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이하 현지시간) 멕시코의 훈련이 열린 카라이스카키경기장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90년대 한국을 몇 차례 찾은 멕시코의 ‘골 넣는 골키퍼’ 호르헤 캄포스(40)가 그 주인공이다.
캄포스는 현역 시절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골키퍼로 뛰다가 갑자기 유니폼을 갈아입고 스트라이커로 돌변해 골을 터뜨리는 ‘깜짝쇼’를 연출하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캄포스는 단지 ‘쇼맨십’이 아닌 실력으로 당당히 스타대열에 올라섰다. 캄포스는 지난 91년부터 9년간 멕시코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으며 94년과 98년 두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다.
캄포스는 지난해까지도 현역으로 활약했다. 캄포스는 지난해 39세의 나이로 멕시코 1부리그 푸에블라에서 주전 수문장으로 뛰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올 초 현역은퇴를 선언했고 이에 멕시코축구협회는 지난 3월 멕시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불러 모아 캄포스의 은퇴경기를 화려하게 치러줬다. 그만큼 멕시코에서 캄포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셈이다.
이런 그를 멕시코올림픽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6개월 전부터 멕시코국가대표팀 및 올림픽팀의 수석코치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카르도 라볼페 멕시코 감독은 보다 효과적인 선수관리를 위해 선수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고 있는 캄포스를 대표팀으로 불러들였고 이에 캄포스가 흔쾌히 현역생활을 청산하고 지도자의 길에 첫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특히 골키퍼로서는 단신인 175㎝의 캄포스가 역시 176㎝에 불과한 올림픽팀 골키퍼 코로나를 조련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아스테카TV의 안드레 기자는 “캄포스는 멕시코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골키퍼이자 최고 인기스타였다”면서 “그가 대표팀 코치로 들어옴으로써 선수단의 사기가 엄청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캄포스는 이날 멕시코 훈련에서 마치 동생들과 장난을 치는 듯 즐겁게 훈련을 이끌었다. 물론 선수들도 훈련이 끝날 때까지 웃음을 잃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