호등이 빨간 불에서 파란 불로 바뀌자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한다.
은주, 멍하니 서 있다가 어느새 불이 바뀌고 혼자 서 있음을 깨닫고 급히 길을 건넌다.
이 때 지훈과 한 여자가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로 지나가는 것을 얼핏 본 것 같은 은주.
신호등은 깜박이고 어느새 저만치 가는 듯 싶더니 사람들 틈에 묻혀서 사라져버린다.
은주, 지훈이 사라져간 방향을 보고 멍하니 서 있다.
사람들이 은주의 앞을 휙 휙 지나쳐 간다.
#89. INT. 책 대여점 - 2000년 - EVENING → NIGHT
위씬과 동일 한 앵글로 멍한 표정의 은주.
은주의 얼굴로 피어 올라오는 하얀 김.
정숙(o.s): (다정하게) 배 고팠지?
은주, 돌아보면 냄비 안에 막 끓인 라면이 맛있어 보인다.
정숙, 젓가락을 딱 소리나게 갈라서 은주의 손에 쥐어 준다.
은주, 냄비에서 라면 한 가닥을 호로록 먹는다. 놓여진 접시의 단무지를 하나 집으며,
은주: 김치는 다 먹었니?
정숙: 그럼, 그게 언젠데…….
은주: (단무지를 넘기다가 멍하니) 참……. 쓸쓸한가봐. 아까 길에서 어떤 남자를 봤는데……. 지훈씬 줄 알았어…….
정숙: (냄비 뚜껑에 라면을 가득 덜어 입어 넣으며) 그러게……. 소문도 없이 들어와서 결혼까지 한다니, 대단하지.
말을 마치자 마자 아차 하는 표정으로 은주를 바라보는 정숙…….
은주, 갑자기 사래가 들려 기침을 콜록 콜록……. 한다.
정숙, 휴지를 갖다 주고 물을 주며 수선스럽게 움직인다.
은주는 계속 콜록 콜록…….
정숙: (앉으며) 사실은, 주연이한테서 전화 왔었어. 너 알고 있냐고…….
은주, 휴지로 코를 푼다.
은주: (사래들린 목소리로) 어떻해……. 라면에 코 빠졌어…….
은주 기침에, 눈물에, 우는지 웃는지…….
시간경과 - NIGHT
카운터 주변만 조그맣게 밝혀져 있다. 콜라는 어둠 속에서 새근 새근 자고 있다.
은주와 정숙의 앞 테이블에 치킨을 먹고 남은 흔적들이 널려 있다.
맥주 캔을 앞에 두고, 정숙이 이야기에 열중해 있다.
꽤 많이 마신 듯 두 사람 다 목소리가 크다.
정숙, 만화책을 펴서 한 손에 들고, 은주를 약올리는 표정으로
정숙: 그래서, 맨 마지막에 누굴 택했냐면 말야,
은주: (귀를 꼭 막고있다.) 말하지 마, 말하지 마, 나, 볼꺼란 말야!!
정숙: (약올리듯) 결국, 누구랑 됐냐면…….
은주: (여전히 귀를 막고) 안……. 돼……. !!
정숙: 그 옷 있잖아……. 그 옷 주머니 속에다가 남자가 편지를 남겼어.
은주: (귀에서 손을 떼며) 헤! 그럼, 그 편지에 고백을 한거야?
정숙: 그렇지~ 편지에 뭐라고 썼냐면…….
은주: (기대에 차서) 뭐라고?
정숙: (마치 성우처럼 목소리에 멋을 내서) "당신만을, 사, 랑, 합니다."
은주: (감동에 겨운 표정으로) 와~~ 너무 …….
정숙: (신나서) 너무 좋지?
은주: 너무……. (의외로 기운이 빠지며) 너무……. 슬, 프, 다…….
정숙: (의아해서) 왜? 너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구 난리였잖아.
은주: 하지만……. 그래도……. (힘없이) 동생도……. 그 남자를 사랑했잖아…….
정숙, 할 말이 없다는 듯이……. 힘 빠지는 표정이다.
정숙: (누차 말했다는 식으로) 은주야, 쫌만 지나면, 생각도 안날 꺼야.
은주: (고개 푹 숙이고) 그래…….
정숙: (일부러 밝게) 세상에 얼마나 남자가 많은데~
은주: (한숨)……. 지금도……. 생각 잘 안나…….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두들 다 너무 멀리 있어…….
