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장,
승민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오순애는 집으로 들어온다.
김경숙은 남편의 지시대로 음식 하던 것을 모두 중지하고 주방을 말끔하게 치우고 있는 중이다.
“정말 차례음식을 하지 않을 것이냐?”
“그것은 저한테 말씀하시지 마시고 아범에게 말씀을 하세요.”
오순애는 아들과 며느리를 거실로 부른다.
“아범아!
아무리 그런다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법은 없다.“
”어머니!
이미 부정을 탄 상태에서 차례를 지내서 뭘 합니까?
이번 명절에는 지낼 수가 없습니다.“
오순애는 잠시 아들과 며느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돈 봉투를 탁자위에 놓는다.
“너희들이 그렇게 무안을 주고 망신을 줬어도 작은애가 너희들과 승혜네 주라면서 놓고 갔다.
작은 애 성품이 너희들보다 낫지 않냐?“
”그런 것을 뭐 하러 받으셨습니까?
저희는 절대로 승민이 결혼에 아무런 상관도 없고 더구나 참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을 도로 돌려주세요.“
”정말 너 왜 그러냐?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옹졸하게 굴어?
이제는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어?“
”무엇을 그만 두라는 말씀이세요?그럼, 되먹지 않는 첩년을 제수씨라고 받아드려야 합니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내 집안에서 승민이에 대한 말씀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승원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간다.
“이런 못된 것!
어떻게 어미 말을 그렇게 무시할 수 있냐?“
오순애는 화가 나서 숨을 씨근거린다.
“애미야!
넌 도대체 네 서방에게 무슨 말을 했으면 저 애가 저렇게 변하는 것인지 말을 좀 해라!
전에는 이 어미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내 아들을 네가 어떻게 여우 짓을 했기에 저렇게 변하느냔 말이다.“
오순애는 모든 화풀이를 김경숙을 향해서 쏟아 놓는다.
이미 그것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승원은 방문을 열고 아내를 부른다.
“당신 들어오지 않고 뭐하고 있어?
어서 들어와!“
김경숙은 남편의 말이 떨어지자 시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오순애는 기가 막히고 복장이 터진다.
그러나 아들며느리의 방으로까지 쫒아가 집안을 시끄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큰 한숨을 내 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시간 정선은 두 아이를 데리고 만두를 빚는다.
흰떡은 슈퍼에서 한 봉지 사다 놓고 그래도 명절인데 아이들의 기가 죽어 있는 것이 싫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만두를 빚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조금 벌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는 수입이다.
이제 집이 팔리고 이사를 가고 나면 무엇인가를 본격적으로 해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두를 빚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지성이가 참으로 잘 만드는구나!”
“엄마, 나는?
내꺼는 오빠보다 미워?“
지우는 샘을 내면서 묻는다.
“우리 지우도 잘 만드네!
우리 이 만두하고 떡하고 아침에 떡국을 끓여먹어야지?“
”응!
근데 다른 것은 안 해?
큰집에서는 맛있는 것도 많이 했는데.“
“이제 우리는 그런 것은 안 해!
왜냐하면 우리 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으니까 그런 음식들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거든!“
“큰엄마 집도 안가?”
지우가 이상하다는 듯이 묻는다.
“그래!대신 내일 맛있게 떡국을 끓여 먹고 썰매 장에 갈까?”
“정말?
엄마, 정말 가도 돼?“
“그래!
오빠하고 엄마하고 셋이서 거기 가서 썰매타고 재미있게 놀자.“
“와!
신난다.“
그러나 지성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지성이는 좋지 않니?”
“좋아요.”
지성이는 열심히 만두를 빚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린 마음에 큰집에 가지 않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지성이다.
정선은 그렇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 떡국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갈비찜과 몇 가지나물들로 상을 차린다.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도 갈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을 보면 눈물부터 흘리는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정선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 같은 마음이라서 불편하다.
친정에서는 자신이 이혼한 것을 두고 강승민을 찾아가 혼 줄을 내 준다고들 말들을 하지만 정선이 원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혔기 때문에 아무도 강승민을 찾아가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고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한 정선이다.
이미 그와의 끊어진 인연을 다시 이어갈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응어리진 마음이 풀릴 것도 아니었다.
정선은 아이들과 즐겁고 유쾌하게 아침식사를 마친다.
추운 날씨에 아이들의 옷을 단단하게 입히고 먹을 것을 몇 가지 싸 들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하루 종일 우울하게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기분전환을 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하루 종일 썰매를 타면서 지성과 지우는 매우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눈썰매장에는 구정 날인데도 의외로 사람이 매우 많다.
