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조절하고 다이어트에 도움 되고… ‘기능성 쌀’ 전성시대
당뇨환자 식이에 적합한 ‘도담쌀’
식어도 찰기 유지하는 쌀 ‘미호’
다이어트용 기능성 품종도 출시
경기 광주에 사는 요리연구가 김필화 씨(56)는 아침이면 밥솥 두 개에 전원을 넣는다. 하나는 아들, 딸과 자신이 먹는 밥이고 다른 하나는 남편의 밥이다. 밥솥 두 개를 쓰는 이유는 각기 다른 쌀을 쓰기 때문이다. 남편은 얼마 전 당뇨 진단을 받은 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먹은 것이 ‘도담쌀’이다.
왜 도담쌀일까? 당뇨와 같은 성인병을 앓는 환자는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자연스럽게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식단이 구성되는데 이때 도담쌀이 효력을 발휘한다. 지난해 12월 식품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를 가진 저널인 ‘푸드 하이드로콜로이드(Food Hydrocolloids)’에는 도담쌀의 기능성이 게재됐다. 도담쌀의 저항전분 성분이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능성 쌀에 대한 연구와 함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담쌀 같은 기능성 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기능성 쌀이란 쌀 본래의 영양원 외에 특수한 영양 성분을 새로 첨가하거나 강화한 것을 말한다. 주로 알려진 기능성 쌀은 영양성분인 비타민 B군, 식이섬유, 비타민 E 등 각종 생리 활성 기능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다. 또 밥 짓기가 간편한 새로운 형태의 쌀 제품군도 일종의 기능성 쌀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체에 유효한 기능성 성분을 용도별로 분류하면 혈당을 내려주는 쌀, 암을 예방해 주는 쌀, 키 크는 쌀, 영양성분 강화 쌀 등으로 나뉜다. 그중 도담쌀은 혈당을 내려주는 대표적인 기능성 쌀이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을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화시키는 음식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의 과정이 되는데 만약 소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는 음식이 있다면 식이요법에 도움이 된다. 인간의 소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게 도와주는 성분을 ‘저항 성분’이라고 하는데 도담쌀은 저항 성분을 일반 쌀보다 10배 높게 함유한다. 일반 전분의 열량은 g당 4kcal인데 도담쌀은 2kcal에 불과하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정간편식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었지만 가공 원료곡으로 일반 밥쌀용 품종을 사용해 왔다. 문제는 가정간편식이 요구하는 쌀의 특성이 일반 밥쌀과 다르다는 점이다. 이에 가정간편식으로 활용하기 용이한 쌀 품종 개발에 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즉석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에 포함된 밥 등이 가공밥에 해당한다. 이런 식품은 냉장 보관을 하고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냉장고와 냉동고의 차가운 온도에서도 밥알의 성질을 유지하는 것이 상품성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쌀 품종 ‘미호’를 개발했다. 집에서 지어먹는 밥은 식는 순간 맛이 없어진다고들 한다. ‘찬밥 신세’라는 관용적 표현이 이를 잘 표현해 준다. 미호가 특별한 지점이 여기에 있다. 쌀의 찰기를 결정하는 아밀로스가 미호에는 일반 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로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호로 지은 밥은 밥이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고 적당한 찰기를 유지한다.
최근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밥을 ‘지어먹는’ 것보다 ‘데워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돼 ‘어머니가 차린 집 밥’의 개념도 희미해지고 간편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농민들은 이러한 소비 패러다임에 어울리는 벼를 개발하고 있다.
아밀로스 함량이 25% 이상인 쌀면 전용품종 ‘새고아미’ ‘새미면’과 40% 이상인 난소화성 저항전분 함량이 높은 다이어트용 기능성 품종 도담쌀이 보급되고 있다.
쌀은 밥으로만 섭취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식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쌀을 이용한 베이킹이 유행하고 있다. 밀가루 대신 쌀을 이용해 맛을 내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다. 쌀 디저트에 관한 관심은 케이크나 빵류 등 서양 디저트를 넘어 동양식 디저트에도 미치고 있다. ‘밀양333호’는 쌀의 아밀로스 함량을 30%로 조절해 한천과 유사하게 만든 품종이다. 이 같은 쌀을 이용해 쌀 양갱, 쌀 묵 등을 만들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과거 비만의 원인으로 오해를 받았던 쌀이 요즘은 다이어트 효과를 내며 반전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쌀의 건강 기능성, 가공용 쌀의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쌀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오인지 해소를 통해 쌀 소비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