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셀수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 있다. 어디의 무슨 은하 소속인지도 모르겠다. 뭐, 어차피 별로 관심도 없지만.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반짝거리는 것들이 다 별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잘 봐라. SACM의 엔진에서 나오는 불꽃들이 보이지 않는가?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코드명 '베타'. USC가 설치한 통로를 타고가면 나오는 행성들 중 하나다. 위치는 방위군의 주 기지인 FMB(Force Main Base)에서 서쪽으로 약 120km쯤 떨어진 곳이다. 여기서 뭐하냐고? 당연히 순찰이지. 그것도 꽤 진지하다고 우리는.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죽으면 그걸로 인생 끝이거든.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나 내 소대원들은 모두 인생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죽는 건 사양하도록 하지. 우리의 임무는 당연히 이 지역의 경계. 이곳에서 주위를 경계하다 USC가 나타나면 본부에 보고하고 지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적군아, 적군아, 내 앞으로만, 오지 말아라~."
옛날 동요에 말도 안 되는 가사를 붙여서 불러 제끼는 놈은 역시나 KG-64였다. 내가 한소리 하려는 찰나 7호기 파일럿(참고로 여자다.)이 선수를 쳤다.
"KG-64, 닥쳐라."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소대에서 제일 성질이 드러운 7호기 파일럿의 경고에 4호기 파일럿은 깨끗히 침몰. 한숨을 내쉬며 난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에 대고 작게 '타이머'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팟'하는 소리와 함께 '5분 17초'라는 문자가 떴다. 됬다. 5분밖에 안 남았다. 기뻐하며 난 무전기를 잡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5분 남았다. 집에 갈 준비해라 6소대. KG-64는 입 다물고 있고."
뭐라해도 8개월이다. 이정도 지내다 보면 아무래도 소대원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니게된다. KG-64가 무전기로 시끄럽게 굴기 전에 먼저 그를 침몰시킨 나는 그가 뭐라고 궁시렁거리는것을 깨끗히 무시하며 다시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4분 2초.'
곧 귀환한다는 안도감과 뭐라고 계속 궁시렁거리는 KG-64에 대한 살의를 동시에 느끼며 난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좌석에 몸을 묻었다.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열받는다. 소대장도 뭣도아닌 7호기 파일럿의 명령은 절대 복종하면서 무려 소대장인 내가 하는 명령은 무시하는 꼴이라니. 요새 계속그러던데 언제한번 날을 잡아서 갈궈줘야겠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내가 아직도 혼자서 궁시렁거리며 시끄럽게구는 4호기 파일럿에게 한소리 하려던 순간.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더에 뭔가가 잡혔다. 약 30개가량의 광점이 이쪽을 향해 오고있었다.
"지금 레이더에 뭐 잡힌사람?"
레이더에 잡힌 광점들을 의아한 눈으로 보며 소대원들에게 묻자.
"KG-62."
"KG-64."
"KG-63."
"KG-67."
하는 식으로 결국 난 소대원 모두의 코드네임을 들어야 했다.
"63, 64 가봐라."
레이더에 잡힌 것은 뭐든지 체크해보라는 중대장의 지시도 있었기에 3호기하고 4호기에게 명령을 내린 순간.
"애앵~애앵~애앵~."
아마 동시였을 것이다. 레이더의 광점이 3배가량 늘어난 것과 화면에 '미사일 접근중'이란 문구가 뜬것은. 덤으로 사이렌도.
"ECCM?어느 망할놈이!"
욕설을 내뱉으며 나는 레이저 라이플을 꺼냄과 동시에 기체를 급상승시킨뒤 날아오는 미사일을 하나씩 저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2개가 양쪽에서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자 내 머리속은 욕설로 가득찼다. 우선은 기체를 급강하시켰다. 그 뒤, 위를 보고 갑자기 사라진 목표를 찾던 미사일들을 파괴했다.
"이쪽도 간다! 소대전원 ECM끄고 미사일 발사해! 목표는 전방의 개새끼들!"
나는 악을 쓰며 앞의 적들을 화면안 십자조준선안에 대충 두고 'Locked On'이라는 문구가 뜨자마자 미사일 발사 버튼을 연타했다. 가벼운 진동과 함께 3발의 미사일이 내 SACM의 어깨로부터 흰 꼬리를 끌며 날아갔다. 내 소대원들이 쏜 30여발의 다른 미사일들과 함께. 그러나 적군도 바보는 아닌듯했다. 발사된 30여발의 미사일들중 명중한건 단 5발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날아가던 도중 요격당하거나 적의 회피기동에 의해 전부 빗나갔다.
"소대, 전진!"
또 한번의 미사일 비를 피한뒤 나는 소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제서야 적군도 우리에겐 미사일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고출력 레이저 검을 빼들었다. 적군의 검에서 나오는 빛이 희미하게 보이자 순간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다섯대나 잡았다고는 해도 아직 이쪽의 2배는 될법한 적군이 보였다.
"소대, 정지. 라이플 장전."
좀더 차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고 난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KG-61에서 FMB에게. 현재 에리어 알파 2에서 USC와 교전중. 적의 숫자는 약 20. 지원을 요청한다."
"FMB. 라져"
대답을 들으며 주 모니터를 주시하던 나는 적과의 거리가 1500m이하로 내려가고, 화면위에 'Locked On'이란 문구가 다시 출력되자 소대원들에게 명령했다.
"발사."
별로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도 아니었고, 긴 명령도 아니었지만,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붉은 레이저 광선이 허공을 쏜살같이 가르고 곧이어 멀리서 10여개의 폭발이 일어나고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도 전에 어느덧 난 라이플을 연달아 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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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리다가 미리써둔 3편입니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의 빠른 연재가...ㅋㅋ
아무튼 드디어 지구밖에 도착했습니다.
마음같아선 전투씬이 잔뜩 들어있는 4편도 올리고 싶은데 아쉽게도 시간이...;;
뭐, 그런고로 4편은 빨라도 오늘 밤이나 내일쯤이 되겠군요.^^(애초 예정대로라면 4편 끝냈어야 되는데 말이죠;;)
2편의 리턴이 뼈아펐습니다. 앞으론 어디다 저장해놔야 될듯요...;;
뭐 아무튼 여전히 슬픈 일요일 오후입니다. 벌써부터 시작되려는 먼데이 블루즈...;;
전 이제 가봐야 되겠습니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시구요, 4편에서 다시 뵐께요^^
첫댓글 전투씬이 구체적이고 재밌다는게 매력적인 소설.
미흡한 글이나마 재밌게 읽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리턴된 글 얼릉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잘 보고 가요. 다음 편 기대 중 ^^
돌아 왔습니다^^ 2편이 리턴됬다가 이거 올리기 전에 돌아왔지요. ㅎㅎ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편을 지금 올릴지 어쩔지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