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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투타의 ‘맏형’ 이강철(37)과 이종범(33)이 ‘따로 또 같이’ 가을 신화에 도전한다.
둘다 선수로서는 ‘황혼’에 가까운 30대 중반이지만 신인 못지않은 열정으로 전성기 때의 실력을 되살리며 풍성한 가을걷이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팀의 ‘V10’을 위해 한국시리즈 불패신화를 이어가는 것이 이들의 1차 목표다.
이강철은 89년 데뷔 첫 해에 15승을 따내며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이래 모두 5번(91·93·96·97년) 한국시리즈 헹가래의 기쁨을 누렸다. 96년에는 2승 1세이브 방어율 0.56의 빼어난 성적으로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종범도 신인이던 93년 당시 해태를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바 있고 일본에 진출하기 전 해인 97년에도 해태에 마지막 우승을 안기며 또 다시 MVP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이들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만 하면 해태는 무조건 우승했다.
기아가 전반기의 부진을 털고 후반기 대도약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놓고 피말리는 순위 다툼을 하고 있는 것도 두 사람의 힘이다. 이종범은 올 시즌 전 경기 출장에 타율 0.319, 47도루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의 두번째 목표는 11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및 올림픽지역예선에서 한국에 ‘올림픽행 티켓’을 안기는 것이다. 이들은 22일 발표된 국가대표 2차 예비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종범은 지난해 열렸던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이번 아테네올림픽을 위한 예선에서도 또 다시 한국 공격의 첨병으로 일본과 대만을 꺾겠다는 각오다.
15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눈앞에 둔 이강철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가 태극마크를 단 것은 88년 서울올림픽 때가 마지막이다. 이후 잠수함투수는 국제대회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는 예비명단에 들었다가 막판에 빠졌다.
올해 서른일곱살이라는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6승4패9세이브 방어율 1.97로 전천후 불펜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보스턴 김병현의 참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여서 ‘잠수함 투수’로서 그의 가치가 더 빛난다.
이강철과 이종범. 나이를 잊은 ‘두 늙은 군인의 노래’가 올가을 쩌렁쩌렁 울려퍼질 것으로 보인다. 김도헌기자 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