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2년 11월 25일 | 형태 232×224mm
페이지 44쪽 | 값 14,000원 | ISBN 979-11-91667-75-2 77810
주제어 걱정, 두려움, 불안, 용기, 아빠, 가족, 봉숭아 물 들이기, 태풍
검은 구름이 몰려와.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야옹이도 나도 아빠도 바람에 날아가 버리면 어쩌지? 비가 저렇게 많이 내리면 우리 집도 물에 잠기지 않을까? 엄마가 집에 오는 길인데… 물에 빠지면 어떡해!’ 불안에 사로잡힌 아이의 여린 마음을 가만가만 어루만져 주는 위로의 그림책.
태풍이 온다고요? 우리 집이 날아가고 엄마가 물에 빠지면 어떡하죠?
창밖을 내다보는 은우의 얼굴에 근심 걱정이 가득해요. 아빠는 마당에 있던 화분을 안으로 들이며 부지런히 돌아다니고요. 무슨 일이냐고요? 태풍이 오고 있거든요.
아빠는 은우에게 마당으로 봉숭아 잎을 따러 가자고 해요. 은우는 바람이 저렇게 부는데 나가도 괜찮을까 싶지만, 아빠랑 이미 약속을 해 둔지라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마음속에 생겨난 작은 걱정이 모락모락 커져만 가요.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개미도, 꿀벌도, 야옹이도, 나도, 아빠도… 모두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요. 비가 뚝뚝 떨어지자 우리 집까지 물이 들어오진 않을지, 마을도 찻길도 다 잠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해요.
은우 마음속에서는 이렇게 폭풍우가 휘몰아치는데, 아빠는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끊임없이 봉숭아 물 들이는 이야기만 해요. 꽃잎이 어떻고 씨앗 주머니가 어떻고, 꽃물을 선명하게 들이려면 뭘 넣고 어떻게 찧고…. 그러는 사이 은우는 가장 커다란 걱정에 사로잡혔어요. 차를 타고 집에 오고 있는 엄마가 물에 빠지면 어떡하죠!
그때 요란한 천둥 번개가 하늘을 갈라요. 내내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던 아빠는 으악 소리를 지르며 은우를 꼭 껴안고요. 알고 보니 아빠는 어려서부터 천둥소리를 무서워했대요. 그 순간 은우 마음속에서 터질 것 같던 불안감이 싹 가시고 슬며시 웃음이 나요. 두렵고 걱정스러운 건 나만의 감정이 아니었구나, 뭐든지 척척 해내는 커다란 어른도 무서워하는 게 있구나 하고 깨달은 거예요. 아빠도 내내 말이 없던 은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두 사람은 드디어 봉숭아 물을 들이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마음속에 두려움 대신 용기를 가득 채우지요. 무사히 귀가한 엄마에게도 용기가 샘솟는 마법 꽃물을 들여 주고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징검다리, 마법의 봉숭아 꽃물
이 책은 언뜻 아이와 아빠의 대화로 이루어진 듯이 보이지만, 사실 책의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내내 두 사람의 말은 서로에게 가닿지 않아요. 어딘가 시무룩해 보이는 은우를 달래려는 듯 끊임없이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아빠의 말, 그에 반응하지 않고 혼자 계속 딴생각을 하며 불안감을 키워 가는 아이의 생각이 서로 다른 글자체와 색에 담겨 따로따로 화면을 떠돌지요. 그러다 둘의 마음이 통하고 은우의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비로소 두 사람의 대화는 나란히 대칭을 이루어요.
유독 불안감과 긴장도가 높은 아이들이 있어요. 이 아이들에게는 어른들 눈에 사소해 보이는 일도 다 걱정거리가 되지요. 양육자는 이런 아이의 감정을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흘려 넘기지 말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며 스스로 천천히 극복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해요. 그래야 불안감과 긴장감을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아이로 자랄 거예요. 비슷한 성향을 지닌 주인공이 나오는 그림책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이 책 《마법 꽃물》을 통해 불안감이 큰 아이는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불안을 해소하는 법을 배우고, 양육자도 그런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며 은우 아빠의 솔직하고 여유로운 양육 태도 역시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이 그림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봉숭아 물 들이기’라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 문화를 단순히 소재로서 미화하면서 접근하는 그림책이 아니라, 불안한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이와 가족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중요한 실마리로 다루었다는 점이에요. 옛날 사람들이 봉숭아 물을 들이면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소원이 이루어지길 빌었듯이, 오늘날 우리도 자연에서 얻은 소중한 선물로 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위로도 얻을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그림책이랍니다.
| 작가 소개 |
글‧그림 이은지
파주의 한적한 강가 마을에서 남편과 쌍둥이 남매와 함께 텃밭을 가꾸고 된장을 담가 이웃과 나누며 살아갑니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결혼 이주 여성과 그 가족을 위한 활동가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 그림일기를 쓰고 그리는 동안, 손으로만이 아닌 마음과 이야기를 담아 그림을 그리면서 일상을 치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건져 올린 이야기로 이번에 첫 그림책 《마법 꽃물》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 교과 연계
국어 1-2 10. 인물의 말과 행동을 상상해요
국어 2-1 3. 마음을 나누어요
봄 1-1 2. 도란도란 봄 동산
여름 2-1 2. 초록이의 여름 여행
과학 4-1 3. 식물의 한살이
누리과정: 나를 알고 존중하기, 더불어 생활하기, 자연과 더불어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