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메이저리거’ 류현진(27·LA 다저스)은 올해 어떤 활약으로 국민을 기쁘게 해줄까?
류현진은 데뷔 시즌 14승8패(평균자책점 3.00)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두자릿수 승수와 함께 목표로 삼았던 2점대 평균자책점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활약을 펼친 것은 사실입니다. 자신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시즌 전 내가 이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류현진 성공의 키는 마인드, 2년차에도 꾸준할 것” “오승환 윤석민보다 배짱도 한 수 위”
류현진은 2년차 시즌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없는 모양입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나서 류현진은 “내년에 체력을 더 키우거나 새로운 구종을 익히는 등 변화를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던 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입니다.
2014년에도 류현진의 성공신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점쳐볼 근거는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그의 두둑한 배짱과 승부욕입니다. 시즌 내내 류현진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봤던 MLB닷컴의 캔 거닉 기자 역시 류현진의 승부욕과 배짱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줬습니다.
류현진의 '교과서'적인 투구 폼. 부드럽게 던지는데 강력하게 꽂힌다
시즌 중 자주 다저스타디움을 찾았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역시 류현진의 배짱과 승부욕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윤석민이나 오승환 역시 좋은 투수이지만 용기나 배짱의 영역에서는 류현진을 따라오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류현진의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는 매 경기 4∼5만 명의 팬이 찾아 경기를 지켜봅니다. 그중에서도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는 더 인기가 좋습니다. 한인 팬들이 류현진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은 사실 국제대회의 중압감과 비슷할 것입니다. 긴장을 많이 하는 선수라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100%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펼치기는 어렵습니다.
데뷔 첫해부터 류현진이 굉장한 성적을 거둔 만큼 기대감도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외부의 기대나 우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맷 하비(뉴욕 메츠) 등 정상급 선발 투수와의 맞대결을 앞두고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2년차 류현진 역시 구단의 기대대로 첫해와 같은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이 큽니다.
체력과 시차, 적응의 문제
더 좋아질 요소도 분명히 있습니다. 한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의 시스템에 적응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면이나 시차 적응에는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류현진은 시즌 막바지에 “메이저리그가 경기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 그렇게 많은 경기 수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씨도 “여기서는 철저하게 투구 수 관리를 해주니까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진은 몸에 이상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 휴식을 취했습니다.
자기 관리도 철저한 편입니다. 릭 허니컷 다저스 투수 코치나 미치 풀 클럽하우스 매니저도 “류현진이 알아서 체력 훈련을 잘하는 편”이라며 “특별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레칭 등을 통해서 투구에 필요한 잔 근육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체중 역시 시즌을 치르면서 많이 줄었습니다.
중부나 동부 원정을 떠날 때의 ‘시차적응’ 역시 점차 나아질 것입니다. 류재천씨는 “아들이 시즌 초만 해도 장거리 원정을 다녀오면 많이 힘들어했다”면서도 “시즌 중반 이후로는 비교적 덜 피곤해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쉽게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화하는 투구 패턴으로 익숙함을 극복
류현진은 당장 새로운 구종을 익힐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수준급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가 올 시즌에도 그의 주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 타자들이 그를 좀 더 쉽게 공략할 여지가 생깁니다. 상대가 류현진의 ‘수’를 읽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깁니다.
지난 시즌 중반에도 이런 지적은 나왔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 문제를 잘 극복했습니다. 좌타자에게 슬라이더, 우타자에게 체인지업을 주로 던지던 패턴을 바꾸면서 효과를 본 것이지요. 신시내티 레즈와 치른 홈 경기에서도 좌타자인 추신수에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 등 바뀐 투구 패턴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하였습니다. 당시 추신수는 “우리 팀이 분석한 것과는 전혀 다른 패턴으로 (류)현진이가 공을 던져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천적’의 문제 역시 류현진은 잘 극복했습니다. 시즌 초반 헌터 펜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류현진을 상대로 많은 안타를 뽑아내며 그를 괴롭혔습니다. 그 이유를 포수인 A.J.엘리스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류현진은 강속구로 승부를 보는 파이어볼러가 아니라 변화구 위주의 ‘오프스피드’ 투수입니다. 펜스는 느린 변화구를 잘 때리는 타자입니다. 그러다 보니 류현진의 느린 공에 속지 않고 많은 안타를 때렸던 것입니다.”
류현진은 시즌 중 펜스에 대한 약점을 극복했습니다. 투구 폼을 간결하게 해 더 빠른 타이밍에 공을 던졌고, 펜스를 상대로 직구 비중을 높여 쉽게 안타를 내주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류현진을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류현진을 상대한 선수들은 “딜리버리 자세가 짧고 간결해 타이밍을 읽고 때리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류현진에게 숙제는 남았습니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는 시즌 막판까지도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류현진은 포수 엘리스, 허니컷 투수 코치 등과 함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2014년에도 많은 도전이 류현진을 기다리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