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쉰 살
정 성 헌
나는 쉰 살
유년의 놀이터였던 고인돌이 있는
바우베기에 와있다
늦가을 조망이 좋은 바위에 앉아
여름날 멱을 감으러 바다로 가던
길의 끝에다 지그시 시선을 준다
친구들과 줄지어 가던 밭둑길은
합배미로 없어지고
농사를 수확한 밭두렁에서 시린 바람에
까만 비닐만이 펄렁이고 있다
내 나이 쉰 살
유년의 추억이 있는 우두산가던 길 따라
마른 꽃들이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눈부시게 피어 있다
달 바위 약수터가 있던 곳
오후의 햇빛이 골프장으로 변한
잔디 위에 하얀 골프공을 따라 다니고
먼 옛날 우리들의 왁자지껄 재잘거림 대신
내 또래의 중년들이 긴 쇠막대기로 공 때리는
"딱" 소리와 "나이스 샷" 소리가 메아리치고
해질녘에 남남동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 보는데
허공에 고정된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나는 쉰 살
읍내 5일 장터 입구에 펴놓은 노상서점에 들렀다
이것저것을 만지작거리는 습성은 중년의 버릇
"단순한 열정"이라는 표지를 들춰본다.
띄엄띄엄 보여지는 우리 세대들의 동질감들
집에 와서 두어 시간을 읽다가
다 보기가 아까워 좀 남겨 두었다
그래 사는 건 고만고만 도토리 키 제기고
자식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는 나이
단지 나도 자식 이었다는 건 아는 나이이다
내 나이 쉰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추억으로 오는 것을 느낀다
그래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추억이 되어 자꾸 오는 것이겠지.......
마음이 공허해지는 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이유
황폐해져가는 육신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인생의 허리에서 이리도 헤매야 하는지
내 자신에게 묻는 나이이다
내 나이 쉰 살
50년을 살았어도 인생이란 무엇인지
남에게 가르쳐주지도 스스로 깨우치지도 못하고
쉰 살은 제2의 사춘기 "나이 몸살"을 한다고……
이젠 모든 것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책에서 배우고 있는 나이이다.
첫댓글 공자께서 50에는 知天命이라고 했고 60은 耳順이라고 했지만~세상은 과거와 달리 많이 변했지요~요즘 50인생은 60인생에 접하고 있는 세대에 비하면 아직은 젊고 할 일들이 많고 사회활동이 요구되는 사춘기가 아닌가도 느껴집니다~행복하세요~^^
쉰살에서 ,,,,바라본 ,,옛날,,,그 옛날은 가는것이 아니고 추억으로 되돌아 오고 ,,,,,,,,,,,,,,,,,,,,,,,,,그렇다네요,,,저도 또한 ,,,살아온인생 ,,저 높은 ,,경관 좋은 산 위의 바위같은 곳에 앉아서 ,,,,바라 본다네요,,,지나온 과거도 ,,살아갈 미래도 ,,,,아직은 꿈을 꿔야할 제2의 사춘기 맞찌요,,,아직은 사랑도 남았고 ,,,이루고자하는 의욕도 남아 있고 ,,
나이에 너무 연관하지 마시고 사세요 저도 그 나이지만 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글을 무척 읽기 편하고..순수하게 잘 쓰시네요..바우베기...합배미..오랜만에 들어보네요..ㅎㅎ 정감 있구요..학다리님!! 어디사세요? 동향 같네요..편안한 밤되세요..^**
아직도 너무나 청춘이십니다..편지방에서 몇년째 꾸준히 글을 써 주시는 분께..오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