정숙: (생각에 잠겨 있다.) ……. (뜬금없이,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 쉽게 변해가는~"
은주, 정숙을 보고 피식 웃는다.
은주: (노래) "슬픔 안은, 슬픔~ 안은 날~"
정숙, 은주를 보고, 씩 웃으며 은주와 함께 노래하기 시작한다.
은주, 정숙: "잠이 들고 파~ (합창, 크게) 변하지 않는 세, 상을 꿈~꾸~며~~
은주와 정숙, 마주 보고 키득키득 웃는다. 다시 한 번 눈을 맞추며, 큰 소리로,
은주, 정숙: "변, 하, 지, 않는, 세, 상을 꿈~꾸~며~~!!!"
깔깔깔 웃는 은주와 정숙.
은주, 기운을 내는 듯 털고 일어난다.
정숙도 함께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은주: (힘을 내서) 집에 가야겠다. (만화책을 집으며) 이거 나 가져 간다.
정숙: 말은 바로 해! 빌려 가는 거지!
은주: 치, 짠순이!
정숙: 이 언니가 열심히 벌어야 우리 소원을 이루지!
은주: (손가락으로 꼽으며) 1층엔 떡볶이 가게, 카페, 2층엔 만화방, 3층엔…….
정숙: 3층엔, 여성 전용 안마방!
은주: (푸하하 웃으며) 남자들은 출입 금지야?
정숙: 그럼!
은주: 맞아! 남자들은 도움이 안돼!
정숙: 이제야 김은주도 정신을 차리는 구나!
은주: 집에 가서 두 발 쭉 뻗고 잠이나 푹~ 자야지!!
정숙: 장하다, 김은주!
은주와 정숙, 어깨동무를 하고 다정하게 불 꺼진 책대여점을 나선다.
#90. INT. 은주집 - 2000년 - NIGHT
문 소리 들리고 은주가 짐들을 들고 들어와 책상 앞 의자에 털썩 앉는다.
짐들을 아무렇게나 던져 두고 가만히 앉아 있는 은주.
멍하니 책상 위에 놓여진 빈 종이를 내려다 본다.
카메라 천천히 뒤로 빠지면서 책상 위에만 밝게 불이 켜져 있는
은주방의 일부가 보인다.
콜라는 방 앞을 왔다 갔다 한다.
잠시 후, 책상에 엎드려 있는 은주의 모습이 보인다.
은주의 울음 소리가 들려 온다.
#91. INT. POEM 침실 - 1998년 - NIGHT
은주의 편지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는 성현.
가방을 침대에 던지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편지를 펼친다.
편지 안에서 떨어지는 약도, 날짜 등이 써 있는 종이, 지훈과 은주가 함께 찍은 사진 등.
은주 소리>: 나 좀……. 도와줄 수 있어요?
점점 표정이 굳어지는 성현.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다.
은주 소리>: 그 사람하고의 관계는 항상 기다림의 연속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이 다 변해버렸어요.
열려진 문틈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콜라. 조르르 달려와 성현의 양말을 물어 당긴다.
은주 소리>: 그냥 그 사람이 제 곁에 있을 수 있게, 지훈씨를 떠나보내지 않게 날 도와줘요.
반응이 없는 성현을 한번 올려다보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 콜라.
은주 소리>: 이런 부탁해서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옆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콜라가 낑낑대며 소파 한 귀퉁이를 물어뜯고 있다.
성현이 맥없이 콜라를 당겨 안는다.
성현: (멍한 표정) 그러지 마. 나중에 은주씨가 살게될 집이야.
성현 앞으로 편지가 떨어져 있고 콜라가 성현의 품에서 벗어나 편지의 냄새를 킁킁 맡고 있
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밤 풍경이 쓸쓸하다.
#92. INT. 술집 - 1998년 - NIGHT
낡은 대포집 분위기의 인적 없고 조용한 술집. 전구 몇 개로 밝혀져 있다.
테이블 위에는 빈 소주 몇 병, 순대볶음이 식어서 굳어 있다.
완전히 풀어진 재혁.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한다. 둘 다 술이 거하게 취한 분위기.
재혁: 너 입이 붙었냐? 왜 아무 말이 없어 임마.
성현: …….
재혁: 여자야?
술을 들이키는 성현. 재혁이 성현을 말린다.
재혁: 야, 너 너무 마신다.
성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