거의 대부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부들로 가족들로 함께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구정보다는 휴일이라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휴일의 황금 같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정선은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들을 본다.
참으로 즐거워하며 행복한 모습의 그들이 한없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남편과 살면서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곳에 나와 본 적이 없다.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아니면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다.
정선이는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드리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고 시간은 충분히 가질 수가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정선은 비록 자신이 벌어서 살아야 하는 삶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시간을 만들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져보리라는 생각을 한다.
아빠가 없어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그런 자식들로 키우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아이들과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내서 아이들을 위해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아끼고 절약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주부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최선을 다 하
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정선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놀이가 필요하고 그런 아이들과 되도록 함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라 새삼스럽게 깨달으면서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리라는 다짐을 해 본다.
다행이 구정이 지나고 나서 집이 매매가 된다.
생각보다 좋은 가격으로 집이 매매가 되고 지성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기 전에 이사를 갈 수가 있게 날짜가 잡힌다.
이제 정선은 모든 생활을 줄일 생각이다.
전세로 방 한 칸짜리를 얻어 두 아이를 데리고 살 생각이다.
모든 공과금과 아파트 관리비를 가지고서도 생활을 해 나갈 수가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면서 모든 계획을 세워 집을 얻으러 다닌다.
이사철이 아니라 그런지 많은 전세가 나와 있었다.
이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되도록 학교가 멀지 않은 곳에 방을 얻을 생각이다.
또한 허름한 곳이 아닌 조금은 깨끗하고 조용한 곳으로 방을 보러 다닌다.
생각보다 비싼 전세 값이었지만 그래도 없어지지 않고 집에 묶여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돈에 구애를 받지 않고 방을 본다.
다행히 지금 사는 곳하고는 완전히 반대 방향인 시내 쪽에 마음에 드는 집이 나와 있다.
가구 수라고 해야 주인집과 단 두 가구뿐이고 안채와는 별도로 지어진 건물에 방 하나에 주방과 거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기는 해도 넓은 공간이 있고 화장실이 있는 편리한 주거공간으로 되어 있는 곳이다.
마당이 상당히 넓은 집으로 안채와는 뚝 떨어진 건물이다.
생각보다 많이 비싼 것도 아니고 손댈 곳도 없이 깨끗한 것이 마음에 든다.
아무 때나 이사를 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계약을 한다.
정선은 집을 계약하고 시장을 봐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해 줄 생각으로 재료들을 사 온다.
“엄마!
떡볶이 할 거야?“
장을 보아 온 것을 본 지우가 묻는다.
“그래!
우리 지우하고 오빠가 좋아하는 것이지?“
“와!
신난다.“
지우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그렇게 식탁에 둘러앉아 떡볶이를 먹는다.
“엄마가 해 주는 떡볶이는 정말 맛이 좋아!”
“정말?지우가 하는 말을 엄마가 믿어도 될까?”
“엄마!
정말이에요.
엄마가 해 주는 떡볶이는 정말 맛이 최고에요.“
지성이 또한 엄마의 솜씨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고 말을 한다.
“엄마는 우리 지성이와 지우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정말 행복하다.
그런데 엄마가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어느 정도 먹고 난 뒤에 정선은 말을 꺼낸다.
“뭔데요?”
지성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먹던 것을 멈추고 엄마를 바라본다.
“지성아!
그리고 지우야!
우리 이사를 가야 한다.“
“이사?어디로요?”
“근데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여기서 조금 멀지만 아주 조용하고 깨끗한 곳이다.
우리 지성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기 전에 이사를 하거든!“
“..............................”
“헌데 이사하는 집은 아파트가 아니다.
그리고 그 집은 방이 하나뿐이야!“
“내 방도 지우방도 없어요?”
“그래!
엄마하고 지우하고 우리 모두 셋이서 한 방에서 살아야 해!“
“엄마!
우리 가난해졌어요?“
지성이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서 묻는다.
“아니야!
우리가 가난해져서 그런 것이 아니고 이제 엄마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지성이와 지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근데 지금 엄마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수가 없어!
그래서 지금 여기서 사는 것은 엄마가 힘이 들거든!“
“............................”
“우리 방 하나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겠지?”
“네!
엄마가 힘들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내가 이다음에 크면 아주 큰 집을 사서 엄마 줄게요.“
“그래!
우리 지성이하고 지우가 엄마를 이해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
엄마는 지성이하고 지우만 있으면 어떤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 수 있어!
엄마가 돈은 더 많이 벌게 되면 그때 다시 큰 집으로 이사를 하자.“
“네!”
정선은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첩년을 이집에 들일 수 없다 부정탄 제사음식도 버려라 조상이 노하신다 기개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