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출처: 대한민국축구의힘!K-league(k리그) 원문보기 글쓴이: 꽃미남
박현진의 K리그 사람들=울산의 숨겨진 살림꾼 김영삼 | |||||||||
스포츠서울 | 기사입력 2007-10-26 15:01 | 최종수정 2007-10-26 15:02 | |||||||||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어떻게 축구를 시작했냐"는 질문을 하면 "그냥 좋았다" "재미있었다"는 답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축구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선수를 처음 만났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육상부에 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때 축구 감독 선생님께서 한 번 해보라고 권해서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축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는 것을 싫어해서 열심히 매달렸고 운도 많이 따라줬다. 그러다보니 (이)천수 형, (조)재진 형, 최성국, 정조국 등과 함께 청소년대표까지 하게 됐고 더 높은 수준으로 가야겠다는 목표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특이한 대답의 주인공은 성실한 플레이의 대명사, 그라운드의 궂은 일을 도맡는 청소부로 떠오르고 있는 울산현대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영삼(26)이다. 사실 이런 스타일의 선수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팀에는 없어서는 안될 실속으로 가득찬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다. ◇모두가 내 탓이오
말이 좋아 멀티플레이어지 사실상 측면 미드필더 이종민이나 현영민에게 이상이 생겼을 경우 '땜빵'을 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던 적이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대학시절 측면 미드필더를 맡기도 했기 때문에 그가 측면에서 뛰는 모습은 그리 낯설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쪽 저쪽을 오가면서 힘든 것은 없었느냐고 슬쩍 떠봤다. 김영삼은 "다 내 기량이 부족해서 자리를 잡지 못한 탓"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한동안은 측면과 중앙을 왔다갔다 했지만 지금은 중앙에서만 뛰고 있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서운하지만 어느 자리에서든 더 잘해서 감독의 인정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선수라면 어느 자리에서라도 뛰어야 하는데 나는 베스트 11에 못들어가더라도 항상 12번째에는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나마 꾸준히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감독님의 믿음이 정말 고마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소박한 진공청소기 김영삼은 튀고 싶지 않다. "포지션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욕심은 없다. 튀지 않고 뒤에서 팀을 받쳐주는 것으로 평가가 내려진다. 내 몫만 충실히 하면 된다"고 말한다. 플레이도 그렇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강하게 압박하고 끝까지 쫓아간다. 세밀함은 떨어지지만 투박하고 성실하다. 그는 "고종수처럼 패스가 부드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나도 인정한다. 코칭스태프들이 자신없는 부분을 보완하기보다는 잘 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편이라 나도 드리블이나 스루패스 한 방을 집어넣기 보다는 확실하게 수비를 하고 선이 굵은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울산이 미드필드에서 세밀하게 풀어나가는 팀이 아니라서 훨씬 수월하게 뛸 수 있다"고 털어놨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이 부러울 법도 하지만 그는 "팀이 이기는데 티는 안나지만 도움이 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은 것 같다. 직업이 축구일 뿐 똑같은 사람이다. 혼자서 편하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꼭 모자를 푹 눌러써야 하는 (이)천수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는 누구에게도 지기 싫다. "태극마크도 달고 싶다. 그건 욕심이 아니라 목표다.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다. 욕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다. 내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기회는 올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수비축구? 공격 스타일의 문제일 뿐 울산의 축구가 수비적이라는 얘기에 발끈했다. 그는 "골을 먹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을 못넣은 것도 아니다. 최근 경남전에서는 4골을 넣었고 지난해에는 6골도 넣었다. 더 빠른 공격을 위해 수비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공격은 스타일의 문제"라고 했다. "미드필드를 잘게 썰어나가느냐 아니면 크게 치고 나가느냐의 선택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밀한 패스를 하는 팀이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패스를 하다 템포를 죽이고 볼 소유는 많이 하지만 골은 넣지 못하는 팀이 과연 공격적인가는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전술은 이상호, 염기훈 등 빠른 선수들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우리도 미드필드에서 풀어나가는 플레이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경기에서는 골이 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영삼과 사람들
팀 후배 이상호와는 입단 때부터 죽이 잘맞았다. 평소 자신을 잘 따르는 이상호에게 출전할 때마다 "오늘은 내가 올려줄테니 네가 골을 넣어라"라고 애기를 하곤 했는데 한 번도 그렇게 된 적이 없었다. 대전과의 6강 플레이오프때도 마찬가지였다. 말은 던져놨는데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김영삼 크로스+이상호 헤딩골'의 득점공식이 처음으로 성립됐다. 김영삼은 "크로스를 올린 뒤 그라운드에 넘어지면서 이상호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긴 했는데 일어날 때까지도 골이 들어갔는 지 몰랐다. 그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좋아하는 동생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왔다는 사실 때문에 정말 날아갈 듯했다"고 그 순간을 돌이켰다. 박병규와는 대학때부터 8년째 동고동락하며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숙소 생활을 하다보니 거의 24시간을 함께 생활하고 심지어는 휴가때도 같이 놀러다닌다. 그런 그도 박병규에게 한동안 말을 붙이지 못한 적이 있다. 입단 직후 박병규는 곧바로 팀의 중앙 수비수 자리를 꿰찼지만 그의 앞에는 이호, 김정우 등이 버티고 있었다. 막막한 벽을 느꼈고 이러다가 방출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박병규가 옆에 있어준 것이 큰 힘이 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부럽기만 했고 괜히 후보선수가 말을 걸면 박병규가 불편하게 생각하지난 않을까 싶어 마음고생을 했다. 대학때부터 사귄 여자친구는 폭발하는 승부욕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를 동글동글하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대학시절 은사인 조민국 감독은 기댈 곳이 없던 프로 초년병 시절 따뜻한 조언으로 그를 감싸줬고 김병수 코치(현 포항 스카우트)는 다시 한번 배워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축구를 가르쳐준 분이다. ◇승부를 위해서라면 성격도 개조한다 김영삼은 열정적이다. 승부욕도 넘친다.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할 정도로 활동적이다. 차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밖으로 이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상대를 흥분시켜야지 자기가 먼저 흥분하면 안되기 때문이란다. "어렸을 때는 이기고 싶어서 그라운드에 쓰러진 상대 선수를 일부러 밟고 가기도 했다. 대학 때까지는 그저 맘 내키는대로 신나게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진지하고 차분하게 경기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취미도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지려고 한다. 동료들이 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을 때 그는 몸을 굴린다. 테니스, 골프, 자전거 등 몸을 쓰는 일들을 다양하게 즐긴다. "하나만 자꾸 하면 질린다. 요즘은 자전거타기에 푹 빠졌다. 바람도 쐴 겸해서 한 번 나갔다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해방감도 든다. 한동안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자전거 운동이 무릎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자전거 예찬론을 펼쳤다.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단다. 군것질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것도 자제하고 있다. 가끔 스스로의 플레이에 만족할 때 과자를 잔뜩 사놓고 '이건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이라며 혼자만의 파티를 한다. 과연 김영삼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나는 11월11일 밤 신나는 '과자 파티'로 자신을 초대할 수 있을까.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
|
첫댓글 CM2002에서 K리그 팀으로 하면 영입할까 말까하다가 항상 뺏기는 선수... ㅆㅂ...