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의 쥐불놀이
부모님 고향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월 대보름을 맞았다. 설날이 지난 지 며칠 못 되었는데도 집집마다 보름날이라고
음식을 하느라 분주하고 동네 꼬마 친구들은 저녁 때 되면 쓸 당성냥(해방 전까지 성냥을 唐석냥이라 불렀다)을 챙기느라 야단
이다. 밤이 되면 마을 밖 들판에 나가 불놀이 할려면 성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깡통에 불을 지펴 끈 달아 빙글빙글 돌리다가 기세 좋게 휙 던지면 불똥 튀기며 날아가는 장관에 신이 났었다. 바짝 마른 들판
잔디에 옮겨 붙은 불길 따라 볏논에 쌓아 둔 짚더미에 옮겨 붙어 큰 불이 날 뻔했던 기억도 생생하지만 장난스럽고 향수 같은 쥐
불놀이가 온 동네를 불사르거나 사람 다칠 만큼 대단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로 그해 1945년 8원 7일, 어른들의 쥐불놀이가 일본 도시 히로시마(廣島)에 터졌다. 미국 폭격기 B-29에서 투하한 원자폭탄
일명 "Little Boy"가 히로시마 500m 상공에서 터지면서 80,000~135,000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1억 인민의 옥쇄 투쟁이라는 지
도자의 오만과 오판이 부른 사상 최대의 불장난이었다.
잘 쓰면 몸에 좋은 보약이지만 잘 못 쓰면 독약이 되는 양날의 칼~
애당초 제우스신이 인간의 사악함이 염려되어 감추어 두었던 "불"을 훔쳐낸 "메테우스"의 손버릇이 결국 작은 쥐불놀이에서
하늘도 놀랜 온 세상이 핵무기의 공포 속에 몰리게 되었고 급기야 핵무기의 관리자로 군림한 미국도 감당 못할 지경에 이르렀으
니 제우스가 아무리 메테우스를 벌한다 해도 사악하고 욕심 많은 인간을 달랠 수도 없다.
덩달아 내달은 소련이 미국을 이기기 위하여 만들어 낸 핵무기가 1980년대 들어 4만 5천 개로 정점을 이루어 1960년대 중반
에 핵탄두를 보유 한 미국 3만 3천 개를 능가해 양 대국의 핵만으로도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타의 60만 배를 훨씬 넘어 전 세계
를 파괴할 수 있는 넉넉한 핵무기가 되었는데도 사악한 인간은 아직도 양에 덜 찬다고 하니 기막힐 노릇이다.
핵보유국 영국 프랑스 중국의 보유량은 300 개를 넘지 않고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등이 수 십 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핵보유국 말고는 만들려는 생각도 하지 말고 소유할 생각도 갖지 말고 들여놓을 꿈도 꾸지 말라는 비핵 3원칙이 선언되었다. 미
소간에 체결된 핵확산 방지 조약(NPT)은 비핵보유국의 핵 개발을 막고 보유국의 핵 확산을 억제하는 불평등조약이었다. 만약 보
유국으로부터 공격받을 때는 핵우산역할을 해 준다는 국제 조약이었지만 군부와 군수산업 자본가등의 이해관계에 얽힌 개발 억
제나 핵무기 감축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비핵화제재에도 교역봉쇠로 기인한 불이익에도 파키스탄이 개발하고 북한은 1992년의 미국과 북한 간의 제네바 협상이 결렬되
고 NPT탈퇴와 동시에 핵개발의 모험에 뛰어들면서 핵개발과 핵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 미사일개발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다.
미-러가 보유한 8만 개의 핵탄두는 이 지구를 보호하는데 한계에 이르렀고 자국안보를 위한 핵보유의 실익도 담보 못하는 백 척
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 도끼 가진 자와 바늘 가진 자의 대결이 핵무기의 특성상 일방적인 승부를 가를 수 없고 많이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의 우열도 의미가 없는 세상에 엄청난 자금을 낭비한 핵개발로 허리가 휜 자국 인민의 삶이 애처롭다.
그럼에도 러시아 푸틴은 우크라전쟁의 고전 속에서 세계 최대의 수폭인 "차르 봄바"(Tsar Bomba)의 핵실험을 예고하고 있고
7차 핵실험을 예고한 북한의 핵실험이 아직 보류상태다. 이미 세상은 더 이상의 핵무기실험조차 실익이 없다고 하는 요즈음~
1986년 4월 38년 동안 아직도 회복되지 않는 우크라이나 최북단의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의 후유증과 1979년의 미국 스리마일
2호기 그리고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1 2 3호기 폭발로 매일 400톤식 늘어 나는 오염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현
인간의 무기력함 속에 아직도 메테우스의 불장난을 용서 않고 벌주고 있는 지금까지도 인간의 엄청난 쥐불놀이는 끊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 빼지 못하는 러시아의 푸틴은 심심찮게 핵무기 사용을 운운하고 있고 북한은 말끝마다 핵보유능력을
들어 남한을 겁박하고 있다. 핵보유국 정상이 늘 휴대하고 있는 가방 속의 핵 단추를 매만지며 사다리줄 타듯 위협하는 허세는
이제는 그만 삼가야 하지만~
행여 2차 대전 때 6천만 명의 세계인을 살해한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같은 불안정한 극단주의자가 없으란 법이 없는 불안정한
세태를 생각할 때 문득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메테우스의 유령이 살아난듯하여 오금이 저린다.
핵보유자체가 자국안보를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온 지구위에 지뢰처럼 숨겨진 핵탄두가 있는 현상하에 어느 핵보유국이 감
히 자폭을 각오한다 하더라도 핵공격을 감행할 것인가?
1975년 봄, 미국 MIT대학 원자물리학연구소 부소장이며 노벨물리학상 후보였던 내 고교 동창인 S박사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
의 재해외 과학자 초청으로 KIST에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떠날 때 필자와 점심을 함께 하며 하던 말이 있었다.
"왜 벌써 떠나려 하나?"
"이제 내가 할 일이 없어서~"
- 글 / 日 光 -
첫댓글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